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작권 환수" 대선 공약한 李…국정기획위 국방부 업무보고서도 비공개 논의
韓 "감성적 접근…전작권 전환 '조건 완화' 美에 기대는 기교? 대단히 위험"
"확장억제 허물면 핵우산 접근 못해…NATO처럼 전쟁억제 구조 유지가 실용·안정"

더불어민주당이 집권한 뒤 '정부 임기 내' 전시(戰時) 작전 통제권을 미군에게서 가져오는 방안이 추진되자, 야당에선 이념을 앞세운 '위험한' 조치라는 경고가 나왔다. 주한미군 철수로 이어지거나 전쟁억지력을 떨어뜨리면 실용과도 거리가 멀단 취지다. 이재명 대통령은 후보 시절 정책공약집에 소위 '전작권 전환'보다 강한 어조인 "전작권 '환수'(도로 거둬들임) 추진"을 명시한 바 있다.

20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재명 정부의 인수위 격인 대통령직속 국정기획위원회(위원장 이한주)는 지난 18일 오후 외교·안보 분과(분과장 홍현익)의 국방부 업무보고에서 '임기 내 전작권 전환'을 주요 과제로 논의했다. 국방부 관계자들에게 전작권 전환의 단계적 추진 방안 등을 물었다고 한다. 전작권 전환은 국정기획위가 19일 공개한 업무보고 결과 보도자료엔 포함되지 않았던 내용이다.

지난 6월13일 경기도 연천군 육군 제25사단 비룡전망대를 방문한 이재명 대통령의 모습, 오른쪽은 국민의힘 21대 대선 경선 후보일 당시의 한동훈 국민의힘 전 대표.<연합뉴스 사진·페이스북 한동훈 official 사진 갈무리>
지난 6월13일 경기도 연천군 육군 제25사단 비룡전망대를 방문한 이재명 대통령의 모습, 오른쪽은 국민의힘 21대 대선 경선 후보일 당시의 한동훈 국민의힘 전 대표.<연합뉴스 사진·페이스북 한동훈 official 사진 갈무리>
이날 한 언론은 국정기획위가 국방분야 제1 핵심과제로 전작권 전환을 선정했고, 로드맵을 만들어 대통령실에 보고할 방침이라고 보도했다.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도 전작권 전환에 긍정적일 것이란 기대가 깔렸다고 한다. 국정위 대변인실은 이날 "국방부 업무보고 관련 '전작권 전환 최우선과제 선정'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고 해명했다. 다만 대선 공약으로서 방향 자체는 부인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한동훈 국민의힘 전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이재명 정부가 임기 내 전작권 전환을 추진하겠다고 한다"며 "민주당은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전작권 전환에 우호적일 수 있다며 '절호의 기회'라고 주장한다고 한다. 그러나 이런 방식은 전략보다 조급함에 가까워 우려스럽다"고 했다. 그는 "전작권 전환의 당위 자체를 '감성적으로' 부정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전제했다.

이어 "문제는 '시기'와 '조건'이다. 한미 양국은 2014년부터 전작권 전환을 '조건에 기초한' 방식으로 전환했다. 시기를 못 박지 않고 △연합방위 주도 능력 △북한 핵·WMD(대량살상무기) 위협에 대한 초기 대응 능력 △역내 안보 환경 3가지 조건을 충족할 때 전환하기로 했다"며 "이재명 정부는 이 조건들을 '정성적 지표'로 해석하며 미국의 정치적 결단에 의존하겠단 입장을 내비치고 있다"고 짚었다.

새 정부가 안보에 관한 3가지 조건을 충족시키기보다, 문턱을 낮추는 결정을 미 측에 바라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한 것이다. 한동훈 전 대표는 "심지어 방산·조선 협력을 '평가지표 완화'의 지렛대로 삼자는 얘기까지 나온다. 대단히 위험한 발상이다. 이런 '기교적 우회'는 (북핵 등에 대한) 미국의 '확장억제'를 허물 수 있기 때문"이라며 "전작권 전환의 본질은 지휘체계의 전환"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 한미연합사령부는 미군 4성 장군이 사령관을 맡고, 전시에는 미국이 핵잠수함·전략폭격기 등 전략자산을 투입할 수 있는 연동 구조"라며 "하지만 전작권이 '한국군 사령관 지휘 체계'로 바뀌면 이런 자산의 작전 지휘는 (주한미군이 아닌) 미국 전략사, 인도·태평양사를 통해 별도로 이뤄져야 한다. 이는 위기 시 한미 간의 전략적·전술적 결합력을 크게 약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핵우산과 같은 민감한 자산에 대한 우리 군의 사실상의 접근권은 제한될 가능성이 크다"며 "주한미군사령관을 지낸 버웰 벨 전 사령관은 원래 (노무현 정부 시기) 전작권 전환에 찬성했던 인사이지만 (문재인 정부 시기) '북한이 핵을 보유한 이상 전작권 전환은 추진돼선 안 되며, 미국이 전면적으로 연합에 전념하지 않는다면 한국은 북한에 복속될 위험이 크다'고 경고했다"고 짚어냈다.

