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이란 내 주요 핵시설에 대한 직접 군사공격을 단행하면서, 중동 원유 수송의 핵심 경로인 호르무즈 해협의 봉쇄 가능성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현실화될 경우 원유 수급 차질과 물류비 폭등, 정제마진 변동 등의 연쇄 충격이 이어진다.

21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백악관 대국민 연설을 통해 "이란의 주요 핵농축 시설을 전적으로 제거했다"며 "포르도, 이스파한, 나탄즈 등 3곳의 핵시설에 대해 매우 성공적인 공습이 이뤄졌다"고 밝혔다.

이란 정부도 이후 미국의 공격 사실을 공식 확인했다. 이란 원자력청(AEOI)은 발표문에서 "포르도, 이스파한, 나탄즈의 핵 시설이 공격받았다"며 "이는 국제법을 위반한 야만적인 행위"라고 규탄했다.

AEOI는 핵시설 내 방사능 유출은 발생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면서도 미국의 공습에도 불구하고 핵 산업을 결코 중단하지 않을 것이라고 단호한 입장을 밝혔다. "적들의 사악한 음모는 핵 순교자들의 피로 이뤄진 국가 산업의 진전을 막지 못할 것"이라는 극단적 표현도 사용했다.

미국의 직접 군사 개입으로 중동 정세가 격랑 속에 휘말리면서 전 세계 원유의 약 20%가 통과하는 호르무즈 해협의 안전성에 대한 우려는 커지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은 북쪽 이란과 남쪽 오만·아랍에미리트(UAE) 사이에 위치한 좁은 해협으로 중동 산유국들의 원유와 LNG 수출이 전 세계로 이동하는 '글로벌 에너지 생명선' 역할을 하고 있다.

이란은 과거부터 이 해협의 통제권을 정치적 협상 카드로 활용해 왔다. 미군이 개입한 이번 공습을 계기로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전략적 무기'로 봉쇄할 가능성이 다시 거론되고 있는 것이다.

실제 이스라엘-이란 교전이 본격 시작된 지난 13일 이후 호르무즈 해협 인근에서는 위성 항법 시스템(GPS) 교란이 다수 보고되고 있다. 17일에는 유조선 프런트이글호와 애덜린호가 충돌했으며, 특히 애덜린호는 제재 회피 운항으로 알려진 '그림자 함대' 연루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 가능성이 현실화되면서 국제 유가도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두바이유는 지난 4월 이후 처음으로 배럴당 70달러를 돌파했으며, WTI도 최근 50달러대에서 73.5달러까지 급등했다.

정유사 입장에선 정제마진이 상승하면서 일시적으로 우호적인 영업 환경이 조성되기도 했다. 그러나 공급망 차질이 장기화되면 원유 확보 비용, 운송비 증가 등으로 수익성이 다시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공존한다.

정유업계는 호르무즈 해협의 군사적 긴장이 산업계에 미칠 영향을 면밀히 점검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는 원유 공급 다변화와 비축 재고로 인해 당장의 직접적인 차질은 없지만 실제 해협이 봉쇄될 경우 물류 지연과 운송비 폭등, 지정학 리스크 확대가 불가피하다"고 했다.

대한석유협회 관계자는 "우리나라로 오는 원유 수송량의 상당 부분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데 이곳이 폐쇄되면 공급 차질과 유가 상승이 나타날 것"이라며 "이란 원유를 공급받는 중국, 인도 역시 수급이 불안정해지면 유가가 더 오를 수 있다"고 말했다. 박한나기자 park27@dt.co.kr

미국 맥사 테크놀로지스가 제공한 것으로 지난 20일 촬영된 이란 포르도 내 포르도 연료 농축 시설 전경.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SNS 플랫폼인 트루스소셜을 통해 "우리는 포르도, 나탄즈, 이스파한을 포함한 이란의 세 핵 시설에 대한 매우 성공적인 공격을 완료했다"고 발표했다. 연합뉴스.
미국 맥사 테크놀로지스가 제공한 것으로 지난 20일 촬영된 이란 포르도 내 포르도 연료 농축 시설 전경.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SNS 플랫폼인 트루스소셜을 통해 "우리는 포르도, 나탄즈, 이스파한을 포함한 이란의 세 핵 시설에 대한 매우 성공적인 공격을 완료했다"고 발표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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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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