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스릴 경, 세상 세, 구제할 제, 백성 민. 세상을 다스리고 백성을 구제한다는 뜻이다. 통치의 궁극적 목표는 백성의 삶을 편안하게 하는 데 있다는 의미다. 이는 유교 정치철학의 핵심이다. 나라를 다스리고 세상을 구한다는 '경국제세'(經國濟世), 백성을 편안하게 해야 나라가 바로 선다는 '안민위국'(安民爲國), 널리 백성을 구제한다는 '광제창생'(廣濟蒼生) 등이 비슷한 의미를 가진다.
유교의 주요 경전인 서경(書經)에서 출처를 찾을 수 있다. 서경 '무성'(武成) 편에 '유이유신 상극상여 이제조민 무작신수(惟爾有神 尙克相予 以濟兆民 無作神羞)'라는 구절이 있다. 해석하면 '원컨데 신들은 나를 도와서 백성들을 구제하고 신의 수치가 될 일은 하지 마소서'다. 통치자들에게 백성을 위한 정치와 도덕적 책무를 다해 부끄러움 없도록 하라는 경고성 메시지다.
이후 중국의 여러 경서들에서 유사한 의미의 말들이 나타난다. 맹자(孟子)는 "백성이 가장 중요하고, 사직(나라)은 그 다음이며, 임금은 가장 가볍다(民爲貴, 社稷次之, 君爲輕)"라며 백성을 중심에 둔 정치, 곧 '경세제민'의 가치를 역설했다. 정약용 등 조선시대 실학자들도 국정 운영의 원칙으로 '경세제민'을 자주 언급하면서 현실 정치와 민생 개혁을 주창했다.
새 정부가 출범했다. 그러나 시작부터 앞길이 순탄치 않다. 난제가 수두룩하다. 무엇보다 경제가 위태롭고 민심은 지쳐 있다. 정권의 명운은 민심에 달려 있고, 민심은 민생에서 나온다. 새 정부가 국민 삶을 개선하려면 '경세제민'의 각오로 뛰어야 한다. 이것이 국정의 출발점이다.
박영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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