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이란 핵 시설 공습에 대한 보복으로 호르무즈 해협 봉쇄 가능성이 커지자, 한국석유공사는 비축유 긴급 방출 태세 점검에 나섰다.
석유공사는 김동섭 사장 주재로 석유위기대응 긴급 점검회의를 열고, 호르무즈해협 봉쇄 등 중동정세 악화에 따른 석유수급 위기에 대한 대응체계를 점검했다고 23일 밝혔다.
공사는 정부의 석유수급 위기 대응 체계에 맞춰 자체적으로 총괄반, 전략비축확보반, 국제공동대응반, 해외원유도입반 등으로 구성된 '석유위기대응 상황반'을 가동 중이다.
지난 22일 미국의 이란 핵 시설 직접 타격 이후 상황반은 24시간 체제로 전환됐다. 국제 유가 변동과 국내외 석유시장 동향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으며, 단계별 대응조치 방안도 점검을 마쳤다.
석유공사에 따르면 정부와 민간을 합쳐 총 206.9일분의 비축유를 보유하고 있다. 이는 국제에너지기구(IEA) 권고 기준인 90일분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이 중에서 석유공사는 전국 9개 비축기지에 총 116.5일분의 정부비축유를 관리하고 있다.
공사는 국내 원유도입 차질, 민간 원유재고 급감 등 석유수급 위기 발생 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즉시 정부비축유 방출이 가능한 긴급 대응태세를 완비하고 있다.
앞서 공사는 1991년 걸프전, 2005년 허리케인 카트리나, 2011년 리비아 사태, 2022년 고유가 대응 및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총 5차례에 걸쳐 국제에너지기구(IEA) 등과 공조해 정부 비축유를 방출한 바 있다. 정부가 긴급 방출을 결정하면, 석유공사는 정유사에 배정된 물량을 송유관이나 유조선을 통해 즉시 공급하게 된다.
아울러 공사는 중동 산유국의 국영석유사를 포함한 7개사와 2313만 배럴 규모의 국제공동비축 계약을 체결하고 있다. 원유 수급 불안 등 에너지 위기 발생 시, 최대 계약물량까지 우선구매권을 행사해 국내 도입이 가능하다. 공사는 해외에서 생산 중인 자체 원유는 물론, 해외 파트너사 물량 일부도 비상시 도입할 수 있도록 다층적 수급 위기 대응 체계를 구축해두고 있다.
이날 점검회의에 이어, 경영진은 비축유 방출 태세를 직접 확인하기 위한 긴급 현장 점검에 나선다. 이와 함께 정유사·대한송유관공사 등 관계기관과 회의를 열고, 방출 세부 실행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김동섭 석유공사 사장은 점검회의에서 "에너지 위기 발생 시 정부 지시에 따라 비상조치방안을 즉각 실행할 수 있도록 다시 한번 모든 요소를 세부적으로 점검해야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