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용산 대통령실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전화 통화를 하는 모습을 담은 사진이 공개되면서 이 대통령이 사용한 '펜'도 주목을 받고 있다.

대통령이 사용하는 펜에는 역사적 의미가 부여돼 왔다. 정치·경제·문화적으로 중요한 문서에 서명할 때, 국가 간 조약이나 협정을 체결할 때 등 역사적으로 중대한 행사에 빠지지 않는 아이템이기 때문이다. 각국 정상들이 쓰는 펜은 국가의 경제력과 문화 수준을 상징하기도 하며, 동시에 중요 행사에서 사용된 펜 브랜드는 큰 자부심과 높은 주목도를 얻기도 한다.

지난 9일 이재명 대통령이 사용한 볼펜은 파카의 '조터 오리지널 볼펜'이다. 해당 제품은 1954년 출시 이후, 70여 년간 고유한 디자인을 유지하고 있어 클래식 볼펜의 정석이라고 불린다. 오랜 기간 동안 축적된 세공 기술을 바탕으로 섬세하게 제작된 화살촉 클립과 특유의 '똑딱' 소리가 나는 노크 방식이 특징이다. 클래식한 실루엣, 다채로운 컬러 라인업을 갖췄다.

그동안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 역대 '펜'들도 다시 한번 주목받고 있다.

1945년, 미주리함 선상에서 더글러스 맥아더 장군은 제2차 세계대전의 종식을 알리는 일본의 항복 문서에 오렌지색 만년필로 서명했다. 근대사의 가장 중요한 순간으로 꼽히는 그 자리에서 맥아더 장군이 사용한 만년필은 '파카'의 대표적인 만년필 '듀오폴드(Duofold)'였다. 작은 사이즈에 검은색 일색이던 당시 만년필과는 다르게 듀오폴드는 큰 사이즈에 선명한 레드 컬러가 돋보이는 디자인으로 오늘날 만년필 디자인에 큰 영향을 준 것으로 평가된다.

듀오폴드는 스페이드 문양이 새겨진 펜촉부터 프레셔스 메탈 소재의 디테일까지 각 공정마다 정교한 수작업으로 만들어진 제품이다. 현재까지도 파카의 인기 상품 중 하나로 비즈니스맨, 펜 애호가 등 다양한 소비자들의 선택 받고 있다.

1987년 워싱턴 D.C.에서 로널드 레이건 미국 대통령과 미하일 고르바초프 소련 대통령은 '파카 75' 만년필로 '중·단거리 핵미사일 폐기협정'(INF)에 공동 서명했다. 이는 냉전 시대의 종결을 상징하는 역사적 협정으로 평가받는다. 당시 두 대통령이 사용한 파카 75는 각 대통령의 이름이 각인된 만년필로 화제가 됐으며, 서명 후 각자의 만년필을 교환하는 모습도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다. 파카 75는 창립 75주년을 맞이해 출시한 만년필로, 해당 만년필은 단종돼 이제는 만나볼 수 없지만, 역사의 한 획을 그은 제품으로 남아있다.

또 영국의 여왕 엘리자베스 2세는 1946년부터 2016년에 이르기까지 오랜 시간 동안 자주색 '파카 51'을 사용했다. 파카 51은 클래식한 디자인과 영국 왕권을 상징하는 자주색의 조화가 어우러지는 제품이다. 그 뒤로 파카 51은 만년필에 잉크를 더 많이 담을 수 있는 디자인으로 고안되어 뒤따라 출시되는 모든 만년필의 모양과 스타일을 변화시켰다. 덕분에 1962년, 엘리자베스 여왕은 파카의 뛰어난 제품 우수성을 인정하며 영국 왕실의 품질 보증 훈장인 '로열 워런트(Royal Warrant)'를 수여하기도 했다.김수연기자 newsnews@dt.co.kr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집무실에서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전화 통화를 위해 수화기를 들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집무실에서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전화 통화를 위해 수화기를 들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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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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