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23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제1차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23일 단행한 장관 후보자 인선에는 이재명 대통령 특유의 실용 인사 기조가 그대로 담겨져 있다. 64년 만의 문민 국방장관은 물론 전문성이 필요한 분야에는 기업인 출신을 발탁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보수·진보 진영 구분 없이 전임 정부 인사라도 유임을 결정하는 등 오로지 성과와 실력으로 판단하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먼저 눈에 띄는 인사는 더불어민주당 5선 의원으로 국방부 장관에 지명된 안규백 후보자다. 만일 안 후보자가 최종 임명된다면 5·16 이후 64년 만의 문민 국방 장관 탄생이다. 이 대통령은 대선 후보자 시절 12·3 비상계엄으로 실추된 대한민국 군의 위상을 회복하고 국민 신뢰를 되찾겠다는 취지로 문민 장관 인사 철학을 내비친 바 있다. 안 후보자는 여의도에 입성한 이후 일부 기간을 제외하면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내리 활동한 '국방통'으로, 국방·안보 정책 분야에서 전문성을 갖췄다는 평가다.
윤석열 정부에서 임명된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의 유임도 깜짝 인사다. 송 장관은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서 농업·농촌 정책 방향을 연구해온 전문가로 2023년 12월 29일 윤석열 정부의 두 번째 농식품부 장관으로 임명된 바 있다. 송 장관의 유임은 이례적인 것을 넘어 놀랍다는 게 대체적인 반응이다. 정권과 여당이 전부 바뀌었는데 전임 장관을 유임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인 데다 송 장관이 지난해 11월 당시 민주당 주도로 국회를 통과한 양곡관리법과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 안정법(농안법), 농어업재해대책법, 농어업재해보험법 개정안 등에 반대 의사를 내비쳤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대통령의 국정기조인 화합과 실용주의가 송 장관의 유임을 결정한 배경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전문성이 필요한 분야에는 현장 경험을 보유한 기업인·전문가 출신을 대거 지명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에 배경훈 LG AI연구원 원장,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에 한성숙 네이버 고문을 각각 발탁한 게 대표적이다. 배 후보자의 경우 인공지능(AI) 학자이자 기업가로서 초거대 AI 상용화 등으로 은탑산업훈장을 받았다. 앞서 임명한 내이버 출신의 하정우 AI미래기획 수석과 함께 AI 국가 경쟁력을 높이는 데 기여할 것으로 관측된다. 한 후보자는 2007년 네이버(당시 NHN)에서 근무하며 검색품질센터장, 서비스본부, 서비스총괄이사 등 주요 보직을 지냈다. 2017년 3월에는 인터넷 업계 최초 여성 최고경영자(CEO) 자리에 올라 스마트폰 보급 시기 네이버의 모바일 전환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네이버가 기존 포털·검색 기반에서 '이커머스 강자'로 발돋움 하는 데도 영향력을 발휘했다. 대통령실은 또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에는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을 역임한 김영훈 한국철도공사 기관사를 지명했다.
이 밖에 대통령실은 통일부·환경부·국가보훈부·여성가족부·해양수산부 장관에는 모두 정치인 출신을 지명했다. 외교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한 조현 전 외교부 1차관은 관료 출신이다.윤선영기자 sunnyday72@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