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23일 11명의 장관 후보자를 지명했다. 기업출신에서 발탁된 후보자와 진영을 넘어 유임되거나 지명된 장관 후보자, 첫 비 군 출신 국방부 장관 후보자, 민주노총위원장 출신 노동부 장관 등 파격 인사와 함께 민주당 출신 인사들이 다수 이름을 올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대통령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한 배경훈 LG AI 연구원장은 1976년생 서울출생으로 서울 대신고와 광운대 전자물리학과를 졸업했고, 같은 대학교에서 전자공학으로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미국 컬럼비아 서던대 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MBA)를 취득했다. 삼성탈레스와 SK텔레콤 미래기술원 등을 거쳐 2016년 LG그룹에 합류한 뒤 LG그룹의 중장기 AI 전략 수립과 비즈니스 모델 발굴 등을 맡고 있다. 특히 초거대 AI 모델 엑사원을 개발한 '일등공신'으로 꼽힌다.
조현 장관 후보자의 경우 1957년생 전북 김제 출신으로 전주고와 연세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한 뒤 콜럼비아대학교 국제관계학 석사, 프랑스 정치대학 국제정치학과 석사, 툴루즈 제1대학교 정치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객원교수와 주오스트리아, 인도 대사, 외교부 제1, 2차관을 거쳐 외교부 주유엔대한민국 대표부 특명전권대사를 맡았다. 강훈식 대통령실 비서실장은 "외교부 1, 2 차관을 역임하며 양자·다자 외교 경험이 풍부하다"면서 " 외교부 경제부 국장을 경험한 통상 문제에도 밝은 분으로, 중동분쟁 등 당면 현안 적극 대처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했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 후보자는 1953년생 전북 순창 출신으로 전주고와 서울대 국사학과를 졸업했고, 1978년 MBC 보도국에 입사해 18년간 기자 생활을 하다가 1996년 제15대 국회의원으로 정치권에 입문했다. 5선 국회의원에 2007년 제17대 대선에서 대통합민주신당 대선후보로 출마했던 중량감 있는 정치인이다. 과거 노무현 정부에서 통일부 장관을 한차례 지냈고, 김정일을 독대한 경험이 있는 북한통으로 꼽힌다. 강 비서실장은 "누구보다 풍부한 경험과 한반도 평화에 대한 확고한 철학을 가진 인물"이라며 "북한과 대화 여건을 조성하고 한반도 긴장 완화의 돌파구를 마련할 적임자"라고 했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 후보자는 지난 1961년 이후 64년 만에 민간 출신 국방장관이어서 주목된다. 1961년생인 안 후보자는 전북 고창 출신으로, 광주 서석고와 성균관대 철학과를 졸업했고, 같은 대학교에서 무역대학원 무역학 석사를 수료했다. 18대 국회부터 내리 5선을 하는 과정에서 상당 기간을 국회 국방위에서 활동, 이재명 정부에서는 군에 대한 이해도가 풍부하다고 판단했다. 강 비서실장은 "계엄에 동원된 군의 변화를 책임지고 이끌어나갈 것"이라고 했다.
국가보훈부 장관에 권오을 대한민국헌정회 부회장이 지명됐다. 권오을 후보자는 1957년 경북 안동 출생으로 경북고와 고려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했고, 고려대 정책대학원 경제개발 석사 학위를 받았다. 옛 통합민주당 소속으로 경북 안동 국회의원으로 출마해 당선됐고, 이후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 소속으로 3선(15~17대)를 달성했으며 국회사무총장 등을 지냈다. 보수정당 내에선 개혁성향으로 분류됐던 그가 민주당 제21대 대선 선거대책위원회 국민대통합위원장단에 합류하면서 눈길을 모았다. 대통령실은 "지역과 이념을 넘어 '특별한 희생에 특별한 보상'이란 보훈의 의미를 살리고, 국민통합을 이끌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환경부 장관엔 현역 3선인 김성환 민주당 의원이 내정됐다. 김성환 후보자는 1965년 전남 여수 출신으로 한성고, 연세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연세대 행정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노무현 정부 시절 청와대 정책조정비서관을 지냈고, 민선 5기·6기 서울 노원구청장, 20~22대 내리 3선 국회의원(노원을) 역임했다. 그는 민주당 정책위의장, 원내정책수석부대표 등을 지낸 정책통으로 꼽힌다. 대통령실은 "김 후보자는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에서 활동하는 등 미래환경문제를 지속적으로 고민해왔다"며 "'기후위기는 모두의 생존 위기'란 대통령의 문제의식을 잘 이해하고 그동안 입법 경험을 바탕으로 환경 문제에 적극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고용노동부 장관엔 김영훈 후보자가 내정됐다. 김영훈 후보자는 1968년 부산 출생으로 마산 중앙고와 동아대 축산학과를 졸업했다. 성공회대 NGO대학원에서 정치정책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1992년 철도기관사로 철도청에 입사한 그는 2004년 철도노조 위원장에 당선됐고, 2010~2012년 9대 민주노총 위원장을 지냈다. 2017~2020년 정의당(민주노동당 전신) 노동본부장을 맡았고 20대 대선 민주당 이재명 캠프 노동위원회에 참여했다. 최근까지 철도기관사로 일하며 부산지방노동위 공익위원을 맡고 있었다. 대통령실은 "산업재해 축소, 노란봉투법 개정, 주 4.5일제 등 일하는 사람들의 권리를 강화하는 역할을 해줄 것"이라고 기대를 전했다.
