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DT인] "미·중 관계 불확실하지만 한·중 기업간 실질적인 협력 이어져야"

"국민 건강과 직결… 의약품 공급망 문제는 다른 차원에서 접근해야
K-제약바이오 산업, 글로벌 진출하는데 새로운 전기 맞이하고 있어"


노연홍 한국제약바이오협회장

"글로벌 빅파마들도 상당수 중국 기업의 파이프라인을 도입하고 있습니다. 미중 관계가 불확실한 상황에 놓여있지만, 한국 기업과 중국 기업과의 실질적인 협력 관계는 계속 이어져야 합니다."

노연홍(사진) 한국제약바이오협회장은 17일(현지시간) 미국 매사추세츠주 보스턴에서 개막한 '바이오 인터내셔널 컨벤션 2025(바이오 USA)'에서 기자와 만나 "미중 갈등의 불확실성이 커졌지만 국가 간 갈등과는 별개로 기업 간 실질적 협력은 이어져야 한다"며이 같이 말했다.

노 회장은 "중국 기업이 신약 개발에서 약진하고 있다"며 "관세 등에 대한 미국 정책 방향도 명확하지 않아 아직까지 글로벌 제약사와 중국 기업 간의 현실적인 협력은 그렇게 줄어들지는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 기업도 기업 자체의 생존 전략이 필요한 만큼 중국 기업과의 협력 관계를 끊을 필요가 없다"며 "(미중 갈등의) 불확실성이 명확해지기 전까지 중국과의 실질적인 협력은 이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노 회장은 "의약품 공급망 문제는 다른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원료의약품 중국·인도 의존도가 높은 것은 국내 산업에도 굉장히 큰 영향을 미치고 국민 건강과 직결되는 문제"라고 했다. 그러면서 "필수 의약품의 안정적인 공급을 위해 원료의약품 자급도를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 회장은 "중국이나 인도에 대한 원료의약품 의존도를 조금씩 낮춰가는 것은 국제적인 정세와 상관없이 매우 중요한 과제라고 생각해 정부에 여러가지 정책들을 건의해 왔고 부분적으로 받아들여져 왔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번 바이오USA 행사장을 둘러본 뒤 "삼성바이오로직스, 셀트리온 등 기업들이 별도의 부스를 꾸렸고 한국관도 규모가 커졌다"면서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이 발전했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이어 노 회장은 "바이오USA 등 국제 전시회에 한국 기업들이 매우 적극적으로 활동하고 있는 것은 기업의 발전을 위해 글로벌로 나가는 게 도움이 되겠다는 것을 절실히 느꼈기 때문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노 회장은 또 "한국 제약바이오 산업이 글로벌로 진출하는 데 있어서 새로운 전기를 맞이하고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재작년 보스턴에서 바이오USA가 열렸을 때도 국내 제약바이오 관계자가 미국 다음으로 가장 많은 2000명 정도 참석해 글로벌 진출에 대한 의지를 나타냈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바이오USA 행사에 300개가 넘는 기업들이 직접 참여를 하고 파트너링을 진행하고 있는데, 한국 산업의 규모로 보면 결코 적은 숫자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특히 올해 긍정적인 데이터가 나오면서 전시회에 다양한 콘텐츠들을 제공할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 노 회장은 "국내 기업들이 개발한 신약 파이프라인 숫자가 최근에 늘어나고 있고, 기술수출도 지난해 13조원이었는데, 올해는 벌써 10조원을 돌파했다"면서 "국내 기업의 여러 임상 데이터와 콘텐츠들이 국제 무대에서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고 했다.

노 회장은 "국내 기업들이 성장하려면 정부의 의지와 기업들의 노력, 기초 과학의 발달 등 모든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국내에서 개발된 신약들에 대한 가치가 좀 더 제대로 반영이 돼서 좋은 약값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향후 해외에 나갈 때 레퍼런스가 되기 때문에 매우 중요한 방법 중 하나라는 게 노 회장의 의견이다.

노 회장은 바이오 산업 정책의 효율성과 일관성 확보를 위한 정부 차원의 '컨트롤타워' 재정비 필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노 회장은 "국가바이오위원회와 바이오혁신위원회가 각각 대통령 훈령과 국무총리 훈령으로 설치됐지만, 정부 교체 이후 실질적 기능은 정지된 상태"라면서 "새 정부가 실효성 있는 조직 체계로 재정비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노 회장은 최근 대통령실에 신설된 대통령실 AI미래기획수석비서관 제도에 대해 "바이오가 AI 정책 내 중요한 축으로 편입된다면 정부 차원의 집중 투자로 이어질 수 있다"면서 "바이오와 AI는 융합 시 가장 높은 성과를 낼 수 있는 전략 산업"이라고 강조했다.

보스턴(미국)=글·사진 강민성기자 kms@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