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벙커버스터 투입 여부를 저울질하며 추가 파괴에 나설 이란의 핵시설은 곰 주(州) 산악지역 마을 포르도 근처 산 속 지하에 있는 '포르도 핵시설'이다. 포르도 핵시설의 공식 명칭은 '샤히드 알리 모하마디 핵시설'이다. 나탄즈에 이어 이란에서 두 번째로 큰 우라늄 고농축 시설이다.
포르도 핵시설의 정확한 규모와 성격은 알려져 있지 않으나, 원심분리기가 다수 설치된 우라늄 농축 시설이라는 점, 지하 깊은 곳에 위치해 있다는 점 때문에 공격하기 상당히 어렵다.
최근 IAEA 보고서들은 이란이 포르도에 약 2700대의 원심분리기를 설치했으며, 농축 우라늄의 순도를 준(準)무기급인 60%까지 높인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워싱턴DC에 본부가 있는 싱크탱크 과학국제안보연구소(ISIS)는 포르도 핵시설이 계속 가동된다면, 이란이 현재 보유 중인 60% 농축우라늄을 이용해 무기급인 90% 농축우라늄 233㎏를 단 3주 만에 만들어낼 수 있는 것으로 예측한다. 이는 핵무기 9기를 생산할 수 있는 분량의 핵물질이다.
포르도 핵심 시설들은 산악 지형 깊은 곳에 묻혀 있으며, 그 깊이는 80~90m로 추정된다.
이는 이스라엘군의 무기로는 공략이 불가능한 수준이다. 미국이 지닌 재래식 폭탄 중 가장 관통력이 크며 60m 깊이까지 파고 들어갈 수 있는 'GBU-57' 폭탄을 동원하더라도 단번에 뚫을 수는 없는 깊이다.
현재 공개된 벙커버스터 중 최신식인 'GBU-57'은 전작(BLU-109)보다 10배 더 강력한 폭발력을 가지고 있다.
이 폭탄의 무게는 한 발에 약 14톤에 이른다. 현재로서는 미군의 B-2 스텔스 폭격기로만 운반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공군은 시험비행을 통해 B-2 한 대로 GBU-57 최대 두 발을 실어 나를 수 있음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포르도 핵시설을 공습으로 파괴하려면 이스라엘군이 아니라 미군이 직접 나서야만 한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똑같은 투하 지점에 폭탄 여러 발을 반복해서 투하해야만 성공을 확신할 수 있다.
예히엘 레이터 주미 이스라엘 대사는 지난 16일 미국 메리트TV 인터뷰에서 "공중에서 폭탄을 떨어뜨려 포르도 핵시설을 없애려면, 그런 폭탄을 가진 세계에서 유일한 나라는 미국"이라며 "그런 길을 실제로 택하든 그러지 않든 결정은 미국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공중에서 폭탄을 떨어뜨리는 것이 유일한 방법은 아니다"라면서 "포르도를 처리할 수 있는 다른 길들도 있다"고 덧붙였다.권준영기자 kjykjy@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