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에서 생산을 시작한 현대차 아이오닉9. 현대차 제공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자동차 관세 정책의 여파로 글로벌 완성차 브랜드들이 속속 미국 내 판매 차량의 가격을 올리고 있다. 비축해둔 재고가 소진돼감에 따라 차량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현대자동차·기아는 아직까지는 가격 인상을 자제하고 버티는 중이다. 업계에선 이 또한 오래가진 못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18일 로이터통신 등 외신 및 업계에 따르면 일본 완성차업체 미쓰비시는 미국 차량 가격을 평균 2.1% 인상한다고 밝혔다. 지난 4월 자동차 관세 부과에 따라 미쓰비시는 미국 수출을 일시 중단했으나, 지난주에 다시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출 차종들이 관세 대상이 되면서 소비자에게 관세 부담 일부를 가격에 반영하는 방식을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관세발(發) 차 값 인상 대열에 합류하는 완성차업체는 늘어날 전망이다. 지난달 미국 포드가 일부 차종의 가격을 최고 2000달러 올린 이후 일본 스바루도 주요 모델의 가격을 750달러에서 2055달러 인상했다.
현대자동차·기아도 가격 인상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관세 정책 시행 전 3~4개월치 재고를 북미에 쌓아뒀지만 이 또한 바닥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시장 상황을 살피고 단계적 인상을 고려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게다가 현대차·기아의 수입 물량 비중은 일본 업체들보다 높은 수준이기에 압박이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 혼다는 35%, 도요타는 51%, 르노·닛산·미쓰비시는 53%로 절반가량을 수입해 판매하지만 현대차·기아의 수입 비중은 65%로 이들보다 훨씬 높다.
현대차·기아는 미 현지 생산물량을 연간 120만대까지 끌어올려 관세에 대응하겠다는 중장기적 계획을 세웠으나 현실적으로 당장 이행되기는 어렵다. 급하게 멕시코 공장에서 생산되던 미국향 투싼의 생산을 멈추고, 미 앨라배마 공장으로 돌리는 방안을 실행 중이지만 여전히 전체 판매량 중 많은 대수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지난 3월 준공식을 연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의 생산능력도 20만대 증설하고 하이브리드차 생산도 추진하기로 했으나 내년부터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HMGMA에서는 아이오닉5 6292대, 아이오닉9 2382대 등 8674대만이 출고됐다.
여기에 트럼프 행정부가 자동차 관세 추가 인상 카드까지 만지작거리자 국내 자동차 업계 전반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의 관세 대응 방침에 기대어 손가락 빨고 기다릴 수밖에 없다"며 "단기적 실적 하락은 피할 방법이 없다. 현대차나 1차 부품 협력사같이 큰 곳들은 적자를 버틸 수 있겠으나 중소 부품사들은 이겨낼 재간이 없어 큰 혼란이 시작될 것"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