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의원이 23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당대표 선거 출마를 선언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의원이 23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당대표 선거 출마를 선언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선거가 사실상 '친명(親李)' 핵심 인사들 간의 2파전으로 굳어졌다. 박찬대 의원은 23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이미 검증된 이재명·박찬대 원팀이 앞으로도 원팀으로 정부와 민주당에 부여된 과제들을 척척 완수해 내겠다"며 당권 도전을 선언했다. 앞서 정청래 의원은 지난 15일 출마를 선언하며 "이재명 정부의 성공을 위해 신명을 바치겠다. 이재명 대통령의 운명이 곧 정청래의 운명"이라고 밝혔다. 정 의원은 직설적 화법과 강성 이미지를 바탕으로 강한 당대표론을 내세우고 있다. 박 의원은 비교적 온건한 이미지를 앞세우며 내부 통합과 정책 중심의 리더십을 주장한다.

그러나 두 후보 모두 이 대통령과의 정치적 거리 측면에서 본다면 사실상 동일한 축 위에 놓여 있다. 이른바 '찐명계'다. 그런 점에서 당 안팎에서는 이번 경선이 계파 중심의 재편이자, 이 대통령과의 수직적 당·정 관계를 더욱 공고히 하는 방향으로 흐를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집권 여당이 권력 내부의 견제 기능을 잃고 수직적 충성 구조로 재편될 가능성이 염려되는 것이다. 민주당은 이미 지난 대선과 총선 과정에서 계파 갈등 등으로 인한 내홍을 겪은 바 있다. 이번 당대표 경선이 또 친명계 세력 재편이라는 프레임에 갇힌다면, 국민의 기대와는 멀어진다.

이번 당대표 경선은 단순히 한 사람의 지도자를 선출하는 절차를 넘어, 민주당이 앞으로 어떤 정당으로 거듭날 것인지를 가늠하는 중대한 분기점이다. '찐명계'로 불리는 핵심 인사들 간 경쟁 구도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지만, 문제는 그 경쟁이 이재명 대통령과의 수직적 당정 관계로 귀결될 가능성이다. 만약 민주당이 건강한 정당 민주주의와 자율적인 당 운영 원칙을 지켜내지 못한다면, 국민 신뢰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국민들은 당내 권력 다툼에 매몰된 정치 집단이 아니라, 민생 해법을 책임 있게 제시하고 실천하는 정당을 원한다. 따라서 당대표는 대통령의 복심이 아니라 국민과 당을 잇는 자율적 리더여야 한다. 그래야 당의 실질적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는 것이다. 국민이 바라는 건 충성 경쟁이 아니라는 점을 민주당이 잊지 말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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