지난 6월16일 대통령직속 국정기획위원회 이한주(왼쪽) 위원장이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창성동 별관에서 열린 출범식에서 국정위 외교안보분과장을 맡은 홍현익 세종연구소 명예연구위원에게 위촉장을 수여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사진>
지난 6월16일 대통령직속 국정기획위원회 이한주(왼쪽) 위원장이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창성동 별관에서 열린 출범식에서 국정위 외교안보분과장을 맡은 홍현익 세종연구소 명예연구위원에게 위촉장을 수여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사진>
한 전 대표는 "적합한 환경이 마련되지 않았는데도 특정 시한을 못박고 어떻게든 전작권을 전환시키겠단 발상은 위험하다"며 아산정책연구원의 2022년도 '흔들리는 한미동맹과 우리의 안보' 보고서를 예로 들었다. "전작권을 무리하게 전환한다면, 일본이나 괌에 배치된 전략자산의 적기 제공을 담보할 수 없고, 이는 결국 북한 핵 앞에 우리 스스로를 고립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란 내용이다.

그는 "정찰위성이나 타격능력을 보강해도 '실전 경험'과 '작전 연동성'은 쉽게 대체할 수 없다. 특히, 한국군 사령관-미군 부사령관 체제가 효과적으로 유지될 수 있을지 현실적으로 생각해야 한다"며 "더욱이 이런 와중에 한국이 독자 지휘권을 조급하게 가져가면, 미국 내 일각에서 '한국은 이제 스스로 방어 가능하니 주한 미군을 철수하자'는 논리를 펼치기 더 쉬워진다"고 우려를 전했다.

나아가 "이재명 정부의 전작권 전환 정책이 '주한미군 철수'에 영향을 줄 수 있단 것을 국민들께서 아시면 많이 걱정하실 거다. 아시다시피 주한미군은 존재 자체로 '(외세의) 대한민국을 상대로 한 전쟁억지력'에 있어서 단지 수치상의 전투력을 훨씬 뛰어넘는 (인계철선) 역할을 하고 있다"며 "전작권 전환은 전략의 문제지 자존심과 감성 문제가 아니다. 명분보다 조건, 시기보다 신뢰가 중요하다"고 했다.

한 전 대표는 "이재명 정부는 '전작권을 성과로 만들겠다'는 조급함이 아닌, '전쟁을 억제하는 구조를 유지하겠다'는 전략을 우선시해야 한다"며 "가장 좋은 전략은 싸워서 이기는 대신, 압도적인 전력차이로 상대방을 억제하는 거다. 이는 한미동맹의 근간"이라고 촉구했다. "아무리 비싸고 더러운 평화라도 이긴 전쟁보다 낫다",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게 중요하다"는 이 대통령의 지론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이른바 (반미성향) '자주파' 일색인 이재명 정부 인사의 면면을 보면 이런 흐름이 놀랍지 않으나, 지금은 '자주'보다 '안정'을 지켜야 할 때"라며 "유럽 국가들은 자존심이 없어서 미국의 나토(NATO)군 전작권을 찬성하겠나? '미국의 유럽 수호 가능성을 높이기 때문에' 수용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재명 정부에게 묻는다"며 전작권 환수 이후의 안보 상황을 가정해 공개질의하기도 했다.

한 전 대표는 "전작권 전환 후 북한이 전면 도발을 감행하면 미국은 같은 수준으로 개입할 것 같은가? 핵 자산을 공유하지 못한 상태에서 우리가 연합작전을 주도할 수 있다고 보는가? 트럼프 행정부가 우리 요청을 100% 수용할 것이라고 믿는가"라며 "'실리'를 중시하겠다고 천명한 이재명 정부가 정작 국가존망이 걸린 일에서 '안보'가 아닌 '자주', '생존'이 아닌 '자존심'을 외치는 우를 범하지 않길 바란다"고 했다.

한기호기자 hkh89@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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