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23일 열린 이창용(앞줄 왼쪽 다섯번째) 한국은행 총재 초청 은행장 간담회에서 조용병(〃 네번째) 은행연합회장 등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있다. [은행연합회 제공]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23일 열린 이창용(앞줄 왼쪽 다섯번째) 한국은행 총재 초청 은행장 간담회에서 조용병(〃 네번째) 은행연합회장 등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있다. [은행연합회 제공]
새 정부가 출범한 후 국내 은행장들이 첫 회동에 나섰다. 이재명 정부가 주문한 가계대출 관리 강화, 디지털금융 가속화 대응, 배드뱅크 운영 등 산적한 금융권 현안을 논의하기 위해 머리를 맞댄 것이다. 업계에선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 발행 속도가 빨라지면서 이와 관련된 의견도 교환했을 것으로 전망했다.

은행연합회는 23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초청 간담회를 열고 조용병 은행연합회장, 18개 은행장(농협·신한·우리·하나·기업·국민·한국씨티·수협·신용보증기금·iM뱅크·부산·광주·제주·전북·경남·기술보증기금·케이뱅크·카카오·토스뱅크)과 금융 현안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간담회에서 이 총재와 은행장들은 급변하는 대내외 경제 환경과 지정학적 갈등, 내수 회복 지연 등 리스크 요인에 대한 인식을 공유했다. 가계부채 관리, 실물경제 지원, 금융시장 안정 등 은행산업 주요 현안에 대해서도 다양한 의견을 교환했다.

특히 가계대출 급등세가 핵심 의제로 떠올랐다. 수도권 주택 가격이 빠르게 오르고 코스피지수도 3000선을 넘어서면서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 열기가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가계대출은 이달에만 벌써 4조원 가까이 불어났다. 하루 평균 약 2102억원씩 증가했는데 이는 지난해 8월(3105억원) 이후 10개월 만에 가장 크다. 이 속도가 유지되면 이달 말까지 6조3000억원 정도 가계대출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월간 증가 규모도 역대 최대였던 작년 8월(+9조6259억원) 이후 최대 기록을 세울 가능성이 크다.

오는 7월 시행을 앞둔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3단계와 함께 가계부채 증가 우려에 대한 논의가 자연스럽게 이뤄질 전망이다. 은행권은 지난해에 이어 대출총량 관리 기조에 맞춰 일부 은행이 가산금리를 인상하거나 대출 규제를 강화하는 추세다.

이 총재는 "최근 가계부채 상황에 대한 설명과 함께 금리인하 기조하에 주택시장, 가계대출 관련 리스크가 재확대되지 않도록 은행권의 안정적인 가계부채 관리가 중요한 시기"라고 강조했다.

이에 조 협회장은 "가계부채 관리와 금융시장 안정을 위한 한은의 정책에 적극 협력하며, 경제의 혈맥으로서 은행권 본연의 역할도 충실히 수행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최근 디지털 금융 환경 변화에 대응한 은행권의 전략에 대해서도 의견을 교환했다. 앞서 연합회는 정부에 은행의 비금융 진출 확대를 위한 방안으로 '디지털자산업' 진출 허용을 제안했다. 스테이블코인 발행 근거를 마련한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디지털자산기본법 제정안'을 언급한 은행들은 "은행법 개정을 통해 은행 겸영업무에 디지털자산기본법에서 정의된 디지털자산업을 추가하고, 투자 가능한 핀테크 업체의 범위에 디지털자산, 블록체인 기업을 추가해달라"고 정부에 요청했다.

금융권에선 이날 이 총재가 은행권에 '프로젝트 한강' 2단계 실험 참여를 독려할 것으로 관측했다. 앞서 이 총재는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필요하지만 비은행이 발행하는 것을 허용할지는 고민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현재 디지털화폐(CBDC) 실거래 실험으로 출범한 프로젝트 한강은 현재 1단계로 송금·지급 기능 검증이 이뤄지고 있다. 연말 예정된 2단계에서는 바우처 프로그램과 송금 기능이 확대된다. 현재 8개 은행(IBK기업·KB국민·NH농협·수협·신한·우리은행·IM뱅크·케이뱅크)이 '오픈블록체인·DID협회'에 참여해 스테이블코인 발행 기술 구축 및 정책 대응방안 등을 함께 모색 중이다.

새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배드뱅크 관련 내용도 이사회 안건에 포함됐을 전망이다. 배드뱅크는 정부가 소상공인·취약계층의 재기를 지원하기 위해 1조4000억원의 재정을 투입, 143만명을 대상으로 '특별 채무조정 패키지'를 추진하는 것이다. 7년 이상 연체된 개인 채무자들의 5000만원 이하 빚을 탕감해주고, 코로나19와 고금리 부담 등으로 어려움에 처한 자영업자·소상공인의 채무를 조정한다.

연합회는 지난 19일 국정기획위원회에 경제 선순환 촉진, 금융소비자 보호 강화, 금융산업 혁신, 금융회사 자율경영 기반 강화 등 내용을 담은 '경제 선순환과 금융산업 혁신을 위한 은행권 제언' 최종 보고서를 전달했다.

은행권은 소상공인 자영업자 지원과 관련해 2조9942억원 규모의 보증기관 출연, 1조5000억원 규모의 이자 환급, 코로나19 대출 만기연장·상환유예 등 지난해 실시한 다양한 금융지원을 소개했다. 그러면서 소상공인에 대해 맞춤형 종합서비스를 제공하는 전문기관인 '소상공인 금융공사(가칭)' 설립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새 정부가 추진하는 '배드뱅크' 설립에 대해 연합회는 "정부가 주도하는 기금을 설립하고 금융권이 채권매각 등을 통해 적극 협조하는 비상시적 기구 형태로 운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상환 능력 기반의 선별적 지원을 원칙으로 사회적 취약계층, 장기.소액연체자 등에게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주형연기자 jhy@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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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형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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