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 관세 일본보다 부담 더 커 대미 수출 25억달러… 27.1% ↓ 한미 FTA로 피해 최소화해야
트럼프, 수입산 자동차 관세 추가 인상 가능성 언급 [연합뉴스]
산업연구원 관세정책 보고서
트럼프 행정부의 수입산 자동차 25% 품목별 관세 부과와 관련해 한국 자동차 산업의 북미 전략 전면 수정이 필요하다는 국책연구기관의 진단이 나왔다. 현대차·기아는 미국·일본 업체보다 현지 생산 비중이 낮아, 25% 관세가 더 큰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미국 시장 의존도가 높은 한국 자동차 산업 특성상, 고관세 리스크에 대한 대응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중심의 관세 협상 전략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산업연구원은 24일 이러한 내용을 담은 '미국 신정부의 관세 정책이 한국 자동차 산업에 미치는 영향과 시사점'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자동차 산업의 미국 수출 의존도는 46.7%, 무역수지 의존도는 55.3%에 달했다. 품목별로는 완성차 49.1%, 부품 36.5%였다. 지난해 현대차·기아·한국GM은 미국에 29개 모델, 148만대를 수출했다. 수출 의존도는 한국GM이 84.4%로 가장 높았고, 현대차 54.3%, 기아 37.5% 순이었다. 이처럼 대미 의존도가 높은 상황에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25% 관세는 한국 자동차 산업에 여파가 클 것으로 전망된다.
산업연은 높은 관세를 피하려는 현지 생산 확대가 수출을 대체해 대미 물량을 줄이고, 차량 가격 인상에 따른 미국 내 수요 위축까지 겹치면서 수출 타격이 불가피하다고 분석했다. 산업연은 "차량 수요가 줄어들고 업체 간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완성차 업체들은 관세로 인해 높아진 비용 모두를 가격에 전가할 수 없기 때문에 수익성도 악화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부품업체들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산업연은 대형 부품사의 경우 미국 내 생산 확대 등으로 대응하겠지만, 장기적으로는 공급망과 생산량 조정이 불가피하다고 전망했다. 한국 부품업체들의 대미 수출은 주로 현지에 진출한 한국 완성차 업체에 공급되는 물량이다. GM도 한국산 부품 조달 비중이 비교적 높은 편이다. 이에 따라 현지 생산을 하더라도 원가 부담이 커져 수익성이 낮아지고, 판매가 인상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여파는 지표 곳곳에서도 드러났다. 실제로 지난달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여파로 대미 자동차 수출이 30% 가까이 급감했다. 산업부 '5월 자동차산업동향'에 따르면 대미 수출액은 25억1600만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27.1%, 전달 대비 12.9% 감소했다. 이는 역대 다섯 번째로 큰 감소 폭이었다.
관세 여파로 미국 자동차 시장의 판도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S&P 글로벌 모빌리티는 당초 올해 미국 내 차량 판매량이 전년 대비 1.2%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지만, 관세 조치 이후 3.1% 감소한 1540만대로 전망을 하향 조정했다. 차량 가격 상승에 따라 세단형 승용차, 중소형 SUV 등으로 수요가 이동하는 '다운사이징' 현상도 본격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또한 미국 현지 생산 비중이 낮은 한국 자동차 업계가 더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일본의 혼다와 토요타 등은 미국 내 부품 조달 비중이 높은 편이다. 특히 혼다는 미국 판매 물량의 64%를 현지에서 생산하고, 부품 조달률도 62.3%에 달해 상대적으로 고관세의 영향을 덜 받는다. 반면 현대차·기아는 미국 내 연간 70만대 규모의 생산 공장을 운영 중이며, 신규 공장 가동을 통해 최대 120만 대까지 생산량을 확대할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현지 생산 확대, 수출 다변화와 더불어 한미 FTA를 활용한 관세 협상으로 업계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현대, 기아차를 중심으로 손실이 기하 급수적으로 커지고 있으며, GM의 철수론에 대한 힘도 커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관세 협상에서는 하이테크 분야를 축으로 한 한미 FTA가 핵심 카드가 될 것"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