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이란의 핵무기 개발을 막겠다는 강경한 기조를 드러내면서 북한 핵시설을 겨냥한 군사 행동에 나설지 관심이 쏠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군사적 결단에 나설 가능성이 있지만, 북한이 핵 능력을 사실상 완성하는 등 군사적·정치적으로 이란과는 다른 상황을 고려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대국민 담화에서 "(이란) 공습은 군사적으로 극적인 성공이었다"며 "이란의 주요 핵농축 시설은 완전히 제거됐다"고 말했다.

이번에 미국이 공격한 포르도·나탄즈·이스파한 등 이란의 핵시설은 트럼프 대통령의 말처럼 파괴됐다면 이란의 핵능력은 대폭 후퇴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향후 북한의 영변·강선 등 핵시설도 트럼프 대통령이 타격을 검토할 수 있다고 관측한다. 영변은 북한 핵능력의 상징과도 같은 곳으로, 5MWe급 원자로를 포함한 다양한 핵원료 제조 시설이 집중됐다. 비교적 근래 드러난 평양 인근의 강선 단지에는 고농축우라늄(HEU) 제조시설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최근 영변에 강선 핵시설과 유사한 새로운 시설이 건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미국이 이란처럼 북한 핵시설을 선제 타격하는 것은 현 단계에선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본다. 과거 1994년 1차 북핵 위기 당시 미국은 북한 핵시설에 대해 '외과수술식 정밀타격'을 실제 검토한 바 있다. 다만 현재 전혀 상황이 다르다는 점이 변수다.이란은 서방의 평가에 근거해도 핵무기를 아직 '마음 먹으면 만들 수 있는 단계'지만, 북한은 이미 수십 개의 핵무기를 보유한 것으로 평가된다. 스웨덴 싱크탱크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는 최근 발간한 연감에서 북한이 50개 핵탄두를 지닌 것으로 추정했다. 이는 미국이 북한을 선제 타격할 경우 한반도와 일본, 괌 등에 있는 주한미군 기지가 북한의 즉각적 보복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북한이 아직 재진입 기술을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평가되지만, 미국에 도달할 수 있는 사거리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 현재 10기 이내로, 오는 2035년까지 핵탄두 탑재가 가능한 ICBM 50기를 보유할 것이라는 미국 군사정보기관 분석도 있다.

미국이 핵무기 발사 시설을 선제적으로 제거한다 해도 북한의 재래식 무기도 위협적이다. 군사분계선(MDL)으로부터 수도 서울까지 거리는 40km에 불과하다.한반도를 둘러싼 지정학적 요인도 영향을 줄 수 있다. 미국과 사이가 좋지 않은 강대국들이 쉽사리 이란의 우군으로 나서지 않는 상황과는 달리, 한반도에서의 군사적 충돌에 민감한 중국과 러시아는 북한과 긴밀한 협력 의지로 지역 안정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러시아는 지난해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 조약'을 북한과 체결하며 세 차례 병력 지원을 받았다. 러시아의 개입을 각오해야 하는 셈이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과의 '브로맨스'를 여전히 강조하고 있고, 한국 정부가 남한에 대한 보복을 무릅쓰고 미국의 선제 타격에 동의할 가능성도 낮다. 북한이 핵무기를 사용했거나 사용할 것으로 예상되는 급박한 상황이 아니고서는 미국이 대북 선제타격을 고려하기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북한과 협상을 통한 비핵화 가능성이 낮아졌다는 점은 우려되는 점이다. 북한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나 미국의 이란 공격을 보며 비대칭 전력으로서의 핵무기 개발 정책에 매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임성원기자 sone@dt.co.kr

김정은(오른쪽) 북한 국무위원장이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서기를 지난 17일 만나 "두 나라 간 조약의 범위 내에서 협조할 내용을 확정하고 관련 계획을 수락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8일 보도했다. [사진=연합뉴스]
김정은(오른쪽) 북한 국무위원장이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서기를 지난 17일 만나 "두 나라 간 조약의 범위 내에서 협조할 내용을 확정하고 관련 계획을 수락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8일 보도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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