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로 말이 많았던 G7 정상회의가 끝났다. 어쨌거나 한국의 대통령이 '강대국 클럽'인 G7 정상들과 어울리는 모습을 보는 건 기분 좋은 일이다. 한국은 정식 멤버는 아니지만 단골 초청국이고, 앞으로 G7이 확대될 경우 호주, 인도 등과 함께 신규 멤버 1순위로 거론되고 있는 나라다.
이달 출범한 이재명 정부의 경제 청사진은 '335'다. AI 3대 강국, 잠재성장률 3%, 국력 세계 5강이라는 의미다. 하나같이 쉽지 않은 계획이지만 특히 '세계 5위 강국'은 참으로 꿈처럼 멋진 이야기다. 불과 수십 년 전만 해도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로 미국의 구호 밀가루에 의지해야 했던 한국이었으니 말이다.
그런데 일부 자료는 이 목표가 허황된 것만은 아니라고 주장한다. 우리의 '국뽕'을 가득 차게 만들어주는 대표적인 사례가 유에스 뉴스 앤드 월드 리포트(US News & World Report)가 매년 발표하는 '파워풀 컨트리(Powerful Country, 강국)' 순위다. 2025년에 한국은 6위에 올랐다. 1위는 미국이고 중국, 러시아, 영국, 독일이 각각 2~5위, 한국, 프랑스, 일본, 사우디아라비아, 이스라엘이 6~10위이다.
평가 기준이 너무 주관적이라는 사람도 많지만, 이 매체가 3류 미디어는 아니다. 1948년 설립된 미국의 대표적 시사·분석 미디어로, 대학, 병원 등 다양한 분야의 순위 발표로 유명한 곳이다. 타임(Time), 뉴스위크와 함께 미국 3대 시사주간지로 꼽히곤 했다. 그런 언론사가 2022년부터 2025년까지 4년 연속 한국을 '파워풀 컨트리 6위'로 평가하고 있다.
G7 회의 사진을 볼 때처럼 이 역시 기분 좋은 일이지만, 미래를 생각하면 걱정이 앞선다. 우리 앞에 놓여 있는 국내외 여건이 매우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외부적으로는 최빈국이었던 한국을 일약 세계 10위 권의 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게 만들어준 세계질서가 급변하고 있다. 세계의 경찰 역할을 하며 해상 교역로의 안전을 책임지고 자국 시장을 개방해 자유무역 시대를 연 미국이 급속히 자국중심주의로 돌아서고 있다. 부족한 원자재를 수입해 미국 등 세계시장에 수출하며 선진국 대열에 올라섰던 '한국 신화'의 토대 자체가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국내 여건도 어렵다. 저출산 고령화가 경제의 기초를 위협하고 있고 청년층은 불투명한 미래에 절망하고 있다.
한국은 어떻게 현재의 위상(국내총생산(GDP) 기준으로는 세계 13위이다)을 유지하고 G7 클럽에 합류하며 다시 한번 도약할 수 있을까. 그러려면 우리가 집중할 세부 목표가 명확해야 하는데, 이럴 때 바로 유에스 뉴스 앤드 월드 리포트의 강국 평가 기준을 참고하면 도움이 된다.
그러니 세계 6위라는 숫자보다 '선정 기준'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매체는 리더십, 경제력(Economic Strength), 정치적 영향력(Political Influence), 강력한 동맹(Strong International Alliances), 군사력(Military Capabilities)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결정했다고 말했다.
한국은 100점 만점에 지도자 22.1점, 경제적 영향력 83.8점, 수출 89.4점, 정치적 영향력 40.2점, 강력한 동맹 61.9점, 군사력 87.8점을 받았다. 수출, 경제적 영향력, 군사력은 우수한 반면, 동맹, 정치적 영향력, 지도자 부분에서 점수가 낮았다.
우리가 노력을 쏟아야 할 키워드가 보인다. 잘하고 있는 수출과 경제적 영향력 부분에서 세계경제 질서의 지각 변동에도 불구하고 성과를 유지할 수 있도록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 군사력 점수는 양호하지만 북한 때문에 재래식 무기 보유량이 많은 덕분이니 핵무기 등 비대칭 전력을 어떻게 보완할지 방법을 찾아야 한다.
정치적 영향력과 강력한 동맹 부분은 점수가 낮다. 국내 정쟁에만 매몰되는 것이 아니라 10위권 국가답게 글로벌 어젠다를 주도해야 한다. 중동, 우크라이나, 대만 등 글로벌 이슈들을 회피하려만 해서는 안 된다. '인도 태평양'이라는 개념을 주창해 관철시킨 일본의 적극적인 자세를 배워야 한다. 강력한 동맹도 중요하다. 지금처럼 세계질서가 평화와 무역에서 전쟁과 경제 블록화로 바뀌고 있는 시대에는 특히 그렇다. '박쥐 전략'은 블록화 시대에는 양쪽으로부터 배척받는다.
가장 저조한 분야는 예상대로 리더십(지도자) 부분이었다. '과거와 포퓰리즘'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정치인들이 문제다. 국민들이 '미래'를 이야기하는 정치인을 선택하는 방법밖에 없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