李 실용외교에 관광 활성화 기대 현지 기업·여행사와 연계나서 MICE·컨벤션·전시회 등 공략
지난 9일 서울 시내 한 면세점 앞에서 관광객들이 입장을 위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면세점업계가 본격적인 중국인 단체관광객(유커) 맞이에 나섰다.
24일 면세점업계에 따르면 롯데·신라·신세계·현대면세점은 마이스(MICE·기업회의, 포상관광, 컨벤션, 전시회·국제이벤트) 등 고부가가치 비즈니스 단체 유치에 초점을 둔 상품으로 유커 복귀에 대비하고 있다.
지난 3월 정부는 올해 중국인 관광객 536만명 유치를 목표로, 오는 3분기부터 중국 단체관광객에 대해 한시적으로 무비자 입국을 허용하기로 한다는 내용이 담긴 '방한관광 시장 글로벌 성장전략'을 발표한 바 있다.
현재는 제주도만 중국 단체관광객에 대해 비자 없이 30일간 체류할 수 있도록 허용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 당선과 함께 새정부도 '국익 중심 실용외교 기조'를 내세우고 있어 한중 관계 개선과 이에 따른 중국인 단체 방한 관광 활성화에 대한 업계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중국인 단체관광객의 무비자 입국이 허용되면 '따이궁'(중국 보따리상) 매출과 중국인 단체관광객(유커) 유입 감소, 방한 관광객의 쇼핑 행태 변화 등으로 인해 위축된 면세점 업계에 반전이 기회가 생길 수 있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롯데면세점은 인바운드(방한 외국인 관광) 여행사와 함께 뷰티 클래스, K-콘텐츠 체험 등 쇼핑과 관광을 결합한 여행 상품을 개발하고, 외국인 관광객 유입이 집중될 것으로 예상되는 주요 상권에 체험형 콘텐츠를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중국 단체관광객에 대한 한시적 무비자 입국 정책이 시행되면 한국을 찾는 중국 관광객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라며 "이를 대비해 롯데면세점은 단체관광객·개별관광객(FIT)을 유치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롯데면세점은 최근 1984년 설립된 중국 최대 면세 유통 기업인 중국국영면세점그룹(CDFG), 모기업인 중국여유그룹 임원진과 비즈니스 미팅을 갖기도 했다. 한중 관계 개선 분위기가 조성되며 협력을 통해 상호 교류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기획된 자리로, 양사는 관광 분야에 대한 교류·협력 등에 대해 의논했다.
CDFG는 중국 관광지인 하이난섬에 세계 최대 면세점을 운영 중이다. 영국 면세 전문지 무디데이빗리포트가 발표한 글로벌 면세점 매출 순위에서 2022년 1위, 2023년엔 2위를 기록했다.
신라면세점은 중국 현지 사무소와 연계해 중국 단체 관광객 유치를 활성화하고 있다. 마이스, 인센티브 단체 등 고부가가치 단체 중심 유치활동을 통해 중국, 동남아 단체고객이 월평균 2만명 이상 방문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신라면세점 관계자는 "중국 현지 여행사들과의 협업을 통해 단체 행사를 진행하고 전시공간을 제공하고 있으며, 중국인들이 선호하는 브랜드 중심의 MD(기획 상품)도 확대하고 있다"라며 "중국 현지 사무소를 통한 맞춤형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골드 패스 등 환영 선물도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신라면세점은 K-POP 팬미팅 등의 대형 단체고객 유치에도 적극적으로 마케팅을 기획하고 있다. 최근 일일투어나 소규모 FIT(개별 여행)성 단체 여행 형태의 변화에 따른 연계 상품도 개발 중이다.
최근에는 중화권을 중심으로 활발한 글로벌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B1A4 출신 '진영'을 홍보모델로 발탁하기도 했다. 다국적 글로벌 팬덤을 보유한 아티스트를 순차적으로 홍보모델로 선정해, 해외 고객을 공략해 나갈 계획이다.
신세계면세점은 고부가가치 비즈니스 단체와 개별관광객 중심으로 전략을 전환하고, VIP 맞춤 서비스와 체험형 콘텐츠를 확대하고 있다.
신세계면세점은 올해 말까지 인센티브 단체 5만 명 유치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 명동점에서는 '스페이스 오브 BTS' 매장을 통한 기획상품 판매와 맞춤형 콘텐츠 등을 강화하고 있다. 오설록 등 인기 브랜드를 유치한 식품관과 MZ세대 타깃의 패션관 개편도 진행 중이다.
또 현대면세점도 중국 관광객 대상 프로모션·서비스를 확대 운영 중이다. 강남권 입지(코엑스 등)·고객군 특성을 고려해 중국 MICE 단체 유치와 아쿠아리움 등 주요 관광시설과 연계한 단체관광 관계 상품 개발도 검토하고 있다.
이와 함께 알리페이, 위챗페이 등 중국 간편결제 등급별로 현대면세점 멤버십 등급을 매칭해 구매 금액대별 연중 즉시 할인을 적용하는 등 중국인 단체관광객을 대상으로 쇼핑 편의를 강화할 계획이다.
현대면세점 관계자는 "정부의 중국인 단체관광객 비자면제 시범사업이 면세점 업황이 살아나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올해 4월 국내 면세점을 찾은 외국인은 96만여명으로 전년 동월(79만여명)보다 20.72% 늘었으나 매출액은 같은 기간 9950원에서 9378억원으로 5.8% 줄었다. 단순 계산하면 외국인 객단가(인당 구매액)는 125만원에서 92만원으로 25.9% 급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