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태 디지털콘텐츠국 부장
정치는 언제나 동맹을 필요로 한다. 그리고 그 동맹은 '가치'보다는 '이익'에 기반할 때가 많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이익 공동체'의 표본을 보여줬다. 이 두 사람은 한때 '전략적 협력자'였다. 불안했던 만큼 결별은 갑작스럽지 않았다. 무너지는 속도는 빨랐고 선명했다.

처음부터 잘 어울리는 한 쌍은 아니었다. 기업가 출신 트럼프는 정치권의 아웃사이더에서 대통령에 오른 '카리스마형' 정치인이다. 반면 머스크는 테슬라와 스페이스X 등을 이끄는 자칭 '기술 낙관주의자'로, 전통적인 정치 문법과는 거리가 먼 인물이다. 하지만 이질적인 두 사람은 어느 순간부터 공통된 이해관계로 느슨한 동맹을 형성해왔다. 규제 완화, 자유시장 옹호, 그리고 반(反)빅테크 정서에 대한 공감대는 그들이 함께 목소리를 내는 데 충분한 명분이 됐다.

머스크는 막대한 자산과 영향력을 바탕으로 '어게인 트럼프' 캠페인의 주요 후원자로 활약했다. 트럼프 역시 머스크의 입지를 정치적으로 보호하거나 옹호하며 우호적 관계를 이어갔다. 머스크가 트위터(현 엑스)를 인수한 뒤 '표현의 자유'를 내세우며 트럼프의 계정을 복구시켰을 때 두 사람의 관계는 정점에 이른 듯 보였다. 트럼프는 머스크를 '영리한 천재'라 치켜세웠다. 두 사람은 잠시 같은 무대에 올랐다.

그러나 그 하모니는 오래가지 못했다. 결별의 조짐은 이미 여러 차례 포착됐다. 인사 문제는 결정적인 균열의 단초가 됐다. 머스크가 자신의 측근을 국세청장 직무대행에 앉히자, 트럼프는 이를 불쾌하게 받아들였고 단 사흘 만에 인사를 뒤집었다. 이어 머스크는 트럼프의 고율 관세 정책에 공개적으로 반기를 들었다. 두 사람의 관계는 수습 불가능한 상태로 돌입했다. 결국 양측은 서로를 향한 비난을 쏟아내며 완전한 결별을 선언했다.

머스크가 이끌던 정부효율부(DOGE)는 그 자체로 논란의 연속이었다. 연방 정부 부처의 통폐합과 대규모 공무원 감축을 추진했다. 효율이라는 이름 아래였다. 하지만 그 방식은 지나치게 거칠었다. 그는 재임 중 약 7만5000명의 공무원을 감축하고 약 1600억 달러에 달하는 예산을 절감했다. 숫자로만 보면 성과는 컸다. 그러나 그 이면엔 깊은 상처가 남았다. 대외 원조기구인 USAID를 폐지하고, 다양성·형평성·포용성(DEI) 프로그램을 철폐하면서 국제사회와 개발도상국에 피해를 안겼다는 비판도 피할 수 없었다.

머스크의 정치 행보는 결국 시장에서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올해 1분기 테슬라의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9% 감소해 월가의 전망치를 크게 밑돌았다. 특히 자동차 부문은 20% 가까이 빠지며 투자자들에게 실망을 안겼다. 위기를 느낀 머스크는 약 130일에 걸친 '특별 공무원'이라는 '정치 외유'를 끝내고 기업인의 자리로 복귀했다.

재임 중 비판도 많았지만 그는 사업적으로 손해만 본 것은 아니었다. 자신이 이끄는 테슬라·스페이스X·뉴럴링크 등은 그 기간 동안 각종 규제 완화 혜택을 입었다. 민주당은 머스크가 정부와의 소송 취하, 과징금 면제 등으로 최소 20억 달러 이상의 이득을 챙겼다고 주장했다.

두 사람 모두 손익계산에 능했다. 머스크는 이익을 따졌고 트럼프는 충성을 원했다. 오래갈 수 없는 동맹이었다. 충성은 거래였고 신념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아니나 다를까. 이들이 또다시 화해 국면에 들어섰다는 말도 들린다. 사업적·정치적 손실을 우려한 이해관계 때문이다.

트럼프와 머스크. 한 철에 불과한 따뜻한 만남이었을까. 정치와 자본이 만났고 헤어졌고 이제 다시 만날 기회를 엿본다. 이들 만남이 남긴 비용은 고스란히 시민의 몫이 되고 있다.

김광태기자 ktkim@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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