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태 비대위원장 임기 놓고도 갈등
김 위원장 제안 5대 개혁안 좌초 위기

국민의힘이 변화·쇄신에 나서야 한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하면서도 좀처럼 중지를 모으지 못하고 있다. 당장 '투톱'인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과 송언석 원내대표도 당원 여론조사 등 변화·쇄신 방법을 두고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는 모습이다.

송 원내대표는 18일 3·4선 이상 중진 의원들과 선수별 간담회를 갖고 혁신위원회 구성 문제를 비롯해 김 위원장이 제시한 5대 개혁안, 전당대회 개최 시기 등 당내 사안에 관한 의견을 청취했다. 전날 초·재선과의 간담회에 이어 이날까지 선수별로 당내 의견 수렴 작업에 나선 것이다.

그러나 간담회를 마친 송 원내대표는 조속한 전당대회 개최와 혁신위 구성을 제외하고는 결정을 유보했다. 송 원내대표는 이날 간담회 후 기자들과 만나 "전당대회를 조기에 진행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전당대회를 준비하는 과정 모든 게 최고위원회 의결 사안이기 때문에 날짜를 바로 정할 수는 없지만 실무적으로 빨리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혁신위도 조기에 구성하는 게 좋겠다고 하는 의원들의 뜻에 따라 진행해 나갈 것"이라며 "김 위원장이 제안한 개혁안을 포함해 혁신을 위한, 원내 운영을 위한 여러 과정에서 변화와 쇄신이 필요한 부분이 많이 있다"고 전했다. 혁신위 구성 시기는 의원들의 총의를 모아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송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김 위원장과 만나서도 이 같은 의견을 전달했다.

하지만 송 원내대표가 혁신위 구성에 나서겠다고 밝히면서 당 안팎에서는 김 위원장의 개혁안이 좌초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김 위원장이 제시한 개혁안은 △9월 초까지 전당대회 개최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반대 당론 무효화 △대선 후보 교체 진상 규명과 합당한 책임 부과 △당심·민심 반영 절차 구축 △지방선거 100% 상향식 공천 등이 골자다.

앞서 송 원내대표는 혁신위에서 김 위원장이 제안한 개혁안을 논의할 것을 주장한 바 있다. 반면 김 위원장은 혁신위 구성은 다음 지도부가 할 일이며 개혁안을 둘러싼 당원 여론조사를 먼저 실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송 원내대표는 일단 당원 여론조사 실시 여부와 관련해 아직 결론을 내린 건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는 "당원 여론조사를 하지 않기로 한 건 아니다"라며 "그 자체에 대해서 적절치 않다는 의견과 해볼 만하다는 의견 등 의원들의 견해가 갈리고 있어서 지금 결론을 내리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송 원내대표가 김 위원장이 반대하는 혁신위를 꾸리겠다고 공언하면서 개혁안을 사실상 무력화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제기된다.

국민의힘 당헌·당규상 특별위원회 구성은 당대표의 권한이다. 김 위원장이 동의하지 않으면 혁신위 구성이 불가능하다는 의미다. 하지만 오는 30일 김 위원장의 임기가 종료되고 송 원내대표가 당대표 권한대행을 맡는다면 혁신위를 구성할 수 있다. 송 원내대표는 이날 '김 위원장의 임기 종료 후 당원 여론조사를 실시할 가능성이 있냐'는 기자들의 물음에 "새로운 비대위원장을 지명할지, 권한대행 체제로 갈지에 대해 아직 생각할 겨를이 없어 답변하기 곤란하다"며 말을 아꼈다. 송 원내대표는 김 위원장이 '혁신위 구성은 개혁안을 공전시키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한 것을 두고는 "공전이 아니라 쇄신과 변화가 필요하다고 하는 김 위원장의 고뇌에 찬 제안에 대해 좀 더 다듬고 확장, 발전시키기 위한 과정"이라고 반박했다.

쇄신 방법을 둘러싸고 계파 간 주도권 다툼도 감지된다. 구 주류에 속하는 의원들은 개혁의 절차적 정당성을 주장하며 송 원내대표에게 힘을 보태고 친한(친한동훈)계를 중심으로는 김 위원장을 지지하는 기류가 읽힌다.

나경원 의원은 이날 송 원내대표와 간담회 직후 "김 위원장이 개혁이라는 이름으로 (개혁안을) 혼자 발표하는 형식은 비민주적이라고 생각한다"며 "김 위원장은 대통령 후보가 지명한 비대위원장이기 때문에 정당성 부분에서 부족한 부분이 많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조경태 의원은 "김 위원장이 제안한 안에 대해서 받아들여야 한다는 입장"이라며 "개인적으로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안이라면 받아들이는 것이 합당하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윤선영기자 sunnyday72@dt.co.kr

송언석(왼쪽)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지난 16일 원내대표 선출 의원총회가 열린 국회 회의장에서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
송언석(왼쪽)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지난 16일 원내대표 선출 의원총회가 열린 국회 회의장에서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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