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추가공격·이란 반격 의지… 장기화 우려
이란 남은 미사일 수 따라 보복강도 정해져
핵시설 완전 파괴가 개입 빨리 끝낼 조건
이란 주변국 공격, 해협봉쇄는 확전 도화선

미국의 이란 핵시설 파괴를 놓고 미국과 이란은 다른 말을 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폭격 사실을 처음 밝힐 때부터 '완전한 파괴'를 확언했다. 이튿날 기자회견에서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도 이란 핵시설 목표는 달성됐다고 했다. 반면, 이란은 핵시설의 지표면만 파괴되고 핵프로그램은 온전하다고 주장한다. 특히 피습 전 우라늄 농축물을 안전한 곳으로 옮겨 놨다고 했다.

◇핵시설 완전 파괴 못했다면 장기 소모전 우려

뉴욕타임스(NYT)와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미국 언론은 만약 핵시설이 적어도 부분적 파괴에 그치고 이란이 미국에 대해 보복에 나선다면 미국 입장에선 공격의 목적은 이루지 못하면서 중동 내 미군기지와 군인이 표적이 되는 결과를 낳게 된 것이라고 했다.

이란은 22일 국영 방송을 통해 발표한 성명에서 미국의 압력에 굴복하지 않고 핵 농축 프로그램을 지속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테헤란은 농축 우라늄이 이미 공개되지 않은 장소로 옮겨졌기 때문에 핵 프로그램의 핵심은 그대로 유지되었다고 주장했다. 미국과 대치를 계속 이어가겠다는 의미다.

이란의 말이 맞다면 이란은 비록 일방적 피습이란 수모를 당했지만 핵 비축량은 온존하면서 미국을 일방적인 공격자로 몰아가는 명분을 얻을 수 있다. 이 경우 이번 공격은 핵 개발을 막지 못하면서 오히려 이란 강경파를 더욱 과감하게 만들어 오히려 핵 개발로 내모는 결과를 낳았다고 볼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과 헤그세스 국방장관도 내심으로는 전면적 파괴엔 회의적 입장일지 모른다. 그에 따라 이란의 핵 프로그램에 대한 지속적인 군사적 대응을 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란의 핵 자산을 완전 무력화시키지 못하면서 공격이 지속되면, 장기 소모전으로 빠질 가능성이 높다.

◇이란, 미군기지 위협하며 보복 합법화 내세워

이번 공습 이후 이란은 중동 전역의 미군 시설이 이제 "정당한 표적"이라는 신호를 보내기 시작했다. 이란 혁명수비대(IRGC)는 이란의 주권에 대한 어떠한 공격도 비례적인 보복이 가능하다고 선언했다. 이라크, 시리아, 바레인에 있는 미군기지, 그리고 페르시아만의 미 해군 기지가 공격 타킷이 될 수 있다.

이란은 미국의 행위를 국제법 위반으로 규정함으로써 국내외적으로(적어도 수사적으로는) 이러한 반격 태세를 정당화할 수 있다. 그러잖아도 일부 비서방국들은 워싱턴의 일방적인 공습의 합법성과 타당성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고 있는 상황이다.

◇트럼프의 정권 교체 발언, 더 큰 갈등 신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2일 "이란을 위대하게 만들지 못하는 정권을 교체해서는 안 된다는 법이 어디 있느냐"는 글을 올렸다. 이번 공격이 이란의 정권교체를 위한 것이 아니라 핵시설을 제거하기 위한 것이라고 한 말을 바꾼 것이다. 물론 공습 이후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미국에 보복을 예고하고, 핵프로그램을 포기하지 않겠다고 밝힌 데 따른 강경 발언이다.

워싱턴의 목표가 핵 시설 해체에서 이란 정권 교체로 전환된다면, 양국의 대립은 훨씬 더 위험한 국면으로 접어든다. 테헤란에게 이는 핵개발 억제가 미국 등 서방의 최우선 관심사가 아니라 본심은 이란의 주권과 이슬람혁명 붕괴에 있다고 보게 만들고 더욱 첨예한 저항을 부를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성황 전개는 신정정치에 반대하지만 이란이 혼란에 빠지거나 외국의 점령에 휘말리는 것을 원치 않는 온건파 사이에서도 민족주의적 지지를 얻을 가능성이 높다. 반대 세력을 억누르고 IRGC에 더욱 힘을 실어주게 되는 것이다. 대외적으로는 헤즈볼라, 예멘 후티 반군, 이라크의 시아파 민병대와 같은 대리 세력을 활성화하는 자극제가 될 수도 있다.

◇이란의 주변국 위협, 지역 긴장 고조

이란은 22일 "미국에 공격 경로를 제공하는 국가는 우리가 공격할 정당한 권리가 있다"고 주장하며, 미국의 군사작전을 지원하는 국가에 대한 보복을 경고했다. 미국의 군사 자산을 주둔시키거나 직접적 또는 은밀하게 병참을 지원하는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요르단 등을 겨냥한다고 볼 수 있다.

이란이 이러한 주변국을 공격하기 시작하면 전장은 전 중동으로 확대될 우려가 있다. 이란의 미사일 능력에 우려를 표하는 걸프협력회의(GCC) 국가들은 미국의 더 밀착된 군사개입을 통해 방어를 요청할 가능성이 있다. 이러한 갈등 고조는 이란 위기를 본격적인 중동 전쟁으로 확대시켜 석유 수출을 교란하고, 세계 에너지 시장을 전면적 파국으로 몰고 갈 가능성이 있다. 또한 역내 대규모 난민 사태를 촉발할 위험이 있다.

◇미국이 직면한 전략적 과제

이란이 자발적으로 핵프로그램을 포기하지 않는 한 공습만으로는 이란의 핵 능력을 제거할 순 없다는 것이 핵전문가들의 일치된 분석이다. 이란 공습이 장기적 소모전으로 돌입할 경우 비서방세계의 비난을 부르고 막대한 재정적 군사적 비용을 초래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입지도 흔들린다.

나아가 미국은 비대칭전에 대비해야 한다. 이란은 대리전, 사이버공격, 해상 교란에 능숙하며, 이러한 전술은 전통적인 대응으로는 대응하기 어렵다. 특히 호르무즈 해협 봉쇄 카드는 이란이 비교적 소규모 군사적 자산만으로 실행할 수 있다. 지금은 호르무즈해협이 미국의 원유 도입 루트가 아니더라도 국제원유가 폭등은 미국 경제에도 피해를 입힌다.

이란과의 대결에서 결정적인 주도권을 잡지 못하면 그러잖아도 약화하고 있는 미국의 패권적 지위에 러시아와 중국이 더 맹렬히 도전하게 될 것이다. 결국 전술적 공습으로 시작된 이번 작전이 전략적 수렁으로 빠질 우려가 있다.

이규화기자 david@dt.co.kr

미국이 공습한 다음 날인 22일(현지시간) 이란 포르도 핵시설을 촬영한 위성사진에서 GBU-57 벙커버스터 폭탄이 떨어져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구멍들이 보인다. 총 6개의 구멍이 2개 지점에 3개씩 모여 있다. AP 연합뉴스
미국이 공습한 다음 날인 22일(현지시간) 이란 포르도 핵시설을 촬영한 위성사진에서 GBU-57 벙커버스터 폭탄이 떨어져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구멍들이 보인다. 총 6개의 구멍이 2개 지점에 3개씩 모여 있다.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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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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