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공급과잉·글로벌 수요둔화에 울산공장 6만톤 규모 GPPS 중단 롯데케미칼·LG화학도 숨고르기
금호석유화학 본사 전경. 금호석유화학 제공.
금호석유화학이 울산공장의 범용 폴리스티렌(GPPS) 생산라인을 '셧다운'했다. 글로벌 경기 침체와 중국의 자급률 상승 여파로 공장을 멈추는 석유화학기업들이 '도미노'처럼 줄을 잇고 있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금호석유화학은 최근 울산공장에서 연간 약 6만톤 규모의 GPPS 생산라인 가동을 중단했다. 수요가 둔화되고 제품 수익성이 급격히 악화한 시기인 만큼 정비 시점을 조정한 전략적 셧다운이다.
GPPS는 스티렌 모노머를 열 또는 촉매로 중합해 만든 범용 플라스틱 소재다. 폴리에틸렌, 폴리염화비닐과 비교해 투명성이 뛰어나고 전기적 특성과 내구성, 모독성, 성형 가공성이 우수하다는 장점이 있다. 일회용 컵이나 광학 디스크 케이스 생활잡화, 건축재 등에 다양하게 사용된다.
한 석화업계 관계자는 "정비는 수급 상황에 따라 탄력적으로 조정되는 경우가 많다"며 "현재 석유화학 전반의 시황이 좋지 않아 정비 이후에도 즉시 가동을 재개하는 것으로 이어지긴 어려울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GPPS는 중국발 공급과잉과 글로벌 경기침체의 수요 둔화로 시황 자체가 약세다. 시장조사업체 비즈니스애널리티크(BusinessAnalytiq)의 가격 지수에 따르면 중국과 동북아시아 지역의 폴리스티렌 가격은 지난해 10월 평균 톤당 1340달러에서 이달에는 톤당 약 1160달러까지 떨어졌다. 8개월 연속 하락세다.
국내 석유화학 산업은 사실 '한계 상황'이다. 금호석유화학뿐만 아니라 LG화학, 롯데케미칼, 한화솔루션 등은 자체적으로 범용 제품을 중심으로 공장 보수 일정을 앞당기거나 아예 가동을 멈추는 등 극단적인 재고 조절에 나섰다. 석유화학 공장의 특성 상 생산라인을 일단 멈추면 재가동하기까지 많은 비용과 긴 시간이 소요된다.
또 다른 석유업계 관계자는 "정기 보수라도 그 타이밍에 맞춰 연관된 서브 공장들도 같이 꺼야 하는 데다 한번 껐다 켜면 다시 제대로 돌아가기까지 시간이 걸리고 그동안 제품도 안 나오니 전체 수율에도 영향을 준다"며 "껐다가 다시 켤 때는 청소하고, 점검하고, 다시 품질 맞추는 과정도 필요해 그 자체로도 비용과 인력 소모가 큼에도 감수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에서도 국내 석유화학 산업이 개별 기업 차원에서는 대응하기 어려운 수준에 이른 것으로 인지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정부가 정책적으로 산업 구조 재편의 물꼬를 터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정책적 방향 제시와 구조적 해법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미래에너지융합학과 교수는 "지난해부터 이미 개별 기업이 감당할 수 없는 구조적 한계에 도달한 상태"라며 "정부가 나서 구조 전환을 유도하고 정책적으로 개입하지 않으면 산업 생태계 자체가 무너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이재명 정부 출범 후 기획재정부를 포함한 각 부의 장관 교체를 앞두고 있어 본격적인 정부의 대응은 인사가 마무된 이후에나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