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생명공학연구원은 운동 중 근육에서 분비되는 단백질 'CLCF1'이 노화를 억제한다는 사실을 규명했다. 아이클릭아트 제공
운동을 통한 저속 노화가 노년층의 새로운 건강 이슈로 관심받고 있는 가운데 국내 연구진이 운동이 노화를 늦추는지에 대한 과학적 근거를 입증했다. 근육이 분비하는 특정 단백질이 온몸으로 퍼져나가 다양한 근골격의 노화를 막는 역할을 한다는 것을 밝혀낸 것이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은 양용열 박사와 김낙성 전남대 교수 연구팀이 운동 중 근육에서 분비되는 단백질 'CLCF1'이 근육과 뼈를 튼튼하게 만들어 근골격 노화를 억제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19일 밝혔다.
규칙적인 운동은 노화 현상을 늦추고, 건강한 삶을 유지하는 데 큰 도움을 준다. 특히 나이가 들수록 약해지는 근육과 뼈 건강에 운동은 필수적이다. 우리 근육은 운동을 하면 '마이오카인'이라는 다양한 물질을 분비하는데, 이 마이오카인은 혈액을 타고 온몸을 돌며 전신 건강 유지와 노화 억제에 기여한다.
마이오카인 분비를 증가시키는 운동이 특정 질환 예방과 치료에 효과적이라는 연구결과가 속속 나오면서 새로운 마이오카인을 찾거나 마이오카인의 기능을 밝히려는 연구가 세계적으로 활발하다.
연구팀은 나이가 들수록 전신의 기능이 떨어지고 운동 효과가 줄어드는 이유가 마이오카인 분비량이 줄어들기 때문일 것이라는 가설을 세우고 연구를 시작했다. 우선 젊은 사람들과 나이 든 사람들 두 그룹으로 나눠 운동시킨 뒤 혈액 속 'CLCF1' 단백질이 얼마나 변하는지를 분석했다. CLCF1은 225개 아미노산으로 구성된 마이오카인 단백질이다. 그 결과, 젊은 사람은 단 한 번의 운동만으로도 단백질이 뚜렷하게 증가한 반면 노년층은 12주 이상 꾸준히 운동해야만 다시 증가했다.
연구팀은 노화된 쥐를 이용한 실험에서 나이가 많은 쥐에게 CLCF1을 주사하자 근육 힘이 세지고 뼈의 밀도도 높아진 반면, CLCF1의 작용을 억제하자 운동을 해도 별다른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다. 아울러, CLCF1이 근육 안의 '세포 에너지 공장'이라 불리는 미토콘드리아의 기능을 향상시키고, 뼈세포에서는 뼈를 녹이는 파골세포의 생성을 억제하는 반면 뼈를 만드는 조골세포의 분화를 촉진하는 것을 확인했다.
이는 나이가 들수록 근골격 노화가 일어나고, 운동 효과가 떨어지는 이유가 몸 속에서 분비되는 단백질의 변화 때문이라는 것을 과학적으로 처음 밝혀낸 것이라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양용열 박사는 "이번 연구는 왜 나이가 들수록 운동효과가 떨어지는에 대한 생물학적 근거를 밝혀낸 것으로 건강한 노화를 위한 새로운 치료 전략 개발의 토대가 될 것"이라며 "노년층에 흔히 나타나는 근감소증과 골다공증 치료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연구결과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지난달 22일자)' 온라인판에 실렸다. 이준기기자 bongchu@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