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가 아시아·중동 지역의 아르메니아에 초대형 냉난방공조(HVAC) 시스템을 공급하며 B2B(기업간 거래) 글로벌 영역 확대에 나섰다. 회사는 미국·유럽 등 선진시장을 넘어 글로벌사우스(GS), 중아지역 등으로 사업 범위를 넒히며 2028년 83조원 규모로 추산되는 글로벌 HVAC 시장의 주도권을 잡는다는 목표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LG전자는 최근 아르메니아 수도 예레반에 위치한 메리디안 엑스포 센터(MES)에 HVAC 시스템인 LG멀티V5(VRF) 시스템을 공급하기로 했다. 계약 금액은 알려지지 않았다.

이번 공급 계약은 아르메니아 소재 유통 업체인 베가월드와 함께 따낸 것으로 알려졌다. MES는 아르메니아 최대 전시공간으로 내년에는 제17차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총회(COP)가 열릴 예정이다. 오는 9월에는 국제 부동한·건설 박람회인 툰 엑스포, 10월에는 예레반 패션 위크 등 굵직한 행사들이 연이어 열린다.

LG전자는 이번 HVAC 솔루션으로 세계 시장에 업계 최고 수준인 에너지 효율성과 기술력을 선보일 예정이다.

회사의 이번 계약은 '글로벌 사우스'(북반구 저위도·남반구 지역 신흥 개발도상국) 개척과 B2B 신사업 강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는다. LG전자는 작년말 알제리 법인장을 맡은 경험이 있는 정필원 전 TV해외영업그룹장을 중아(중동·아프리카) 지역대표로 선임하는 등 시장 개척에 공을 들이고 있다.

작년 말 조직개편에서는 B2B 사업을 강화하기 위해 ES사업본부를 신설했고, 기존 H&A사업본부에 있던 HVAC 사업을 ES사업본부로 옮겼다. 회사는 2030년 전체 매출에서 B2B가 차지하는 비중을 45% 수준까지 높인다는 계획을 세웠으며, 현재 10조원 규모인 공조 사업의 경우 매출을 2030년까지 2배(20조원)로 늘린다는 목표다.

그 결과 올 들어 여러 성과가 나오고 있다. 지난 4월엔 싱가포르 투아스 지역에 건설된 축구장 약 9개 크기 규모의 초대형 물류센터에 고효율 상업용 시스템 에어컨 '멀티브이 아이'를 공급하기로 했다.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와는 AI 데이터센터에 냉각 솔루션을 공급하는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LG전자는 또 지난해부터 미국 앨라배마주 헌츠빌에서 HVAC 제품을 생산 중이다. 유럽에서는 작년 6월 노르웨이 오슬로에 히트펌프 컨소시엄을 구축했고, 같은 해 7월엔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에어솔루션연구소를 설립했다. 올 3월엔 중국 선전에 'LG HVAC 아카데미'를 신규로 만드는 등 글로벌 거점을 늘리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IBIS 월드에 따르면 글로벌 HVAC 시장 규모는 2028년 610억달러(약 83조원) 규모로 추산된다.

조주완 LG전자 대표는 지난달 인도, 베트남,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 7개국의 HVAC 컨설턴트를 국내로 초청해 연 'LG HVAC 리더스 서밋 2025'에서 "이번 서밋을 중동, 유럽, 라틴 아메리카를 포함한 다른 지역으로 확장해 혁신과 파트너십의 여정을 계속하겠다"며 "보다 지속 가능한 미래를 함께 만들어 나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장우진기자 jwj17@dt.co.kr

지난 3월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린 세계 최대 규모 냉난방공조(HVAC) 전시회인 'ISH 2025' LG전자 부스. LG전자 제공
지난 3월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린 세계 최대 규모 냉난방공조(HVAC) 전시회인 'ISH 2025' LG전자 부스. LG전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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