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은 임기 쇄신 의지 보여드리겠다" 김용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3일 지역 순회 일정으로 강원도를 찾았다. 오는 30일 임기 종료를 앞뒀지만 6·3 대선 패배 이후 3주째 당의 쇄신·혁신 논의가 제자리걸음을 하자 지역을 순회하며 동력을 확보하려는 포석으로 읽힌다.
김 위원장은 이날 오후 김진태 강원특별자치도지사를 예방한 뒤 지역 주재 기자들과 간담회를 하고 한국지질자원연구원 탄소광물화파일럿 방문에 나섰다. 지난 21일 제주, 전날 인천에 이은 세 번째 민심 청취 일정으로 김 위원장은 잇따라 지방자치단체장과 회동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김 지사와의 만남에서 당 개혁안을 둘러싼 공감대를 확인했다. 김 위원장은 김 지사와의 회동 이후 열린 강원도 언론 기자간담회에서 "국민의힘이 이번 대선에서 패배했고 많은 국민들께 실망을 안겨드렸지만 중요한 것은 반성하고 변화하고 개혁하겠다는 의지이기 때문에 그런 방향성을 이어가 달라는 이야기가 있었다"고 전했다.
이어 "구체적으로 제가 앞서 제시한 5대 개혁안의 경우 각론으로 들어가면 이견이 있을 수는 있겠지만 전체적인 방향성 자체에는 동의하며 특히 상향식 민주주의와 관련해 민주주의 발전에 많은 영향이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이 김 지사를 비롯한 지자체장과 연쇄 만남을 추진하고 지역 민심을 청취하는 것은 개혁 동력을 원외에서 이어가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앞서 △9월 초까지 전당대회 개최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반대 당론 무효화 △대선 후보 교체 진상 규명과 합당한 책임 부과 △당심·민심 반영 절차 구축 △지방선거 100% 상향식 공천 등을 골자로 한 5대 개혁안을 제시한 바 있다. 그러나 이를 두고 당내 초·재선 의원과 송언석 원내대표를 포함한 구 주류 세력 사이에 의견이 엇갈리는 상태다. 김 위원장은 본인이 제안한 5대 개혁안과 관련해 당원 여론조사를 즉각 실시하자고 주장하지만 송 원내대표는 원내에 혁신위원회를 꾸려 논의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를 고려하면 5대 개혁안의 불씨가 꺼져가는 상황에서 쇄신·혁신의 명분을 쌓아 당내 구주류를 압박하려는 움직임로 풀이된다.
김 위원장의 임기는 오는 30일까지다. 그는 "남은 임기 동안 당원 여론조사를 실시해서 5대 개혁안에 대한 의사를 묻고 관철시키는 것이 최선의 방안"이라며 "차선책으로는 당내 의원들이 개혁에 대한 총의를 모아가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김 위원장의 행보를 둘러싸고 오는 8월 열릴 것으로 관측되는 전당대회에 출마하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다만 그는 "전국의 민심을 듣기 위해 각 지역을 방문하는 것을 가지고 몇몇 의원들이 전당대회 출마와 연결짓는 것 같은데 그런 이유가 아니다"라며 "지난 대선 과정에서 저희가 미처 챙기지 못했던 부분들과 지역 과제들을 지키겠다라는 약속의 의지를 보여드리려는 차원"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지금 상황과 상태, 당이 개혁에 대한 부분을 계속 미루거나 변화할 생각이 없다면 전당대회에 출마할 생각이 없다"며 "남은 임기 동안 중요한 것은 개혁의 의지, 과거에 잘못했던 것을 처절하게 반성하고 변화하겠다는 쇄신의 의지를 보여드리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남은 기간 그러한 것들을 관철해 내지 못한다면 다음 지도부가, 원내대표 권한대행 체제일지 새로운 비대위가 들어설지는 잘 모르겠지만 개혁의 동력을 꺼지지 않고 이어가게 할 수 있게 하는 것까지가 제 역할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김 위원장은 24일에는 김두겸 울산시장과 오찬을 할 예정이고 25일에는 충청권을 방문해 지자체장과 만날 것으로 알려졌다.윤선영기자 sunnyday72@dt.co.kr
김용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3일 강원 춘천시 강원특별자치도청을 방문해 김진태 지사와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