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이란 공습 관련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국민 연설 방송을 시청하고 있다. 연합뉴스
22일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이란 공습 관련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국민 연설 방송을 시청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이 이란 현지시간으로 일요일 새벽에 이란 핵시설에 대한 선제 폭격을 감행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포르도, 나탄즈, 이스파한 등 세 곳에 대한 공습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B-2 스텔스 폭격기가 동원됐고, 최신 벙커버스터가 투입됐다. 미국이 이란 본토를 때린 건 1979년 이란 혁명 이후 처음이다. 이에 이란이 보복하면서 중동 정세가 일촉즉발의 전면전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이란은 미국의 공습이 끝나자 이스라엘을 향해 탄도미사일 20~30발을 발사했다. 앞으로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거나, 역내 반미 무장세력을 통해 간접 대응에 나선다면 중동 전역은 물론, 전세계 경제·안보 질서의 근간이 흔들릴 것이다.

한국은 전체 원유 수입의 70% 이상을 중동에 의존하고 있으며, 그 상당수가 호르무즈 해협을 거친다. 해상 물류가 차단되면 산업 전반에 걸쳐 직격탄을 맞게 된다. 그뿐 아니라 미국이 동맹국들에 군사적·외교적 연대를 요구할 경우, 한국 역시 일정한 '동맹의 몫'을 부담해야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볼 수 있듯이 무기 지원, 대이란 제재 참여 등과 유사한 형태의 요청이 올 수 있다는 뜻이다. 더욱이 이번 사태는 북핵 문제와도 연결돼 있다. 미국이 이란 핵시설을 타격함으로써 '핵은 숨겨도 무력화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국제사회에 각인시켰다. 북한은 자신도 동일한 선제 타격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을 더욱 강화할 것이며, 한국은 그 최전선에서 예측 불가능한 도발에 직면할 수 있다.

지금 세계는 말 그대로 '백척간두'(百尺竿頭)에 서 있다. 한 발만 잘못 디뎌도 미증유의 격랑으로 빠져들 수 있는 지정학적·경제적 위기 국면이 동시에 진행 중이다. 더 이상 강 건너 불 구경하듯 사태를 바라봐선 안 된다. 지금 정부가 해야 할 일은 분명하다. 무엇보다 에너지 수급, 물가 안정, 산업 공급망 관리에 대한 선제적 시나리오를 마련해야 한다. 중동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를 가정한 대응책을 신속히 가동해야할 것이다. 둘째로는 외교·안보 라인을 조속히 정비하고, 주요국과의 외교 채널을 가동해 한반도 위기 관리의 주도권을 확보해야 한다. 경제와 안보에 물 샐 틈 없는 대응 태세를 갖춰야 할 때다. 준비된 정부만이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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