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지출 702조… 재정적자 110조
세입경정 10.3조… 세수결손 수순
"확장재정 한계… 신축성 확보를"

경기 침체에 치솟는 은행 연체율…가계·자영업자 11년만에 최고 [연합뉴스]
경기 침체에 치솟는 은행 연체율…가계·자영업자 11년만에 최고 [연합뉴스]
비어가는 나라 곳간에도 새 정부 들어 추가경정예산안을 통한 20조원 넘는 지출이 예상되면서 재정 상황은 보다 악화될 전망이다. 이번 추경으로 나라살림인 관리재정수지는 110조 이상, 국가채무는 1300조원을 넘어서게 된다. 경기 여건 악화로 올해도 세수결손이 불가피해지자, 정부는 10조3000억원 규모의 세입경정도 함께 추진하기로 했다. 세입 확충이나 지출 구조조정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재정 지출만 늘고, 빚 탕감 등 선심성 정책이 이어진다면 국가채무 부담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19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이번 추경으로 총지출은 702조원으로 전년 대비 6.9% 늘어나게 된다. 정부의 실질 재정 상태를 보여주는 관리재정수지 적자 규모는 1차 추경(86조4000억원)보다 24조원 증가해 110조4000억원까지 불어날 전망이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비율은 0.9%포인트(p) 늘어난 -4.2%로, 이는 정부가 목표로 냈던 재정준칙 목표치 '-3%'를 또 넘게 됐다. 기재부는 윤석열 정부 당시 관리재정수지 적자 규모를 GDP의 3% 이내로 제한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재정준칙 법제화를 추진해왔다. 다만 여야 이견 속에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해 실제 법제화는 무산됐다. 임기근 기재부 2차관은 이와 관련해 "재정준칙법이 규정하고 있는 -3%를 지키기는 지금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여러 가지 재정 여건을 봤을 때 -3%를 경직적으로 준수하는 것은 오히려 경제와 재정 운용에 부작용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이번 추경으로 인해 국가채무 역시 늘어나게 된다. 정부는 국가채무가 1차 추경(1280조8000억원)보다 19조8000억원 증가해 1300조6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채무비율도 GDP 대비 0.6%p 오른 49%로, 50%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한국재정학회장을 지낸 염명배 충남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관리재정수지 비중이 커질수록 예산 운용이 경직돼, 신중하고 종합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며 "정부가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임의로 재정을 운용하면, 그 부담은 결국 다음 정부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사실상 확장 재정으로 방향을 튼 가운데, 국채 발행 확대에 따른 시장 부담도 커질 전망이다. 정부는 이번 재원을 △지출 구조조정 5조3000억원 △기금 가용재원 활용 2조5000억원 △외평채 조정 3조원 △추가 국채 발행 19조8000억원 등으로 마련했다.

다만, 대규모 국채 발행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시장 불안 요인은 크지 않다는 입장이다.

임 차관은 "국채 시장 참여자들이 봤을 때는 연초부터 20조, 30조 규모의 추경이 있을 수 있고, 상당 부분의 국채 발행이 예상된다는 점이 현재 국채금리 추이에 이미 합리적인 기대로 선 반영돼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세수 결손이 예상되면서 정부의 재정 운용에 부담이 커지고 있다. 특히 최근 2년간 80조원이 넘는 세입 부족이 누적돼 재정 여력은 더욱 쪼그라들었다. 이에 정부는 기존 세입 예산을 현실화하고, 10조3000억원 규모의 세입경정을 이번 추경안에 포함시켰다.

세입경정은 세수 부족분을 조정하는 수단으로, 사실상 올해도 세수 결손을 인정한 셈이다. 세입경정 세부 내역으로는 지난해 사업연도분 마무리로 인한 법인세 4조7000억원 감액, 상반기 부가가치세 실적 반영에 따른 부가세 4조3000억원 감액 등이 포함됐다.

김현동 배재대 경영학과 교수는 "지난 정부에서 세입경정을 하지 않았던 것이 잘못됐다"며 "합리적으로 어떤 사업에서는 줄이고, 다시 국회의 심의를 받아 확정하는 절차이기 때문에, 세입 경정을 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맞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추경을 편성하면서 감액경정을 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는 11조4000억원을 줄였고, 이후 2013년에는 경기 침체로 6조원, 2015년에는 경기 여건 악화로 5조4000억원을 각각 감액했다. 2020년에는 코로나19 세제지원 대책 효과 등을 반영해 8000억원과 11조4000억원 규모의 감액경정을 단행했다.

연이은 추경과 세입경정으로 국채 발행 규모가 늘면서, 재정 건전성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염 교수는 "이번 추경으로 근본적으로 정부가 원하는 것은 경제 성장률을 높이는 것인데, 추경을 통해 성장률을 끌어올리는 데는 한계가 있다"며 "의무 지출을 신축적으로 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제언했다.

김 교수도 "재정 여력이 없는 상태에서 출범을 한 상태이므로, 원칙적으로 증세가 불가피하다"며 "재원 조달을 지출 구조조정으로 하겠다고 했지만, 이는 어느 정권이나 반복해온 말이고 실제로 완벽하게 해내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세종=강승구기자 kang@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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