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 'CES 2025'의 슬로건은 'Connect. Solve. Discover'였다. 인공지능(AI)이 전시의 핵심 이슈임에도 불구하고 가장 앞선 단어가 '연결'(connect)이었다는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초거대 멀티모달 모델, 에이전틱 AI, 피지컬 AI 등 새로운 AI 기술들은 모두 '데이터·모델·장치·서비스 간 연결'을 핵심으로 한다. 즉, 현실에서 작동하는 고도화된 AI의 필수불가결한 핵심요소 가운데 하나가 '빠르고 지능적인 연결'을 가능케 하는 6G AI 네트워크다.
6G는 단순한 통신 속도의 향상을 넘어서, AI가 실시간으로 추론·시뮬레이션·동작·센싱·인지할 수 있게 하는 차세대 연결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다. 특히 CES와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를 통해 확인된 글로벌 추세는 AI가 산업의 중심이 됐고, 그에 따른 연결망 역시 AI에 의해 운영되고 AI를 위한 구조로 바뀌어야 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AI는 데이터센터에 위치한 초대규모 AI 에이전트, 단말에 탑재된 온디바이스 AI, 그리고 기지국의 엣지 AI 등 다수의 에이전트 간에 대규모 토큰과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주고받아야 비로소 완성된다. 이를 가능케 할 연결 인프라가 바로 '6G AI 네트워크'다. 그래픽처리장치(GPU)와 고대역폭 메모리반도체(HBM) 간의 물리적 연결이 생성형 AI의 성능을 비약적으로 끌어올렸듯, 앞으로는 AI 에이전트 간 실시간 통신을 가능케 하는 네트워크 연결성이 곧 국가의 핵심 경쟁력으로 부상할 것이다.
중국은 화웨이와 차이나모바일을 중심으로 자체 개발한 네트워크 특화 파운데이션 모델 기반으로 AI 자율 네트워크의 수준을 레벨-4까지 끌어올린 ADN(Autonomous Driving Network)을 선보였고, 6G AI 네트워크 기술로 A-RAN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미국은 엔비디아 주도로 AI-RAN 기술과 피지컬 AI 기술을 제안하고, 관련 산업체·통신사·대학과 연합하여 AI가 내재된 자율 인프라이면서 AI 에이전트간 실시간 추론·시뮬레이션·동작·센싱·인지를 지원하는 6G AI 네트워크 기술을 선도하고 있다.
우리나라 또한 6G 연구·개발(R&D) 사업을 통해 2024년부터 2028년까지 국비 3731억원을 투자하여 산학연 협력 하에 단말·기지국·모바일 코어·광통신 등 전 주기 기술 개발을 진행 중이다. 특히 43개 국내 중소·중견기업이 참여해 핵심 기술의 국산화를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전통적인 3GPP 표준기술 및 그 상용화 기술의 확보에 초점을 두고 있다. 따라서 6G AI 네트워크 기술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AI 자율네트워크 기술, AI-RAN기술, AI 에이전트간 연결성 지원하는 통신·AI·센싱 융합기술에 대한 본격적인 추가 R&D가 필요하다.
현재 일부 후속 R&D가 계획되고 있지만 글로벌 주도권 경쟁에 필요한 규모, 속도, 그리고 집중력이 부족하다. 통신사업자·장비사와의 협력을 통한 데이터 공유와 플랫폼 확보를 추진하고 민·관·산·학 총체적 연계를 통해 네트워크 자율화와 AI간 연결성을 실증해야 한다. 메타버스, 자율주행 등의 미래 서비스를 에이전틱·피지컬 AI의 발전 위에서 제공할 수 있는 6G AI 네트워크의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
AI의 진정한 가치는 AI 모델, AI 반도체의 자체 기술력 확보와 더불어 그 개별 모델과 하드웨어가 물리적 세계에서 얼마나 빠르고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지능화되는지에 달려 있다. 그리고, 6G는 단순한 통신 기술을 넘어, 초연결·초지능 시대의 핵심 인프라이자 디지털 주권을 지킬 전략 자산이다.
한국은 5G까지 세계적인 이동통신 네트워크 기술 및 산업 경쟁력을 발전시켜 왔다. 전 세계적인 AI 기술 경쟁에서 한국의 강점을 살리고 약점을 보완해서 AI G3 달성을 위한 정교한 전략을 확보하고, 속도와 집중력을 가지고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6G AI 네트워크에 대한 전략적 투자와 생태계 조성을 본격화한다면, 이는 곧 AI 시대를 맞아 글로벌 경쟁에서 우위를 확보할 결정적 기회가 될 것이다. 지금이 바로 그 미래를 준비할 골든타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