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이란의 핵시설을 직접 타격하면서 정부는 물론 산업계도 비상 대응 체제에 돌입했다. '세계의 화약고'로 불렸던 중동 정세가 미국의 개입으로 얼마나 더 확전될지 또는 조기 수습될지 현재로서는 가늠할 방도가 없다.
단기적으로는 중동발 석유 공급 차질로 유가와 물류비 부담이 가중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미국발(發) 관세전쟁보다 더한 글로벌 경기 침체에 직면하게 된다. 국제유가와 원·달러 환율 상승에 따른 물가 상승은 물론 수출과 기업 수익성, 소비심리, 금융 시장 등 거시 지표 전반에 '하방 압력'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22일 오후 3시 30분 이형일 기획재정부 장관 직무대행 1차관 주재로 중동 사태 관련 관계기관 비상대응반 회의를 비공개로 열었다. 관계 기관은 중동 전쟁 확전이 한국 경제에 미칠 파급 효과와 대응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차관은 "금융·에너지·수출입·해운물류 등 부문별 동향을 24시간 점검하고, 필요시 상황별 대응계획을 신속히 시행하겠다"고 말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이에 앞서 이날 오후 3시에 최남호 2차관 주재로 종합상황점검회의를 했고, 외교부도 사태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주요 기업 경영진과 경제단체들도 실시간으로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주요 대기업들은 이미 이스라엘 주재원들을 인접한 요르단으로 대피시키는 등 현지 직원들의 안전을 확보한 상태다.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정유·석유화학업계는 국제유가 급등과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따른 물류 차질 등을 우려하고 있다. 국제유가는 이미 치솟는 중이다. 지난 13일 기준 배럴당 74.23달러였던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선물 가격은 지난 20일 기준 76.84달러로 올랐고, 브렌트유 선물 가격도 같은 기간 74.23달러에서 77.01달러로 급등했다.
대한석유협회 관계자는 "우리나라로 오는 원유 수송량의 상당 부분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하는데 이곳이 폐쇄되면 공급 차질과 유가 상승이 나타날 것"이라며 "이란 원유를 공급받는 중국, 인도 역시 수급이 불안정해지면 유가가 더 뛸 수 있다"고 말했다. 호르무즈 해협은 세계 원유 수송의 35%, 액화천연가스(LNG)의 33%가 통과하는 곳으로, 한국으로 오는 중동산 원유의 99%가 이곳을 통과한다. 정부는 당장 에너지 수급에는 차질이 없을 것으로 보고 있지만, 장기화 될 경우를 대비해 여려 대안을 논의 중이다.
이 같은 유가상승은 수출은 물론 내수까지 한국 경제 전반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 물류비와 원자재 가격이 오르며 수입 물가 전반을 끌어올리고, 이는 곧 소비자물가지수(CPI)에 반영돼 국내 인플레이션 압력을 키우게 된다.
리서치업체 MST 마퀴의 사울 카보닉 에너지 분야 수석 애널리스트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미국의 공격은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거나 걸프 지역 석유 인프라를 공격하는 등의 방식으로 대응할 수 있는 위협을 키운다"며 "이란이 앞서 위협했던 대로 대응에 나설 경우, 유가는 배럴당 100달러에 이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원·달러 환율 상승도 복병이다. 전통적으로 글로벌 위험 회피 심리가 커지면 달러 강세가 나타나는 만큼, 중동발 긴장이 지속될 경우 원화 가치가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 환율 상승은 수입 제품의 원가를 추가로 끌어올려 또다시 물가를 자극하는 이중 부담을 초래할 수 있다.
기업들의 수익성도 위협받는다. 특히 제조업을 중심으로 원자재 수입 의존도가 높은 산업은 비용 상승 압력이 커질 수밖에 없다. 경기가 부진한 가운데 마진이 줄어들면 투자 여력도 위축돼 성장 동력이 떨어질 수 있다.
내수 경기에 미치는 파급도 무시할 수 없다. 국제 정세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가계의 소비심리가 위축되고, 이는 한국 경제의 하반기 성장률 회복에도 제동이 걸릴 수 있다.
