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업무 넘어 판단·조율업무
영업·마케팅까지 AI로 대체
올해만 6개월새 6만명 해고
MS·구글 등 추가 감원 나서
AI 전문가 확보 경쟁은 치열
파격 대우에 '입도선매'까지

해고에 반대하는 영국 구글 직원들. 로이터=연합뉴스
해고에 반대하는 영국 구글 직원들. 로이터=연합뉴스


"내년이면 프로그램 개발의 절반은 사람이 아닌 인공지능(AI)이 하게 될 것이다."(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

AI 시대가 본격화하면서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감원 칼바람이 몰아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 인텔, 구글, 아마존 등 주요 기업들은 AI로 대체가 가능한 검색, 클라우드, 반도체 등 기존 사업 부문을 중심으로 대규모 감원을 단행하고 있다. 전사적으로 AI를 도입하면서 단순 반복 업무뿐 아니라 올해부터는 판단과 조율이 필요한 직무까지 정리 대상에 올랐다.

반면 AI 전문가 유치전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생성형 AI 도입이 본격화되면서 AI 자체를 설계하고 통제할 수 있는 핵심 인력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이에 'AI 때문에 해고되고 AI 때문에 뽑힌다'는 고용 양극화 현상이 더욱 심화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6개월 새 6만명… 글로벌 테크 업계 '감원 러시'

23일 해고 인력 추적 사이트 레이오프스닷에이아이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전 세계 테크 업계에서 구조조정 대상이 된 인원은 6만2832명에 달한다. 지난해에는 전 세계 549개 테크 기업에서 총 15만2922명이 일자리를 잃은 바 있다.

지난 18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MS가 다음 달 초 수천 명을 추가 감원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감원 대상은 전체 인력의 약 20%(4만5000명)가 집중된 영업 및 마케팅 부문이다.

MS는 지난달에도 제품 및 엔지니어링 부문에서 약 7000명을 줄인 데 이어 두 달 만에 또다시 구조조정에 나서는 것이다.

다른 기업들 상황도 다르지 않다. 인텔은 다음 달부터 파운드리 사업부 전체 인력의 15~20%를 감축할 계획이다. 이번 감원 규모는 1만명을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인텔은 지난해에만 약 1만7500명을 줄인 바 있다.

구글도 최근 일부 직원들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받고 있다. 2023년 전체 직원의 약 6%에 해당하는 1만2000명을 감원한 뒤 인력 감축을 이어오고 있다. 지난 4월에는 안드로이드 플랫폼과 픽셀폰, 크롬 브라우저 등의 부문에서 희망퇴직을 받아 수백명을 감원했다.

이달엔 검색·광고·연구·엔지니어링·지식정보(K&I) 부문 등 핵심 부서에서 자발적 퇴직 프로그램을 시행 중이다. 지식정보 부문에만 현재 2만여명이 소속돼 있다.

메타는 지난 2월 전체 직원의 5%에 해당하는 3600여명을 감원했고 아마존은 2022년 이후 현재까지 약 2만7000명을 인력을 줄였다. 앤디 재시 아마존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17일(현지시간) 직원들에게 보낸 사내 메시지에서 "생성형 AI와 AI 에이전트의 더 많은 도입으로 업무 방식이 바뀔 것"이라며 "이러한 변화가 정확히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는 알 수 없지만, 향후 몇 년 안에 전체 회사 인력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AI 도구를 배우고 직접 실험해보라"며 "(이를 통해) 더 적은 인원으로 더 많은 일을 해내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AI 투자 넘어 인력 대체 현실화

이 같은 감원 러시는 단순한 비용 절감을 넘어 기술 변화와 맞물린 구조적 전환의 결과로 해석된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AI 인프라 투자에 필요한 재원을 마련하기 위한 감원이 주를 이뤘다면, 최근에는 AI가 실제로 사람의 자리를 대체하기 시작하면서 구조조정이 기술 변화에 따른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구조조정의 원인도 바뀌고 있는 것이다.

MS 관계자는 "AI 중심 전략 전환에 따라 중복 인력 축소 및 영업 효율화 작업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 또한 최근 AI 콘퍼런스 '라마콘'에서 "내년이면 프로그램 개발의 절반이 사람이 아닌 AI에 의해 이뤄질 것"이라며 "앞으로는 모든 개발자가 자신의 작은 AI 에이전트 군단을 거느리는 리더가 될 것이고, 일반적인 수준의 개발자는 AI가 충분히 대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지난해 발간한 'AI로 인한 노동시장의 변화와 정책방향' 보고서에 따르면, AI와 로봇 기술은 전체 일자리의 38.8%에서 이미 70% 이상의 업무를 대체할 수 있는 수준에 도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비율은 5년 뒤인 2030년까지 98.9%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또 현재 존재하는 일자리 가운데 89.8%는 전체 업무의 90% 이상을 AI가 수행할 수 있을 만큼 대체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맥킨지글로벌연구소는 미국에서 AI 발전에 따라 직무 전환이 필요한 인력 규모가 2030년까지 1200만명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맥킨지는 "근로자들의 직무 전환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대규모 직업훈련과 재교육 프로그램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AI 인재 확보는 '전쟁' 수준

감원 흐름과 달리 AI 인재 확보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시그널파이어(SignalFire)에 따르면, 주요 AI 연구소 인력의 20% 이상이 대형 기술 기업으로 이직한 것으로 나타났다.

채용 시장에서도 이러한 변화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채용 분석 기업 링크업(LinkUp)과 메릴랜드대학교의 공동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말 이후 미국 내 AI 관련 채용 공고는 68% 증가한 반면 전체 채용 공고는 17% 줄었다. 특히 AI를 활용하지 않는 기존 IT 직군의 채용 공고는 같은 기간 27% 감소했다. 보고서는 "AI 엔지니어와 AI 컨설턴트가 미국 내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직업군으로 자리 잡고 있다"고 설명했다.

AI 인재의 몸값도 이미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실제로 미국에서 AI 엔지니어의 평균 임금은 일반 엔지니어보다 약 5% 더 높고, 주식 보상 규모는 10~20%가량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단순히 연봉뿐 아니라 인센티브, 옵션, 복지 수준 등에서도 AI 인력은 '차별적 대우'를 받고 있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AI 인력은 부르는 게 값"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AI 인재 고평가의 배경에는 생성형 AI와 초거대 언어모델(LLM)을 둘러싼 기술 경쟁이 자리하고 있다. 기업들은 한정된 A급 인재를 선점하기 위해 억대 보너스를 내걸고 '입도선매' 경쟁을 벌이고 있다. 메타는 초지능 AI 개발을 위해 오픈AI, 구글 등 경쟁사 인력을 스카우트하며 최대 수억달러의 보상을 제시하고 있다. AI 기술을 직접 설계하고 통제할 수 있는 고급 인력에 대한 수요는 급증하고 있지만, 이른바 '톱티어' 인재는 전 세계적으로도 극히 소수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샘 올트먼 오픈AI CEO는 "메타가 우리 직원들에게 최대 100만달러의 입사 보너스와 그 이상의 연간 보상 패키지를 제안하고 있다"며 "이건 정말 미친 짓"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금융 서비스 기업 바이클래스의 애널리스트는 "100만달러 이상 규모의 유치 보너스와 장기 전속계약조차 더 이상 핵심 인재를 붙잡기엔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며 "최근의 초고액 제안과 인재 영입을 위한 인수(acqui-hire) 사례는 AI 인재 확보 경쟁이 갈수록 격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유진아기자 gnyu4@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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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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