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한구 본부장 첫 방미 협상…‘국정 철학 설명하고 가속화'
트럼프, 韓 관세 협상 국면 전환 카드로 협상 활용할 듯

미국이 이란 핵 시설을 폭격한 가운데 정부가 대미 관세 협상을 위한 장관급 협의차 방미길에 올랐다. 새 정부 들어 처음 열리는 대미 관세 협상에서, 정부는 기존 협상의 연속성을 유지하면서 비관세 장벽을 포함한 모든 통상 이슈를 폭넓게 논의할 방침이다. 최대 변수 중 하나는 미국의 이란 핵 타격이다.

일각에선 정치적 입지가 흔들린 트럼프 행정부가 이란 핵시설 타격 이후 고조된 중동 정세를 의식해, 관세 협상에서 가시적 성과를 내기 위해 협상에 속도를 낼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내달 8일 발표 예정이던 '줄라이 패키지'가 사실상 실효성을 잃었다고 평가하며, 미국의 속도전에 휘말리기보다 전략적 간극을 유지하는 대응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22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은 이날부터 27일까지 미국 워싱턴 D.C에 방문해 취임 이후 첫 방미 협의를 진행한다. 이번 방미 기간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 미국 의회 주요 인사 등을 면담해 관세조치에 대한 우리 측 입장을 전달할 예정이다.

여 본부장은 출국 전 기자들과 만나 "새 정부의 국정 철학을 상세하게 설명하는 게 필요하다"며 "지금부터는 협상을 가속화해서 양국 간의 상호 호혜적인 그런 협상 결과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여 본부장은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세액공제 개편 등을 포함한 예산조정법안과 관련해, 우리 대미 투자기업이 안정적이고 예측 가능하게 활동할 수 있도록 미 의회의 지지를 요청할 방침이다. 현재 미국 상원은 대규모 예산·세제개편 등을 담은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One Big Beautiful Bill Act)'에 대해 논의 중이다.

이번 방미에는 대미 기술협상 실무대표인 박정성 산업부 무역투자실장도 동행한다. 박 실장은 24~26일 USTR과 '제3차 한미 기술협의'를 개최할 예정이다. 양국은 그간 △균형무역 △비관세조치 △경제안보 △디지털 교역 △원산지 △상업적 고려 등 6개 분야를 중심으로 논의를 이어왔으며, 지난 4월부터는 장관·실무급 협의를 두 차례 진행한 바 있다.

미국이 '통상 걸림돌'로 지목해 온 비관세 장벽 이슈가 이번 3차 기술협의에서 핵심 쟁점으로 떠오른다. 쇠고기 수입 제한과 정밀지도 반출 제약 등 민감한 사안들이 집중적으로 논의될 전망이다. 산업부는 실무대표를 1급으로 격상하는 등 협상 체제를 확대한 만큼, 이번 협상에서 모든 이슈를 깊이 있게 논의할 방침이다. 특히 우리 측에 민감한 사안들에 대해서는 미국에 충분히 설명하고, 적극적으로 설득해 나가겠다는 계획이다.

송영관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연구위원은 "이번 협의는 소고기 문제를 언급하는 등 협상의 범위가 커질 것"이라며 "사실상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두 번째 개정 협상으로 들어갈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향후 쟁점이 될 부분에 대해선 추후에 정부가 소상하게 밝힐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이번 관세 협상의 변수로는 미국과 이란의 충돌이 꼽힌다. 정치·외교적으로 입지가 좁아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번 한미 협상을 국면 전환의 계기로 삼으려 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산업부는 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도 협상에는 차질이 없다는 입장이다. 여 본부장은 "지금 현재 미국 내 상황도 굉장히 가변적"이라며 "정치적, 경제적으로도 우리가 7월 초의 상황을 현재 예단하기는 어렵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행정부가 안팎의 압박을 돌파하기 위해 협상 속도를 높이고, 가시적인 성과를 내놓으려 할 것이라고 지적한다. 김현동 배재대 경영학과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연방법원에서 나온 사법적 리스크와 이란 문제가 다시 떠오르면서 관세 협상에 집중할 수 있는 여력이 떨어지는 상황"이라며 "자신들이 원하는 시간표대로 진행하기 어려율 것"이라고 진단했다.

세종=강승구기자 kang@dt.co.kr

21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국민 TV연설을 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21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국민 TV연설을 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취재진 질문에 답하는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 [연합뉴스]
취재진 질문에 답하는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 [연합뉴스]
이재명 정부 첫 한미 통상협의 위해 출국하는 대표단 [연합뉴스]
이재명 정부 첫 한미 통상협의 위해 출국하는 대표단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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