김태환 에너지경제연구원 석유정책연구실장은 "미국의 직접 개입은 지정학적 리스크를 키우는 요인으로 단기적으로는 유가와 금융시장의 변동성을 확대시킬 가능성이 크다"며 "이란 하메네이 체제가 붕괴될 경우 국가 기능 전반이 마비되며 석유 생산을 포함한 대부분의 산업 활동이 중단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 리비아 내전 당시 정권 붕괴와 함께 에너지 인프라가 사실상 멈추며 브렌트유가 110달러를 돌파하며 국제유가가 급등했던 전례가 있다"며 "유가가 급등하면 한국 경제에 직격탄이 될 수 밖에 없고, 무역수지 흑자 폭이 줄어 물가(유가) 안정 대책이 필요하므로 지정학적 리스크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박한나기자·세종=원승일기자
park27@dt.co.kr
단기적으로는 중동발 석유 공급 차질로 유가와 물류비 부담이 가중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미국발(發) 관세전쟁보다 더한 글로벌 경기 침체에 직면하게 된다. 국제유가와 원·달러 환율 상승에 따른 물가 상승은 물론 수출과 기업 수익성, 소비심리, 금융 시장 등 거시 지표 전반에 '하방 압력'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22일 오후 3시 30분 이형일 기획재정부 장관 직무대행 1차관 주재로 중동 사태 관련 관계기관 비상대응반 회의를 비공개로 열었다. 관계 기관은 중동 전쟁 확전이 한국 경제에 미칠 파급 효과와 대응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차관은 "금융·에너지·수출입·해운물류 등 부문별 동향을 24시간 점검하고, 필요시 상황별 대응계획을 신속히 시행하겠다"고 말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이에 앞서 이날 오후 3시에 최남호 2차관 주재로 종합상황점검회의를 했고, 외교부도 사태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주요 기업 경영진과 경제단체들도 실시간으로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주요 대기업들은 이미 이스라엘 주재원들을 인접한 요르단으로 대피시키는 등 현지 직원들의 안전을 확보한 상태다.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정유·석유화학업계는 국제유가 급등과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따른 물류 차질 등을 우려하고 있다. 국제유가는 이미 치솟는 중이다. 지난 13일 기준 배럴당 74.23달러였던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선물 가격은 지난 20일 기준 76.84달러로 올랐고, 브렌트유 선물 가격도 같은 기간 74.23달러에서 77.01달러로 급등했다.
대한석유협회 관계자는 "우리나라로 오는 원유 수송량의 상당 부분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하는데 이곳이 폐쇄되면 공급 차질과 유가 상승이 나타날 것"이라며 "이란 원유를 공급받는 중국, 인도 역시 수급이 불안정해지면 유가가 더 뛸 수 있다"고 말했다. 호르무즈 해협은 세계 원유 수송의 35%, 액화천연가스(LNG)의 33%가 통과하는 곳으로, 한국으로 오는 중동산 원유의 99%가 이곳을 통과한다. 정부는 당장 에너지 수급에는 차질이 없을 것으로 보고 있지만, 장기화 될 경우를 대비해 여려 대안을 논의 중이다.
이 같은 유가상승은 수출은 물론 내수까지 한국 경제 전반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 물류비와 원자재 가격이 오르며 수입 물가 전반을 끌어올리고, 이는 곧 소비자물가지수(CPI)에 반영돼 국내 인플레이션 압력을 키우게 된다.
리서치업체 MST 마퀴의 사울 카보닉 에너지 분야 수석 애널리스트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미국의 공격은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거나 걸프 지역 석유 인프라를 공격하는 등의 방식으로 대응할 수 있는 위협을 키운다"며 "이란이 앞서 위협했던 대로 대응에 나설 경우, 유가는 배럴당 100달러에 이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원·달러 환율 상승도 복병이다. 전통적으로 글로벌 위험 회피 심리가 커지면 달러 강세가 나타나는 만큼, 중동발 긴장이 지속될 경우 원화 가치가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 환율 상승은 수입 제품의 원가를 추가로 끌어올려 또다시 물가를 자극하는 이중 부담을 초래할 수 있다.
기업들의 수익성도 위협받는다. 특히 제조업을 중심으로 원자재 수입 의존도가 높은 산업은 비용 상승 압력이 커질 수밖에 없다. 경기가 부진한 가운데 마진이 줄어들면 투자 여력도 위축돼 성장 동력이 떨어질 수 있다.
내수 경기에 미치는 파급도 무시할 수 없다. 국제 정세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가계의 소비심리가 위축되고, 이는 한국 경제의 하반기 성장률 회복에도 제동이 걸릴 수 있다.
김태환 에너지경제연구원 석유정책연구실장은 "미국의 직접 개입은 지정학적 리스크를 키우는 요인으로 단기적으로는 유가와 금융시장의 변동성을 확대시킬 가능성이 크다"며 "이란 하메네이 체제가 붕괴될 경우 국가 기능 전반이 마비되며 석유 생산을 포함한 대부분의 산업 활동이 중단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 리비아 내전 당시 정권 붕괴와 함께 에너지 인프라가 사실상 멈추며 브렌트유가 110달러를 돌파하며 국제유가가 급등했던 전례가 있다"며 "유가가 급등하면 한국 경제에 직격탄이 될 수 밖에 없고, 무역수지 흑자 폭이 줄어 물가(유가) 안정 대책이 필요하므로 지정학적 리스크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박한나기자·세종=원승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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