여성가족부 장관엔 민주당 의원이자 국정기획위원회 사회 1분과 위원 활동 중이던 강선우 후보자가 이름을 올렸다. 1978년 대구 출생인 강선우 후보자는 경상여고와 이화여대 영어교육학과를 졸업했다. 이화여대에서 소비자인간발달학 석사과정과 미국 위스콘신대 메디슨캠퍼스 대학원에서 인간발달 및 가족학과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그는 2016년 민주당 부대변인으로 정치를 시작한 뒤 서울 강서갑 21대·22대 국회의원에 당선됐다.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상임위원, 민주당 원내부대표와 대변인 등을 지냈고 친명(親이재명) 최대 외곽조직으로 불리는 더민주전국혁신회의 공동상임대표를 맡고 있다. 대통령실은 "강 후보자는 국회 보건복지위 간사 및 여성가족위 위원 등을 거치며 사회적 약자의 권익 보장을 위해 활동해온 정책전문가"라며 "소통과 경청을 바탕으로 우리 사회의 갈등 문제를 해결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명 정부의 초대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전재수 민주당 의원은 부산 유일의 민주당 의원이자 3선 중진이다. 정 후보자는 1971년 경남 의령에서 출생해 부산에서 학창 시절을 보냈다. 동국대 역사교육과 및 동 대학원 정치학과를 졸업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입법보좌관으로 정치계에 입문한 그는 노무현 정부 청와대에서 국정상황실·경제수석실 행정관 등을 거쳐 영부인을 담당하는 제2부속실장을 지냈다.
민주당의 험지로 불리는 부산에서 3선에 오르기까지 전 의원은 많은 고난을 감내했다. 2006년 제4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북구청장 후보로 출마했다가 낙선했고, 2008년과 2012년 18·19대 총선에서 부산 북·강서갑(현 북구갑)에 출마했으나 모두 낙선했다. 그러다 2016년 20대 총선에서 재선 현역의원이던 박민식 전 국가보훈부 장관을 꺾고 국회에 입성했다. 이후 이 지역에서 세 번 연속 당선됐다. 이번 대선에서는 이재명 후보 캠프에서 북극항로개척추진위원장을 맡았고 이재명 대통령의 주요 공약인 북극항로 개척과 해수부 부산 이전을 추진할 인재로 꼽혔다.
이재명 정부의 초대 중기부 장관 후보자는 한성숙 네이버 고문이 지명됐다.
한 후보자는 경기도 의정부 출생으로 1989년 숙명여대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하고 기자 생활을 했다. 1994년에는 지식발전소 이사직으로서 활동했으며 엠파스 창업멤버로 2006년 7월까지 엠파스 검색사업본부장을 맡았다.
이후 2007년 네이버 전신인 NHN에 합류해 검색 품질센터 센터장, 서비스 본부장, 서비스 총괄이사 등 주요 보직을 역임했다. 2017년 3월엔 네이버 대표에 올랐고 2022년 3월 물러나 유럽 사업개발 대표를 맡았다. 올해 초에는 고문으로 위촉됐다.
한 후보자는 스마트폰이 보급되던 시기부터 네이버를 모바일 플랫폼에 특화시켰고, 글로벌 서비스 확장에 일조하는 업적을 남겼다는 평가를 받는다. 내부에서는 열려있는 커뮤니케이션 능력과 합리적인 리더십을 지닌 인물이라는 평이 나온다.
농식품부 장관은 이날 공개된 인선 가운데 유일하게 새로 지명되지 않고 현 장관이 유임됐다. 과거 이명박 정권에서 박근혜 정권으로 바뀔 당시, 김관진 국방부 장관이 유임된 적은 있지만 당이 바뀌었는데도 장관직이 유임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967년생인 송 장관은 충남 논산 출신으로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부원장, 농업관측 센터장 등을 역임했다. 이화여대 정치외교학과와 서울대 도시계획학 석사, 서울대 행정학 박사 등을 거쳤다. 송 장관은 새 정부 출범 직후 열린 첫 국무회의에서 농정 현안과 물가, 재해 대응 등을 주제로 이재명 대통령과 장시간 대화를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그간 송 장관은 민주당이 주도한 농정 관련 법안에 다소 비판적인 입장을 보여왔다. 특히 양곡관리법 개정안, 농산물가격안정법, 한우산업법 등에 대해 "시장 질서를 해칠 수 있다"며 반대 의사를 밝혀 와 이번 인사가 '의외'라는 평가도 받는다.
이재명 정부의 신임 국무조정실장에 발탁된 윤창렬 LG글로벌 전략개발원장은 국무총리실에서 공직 생활 대부분을 보낸 행정 전문가다.
윤 실장은 1967년 강원 원주시 출신으로 원주 대성고와 서울대 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 행정대학원 석사를 수료했다. 미국 아메리칸대 행정학 석사 학위도 받았다.
행정고시 34회로 공직에 입문한 윤 실장은 국무총리비서실과 국무조정실에서 업무를 해 왔다. 국무조정실에서 일반행정정책관, 교육문화여성정책관, 정책평가관리관을 거쳐 2013년 주말레이시아대사관 공사로 부임했다가 다시 총리실로 복귀해 국정과제관리관, 의전비서관을 지냈다.
이후 국무조정실 사회조정실장, 국정운영실장을 거쳐 문재인 정부 당시 청와대 사회수석으로 임명됐다. 윤 실장은 국무조정실 사회조정실장으로 재임하면서 코로나19 방역 초기 대응을 주도하기도 했다. 총리실 업무에 특화됐으며 내부 직원들과 커뮤니케이션도 원활하다고 평가돼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의 이력과 맞닿아 있어 임명했다는 평가도 있다.임재섭·한기호·안소현기자 yjs@dt.co.kr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이 23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장관 후보자 지명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