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부터 나토정상회의, 바로 전날 가지 않기로
급변한 중동 정세로 참석 여부 놓고 내부 이견

이재명 대통령이 22일 고심 끝에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정상회의에 참석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중동사태가 국제현안을 빨아들이면서 국제정세의 불확실성이 커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가장 큰 현안인 '한미정상회담'과 '관세협상'은 여전히 풀지 못한 숙제로 남게됐다.

이 대통령은 당초 오는 24일 열리는 나토 정상회의 참석하는 방향에 무게가 실린 것으로 관측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한미정상회담을 통해 정상외교 복원과 관세협상에서의 성과라는 두 가지 숙제를 풀어야 했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이 취임한지 12일 만에 열리는 부담스러운 일정에도 주요 7개국(G7) 정상회담에 참석한 것도 같은 이유였다. 인수위원회 없이 출범한 새 정부에게는 무리한 일정이라는 일각의 관측에도 이 대통령은 "좀 무리하더라도 G7 정상회의에 참석하는 게 낫겠다는 의견이 많아서 당초 생각과 다르게 갑작스럽게 참여하게 됐다"면서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하지만 급작스런 중동사태에 트럼프 대통령이 조기귀국을 결정하면서 한미정상회담은 불발됐다. 설상가상으로 G7 이후 중동정세가 더 악화돼 미국이 이란의 핵시설을 타격하는 등 국제 현안을 모두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됐다.

국제정세를 둘러싼 세계의 이목이 중동으로 쏠리면서 나토 회의 자체가 트럼프 대통령 관심 밖으로 밀리는 모습이다. 이에 나토 본회의는 둘째날 2시간 30분 일정으로 1차례 개최하는 것으로 축소됐다. 지난해까지 본회의가 2~3차례 열렸던 것과 대조적인 일정이다. 정치권에서는 나토에서 즉흥적이고 다자회의를 선호하지 않는트럼프 대통령의 성향을 고려해 '맞춤 일정'을 설정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이 G7때처럼 '조기귀국' 하는 참사 가능성을 최소화하겠다는 이야기다.

여기에 방위비 분담금 등 만만찮은 협상도 이재명 대통령에겐 부담이었을 가능성이 많다. 최근 션 파넬 미국 국방부 대변인은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의 동맹국들도 유럽과 같이 국방비 지출을 국내총생산(GDP)의 5% 수준으로 올릴 것을 제안하는 새로운 '글로벌 기준'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나토 역시 이번 정상회의에서 이 기준을 맞추기 위해 노력중이다. 한국이 지난해 기준 GDP의 2.8% 수준인 약 66조 원의 국방비를 지출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2배 가까운 증액이 요구된 셈이다. 이같은 상황에선 한미 정상회담이 열려도 순탄하게 흐르지 않을 가능성이 적잖다는 점이 고려됐을 가능성이 크다. 여기에 러시아-우크라이나, 격변하는 중동 정세 속 북핵 입장 등 불확실성 속에 고려해야 할 요소가 산적한 상황인 점도 부담스럽다.

정치권에서는 이 대통령이 나토 회의에서 참석하지 않기로 한 이상, 최대한 조속히 방미일정을 마련해 정상외교를 복원하고, 관세 협상을 진전시킬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6일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축하 차 이 대통령과의 첫 전화통화에서 이 대통령을 미국으로 초청한 바 있다. 당시 두 대통령은 가능한 시간에 동맹을 위한 동반 골프 라운딩도 갖기로 했었다.임재섭기자 yjs@dt.co.kr

이재명 대통령이 22일 서울 한남동 관저에서 열린 여야 지도부와의 오찬 회동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22일 서울 한남동 관저에서 열린 여야 지도부와의 오찬 회동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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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재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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