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 통폐합 팀장급 30% 축소 '대부제' 방식으로 조직 슬림화 업계, 수익하락 절감대책 고심 신한카드가 올해도 업계 1위를 탈환하기 어렵다는 위기감에 대규모 인력 감축이란 특단의 카드를 꺼냈다. 업황 악화 속 조직 통폐합으로 팀장급 자리를 30%가량 축소하며 대대적인 인력 구조조정에 나섰다. 이례적으로 반년 만에 희망퇴직을 감행하는 가운데 보직해임 팀장들을 대거 내보내는 수순이 예상된다. 업계 전반적으로 수익성 하락을 방지하기 위한 비용 절감 대책을 세우면서 강력 기조에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신한카드는 18일 팀별 핵심 기능을 부(部)를 중심으로 통폐합하는 '대부제(大部制)' 방식의 조직 슬림화에 나섰다. 조직의 효율적인 운영을 위해 기존 '4그룹 20본부 81팀'에서 '4그룹 20본부 58부'로 재정비했다. 애초에 지난 16일 개편할 예정이었다가 시행 일정을 조정했다. 노조 반발에도 기존 대규모 개편을 통한 인력 재편 방식은 고수했다.
신한카드는 이번에 기존 81팀을 통폐합하며 임원 변동 없이 팀장직을 약 28% 줄였다. 신한카드 측은 "자원 중복을 최소화하며 업무 효율성을 높이고, 책임과 권한을 함께 부여해 조직 내 성과주의 문화를 확산시키기 위한 개편"이라고 설명했다.
신한카드는 페이먼트(payment) 기술을 개발하는 '페이먼트 R&D팀'과 영업 전략을 총괄하는 '영업기획팀'을 '영업기획부'로 통합했다. 또 '고객마케팅팀'과 '미래고객팀'을 '고객마케팅부'로 통합해 전사 마케팅 전략의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하도록 했다. 상품 라인업을 유기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상품R&D팀'과 '체크선불팀'을 '상품R&D부'로 통합하는 등 핵심 기능을 중심으로 조직을 재편했다. 의사결정 단계를 단순화하기 위해 파트 조직을 기존 36개에서 12개로 개편했다.
이번 부서 통폐합을 통해 팀원 소속으로 돌아간 이들은 희망퇴직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이달 초 신한카드는 19일 희망퇴직 신청을 받는다고 밝혔다. 대상자는 1968년생부터 1979년생으로 팀장급들이 주로 포함됐다. 지난해 말(1968~1974년생)보다 대상자를 늘렸다.
안팎에서는 이번 인력 구조조정을 두고 희망퇴직을 가장한 반강제 강요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내부 한 관계자는 "사실상 희망퇴직 수요가 있었던 이들은 이미 다 나갔을 것"이라며 "비용 절감을 위한 방안으로 찍어내기식의 인력 감축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신한카드 노조는 이번 개편 방침에 대해 단행할 경우 전면 투쟁을 예고한 상황이다. 노조 측은 일방적인 구조조정이라며 관리직을 포함하면 전체 인력의 40%에 달하는 규모로 고용 안정성과 노동권을 보장받도록 강력 투쟁한다는 방침이다.
신한카드가 비용 관리를 강화하는 건 삼성카드에 연속으로 밀린 영향이 크다. 신한카드의 올 1분기 순이익은 1년 전보다 26.27% 감소한 1369억원으로, 같은 기간 3.7% 소폭 증가한 삼성카드(1844억원)에 밀렸다. 신한카드는 지난해 연간 5721억원의 순익을 거두며 삼성카드(6646억원)에 2014년 이후 처음으로 1위 자리를 내준 바 있다. 신한카드는 지난 2007년 LG카드와의 합병 이후 업계 1위를 유지했다. 삼성카드가 2010년, 2014년 주식 매각 등 일회성 요인으로 앞선 적은 있지만 1000억원가량 벌어진 건 처음이다.
박창훈 신한카드 대표는 올해 초 취임 후 부진한 실적이 이어지자 조직 효율화를 통한 생산성 제고에 나섰다. 문동권 전 대표가 경영 악화에 책임으로 '2+1' 임기를 하지 못하며 내실 경영에 고삐를 죄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말 기준 신한카드 직원 수는 2443명으로 삼성카드(1763명) 대비 680명 많았다. 신한카드의 1인당 생산성은 2억1731만원으로 삼성카드(3억2721만원)와 1억원 넘게 차이가 났다. 다른 지주 계열사인 KB국민카드(2억9798만원), 하나카드(2억9413만원)보다도 낮았다.
업계에서는 가맹점 수수료 인하 등으로 본업이 지속 악화하며 수익성 방어를 위해 추가 대응에 나서는 곳이 나올지 주목한다. 지난해 KB국민카드도 3년 만에 희망퇴직을 단행했으며, 우리카드와 하나카드, 현대카드도 잇달아 최대 수준의 특별퇴직금을 내걸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신한카드가 상반기 희망퇴직을 추가로 하며 일회성 비용을 반영할 경우 삼성카드를 넘어서기는 힘들 것"이라며 "상위사 외에 인력을 많이 두지 않는 만큼 비용 절감을 위한 또 다른 대응 방안도 내세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