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신용 세종본부장
국정기획위 출범 새 정부, 청사진 마련 돌입

부처 '헤쳐모여' 어떻게 진행될지 초미 관심

이 대통령, 소신 앞서 실용·경제성장에 무게

'새 술 새 부대 담아', 정책성과 내는게 관건


'닥공'(닥치고 공격)을 예상한 이들이 많았을 것이다. '내란 종식'을 강조한 이재명 대통령의 취임 이후 행보를 놓고서다. 2/3 가까운 국회 의석으로 쟁점 법안을 거침없이 몰아붙일 것이란 일각의 전망이 나왔지만 당 대표 시절과 달리 상당히 유연해진 게 두드러진다. 3대 특검법(내란·김건희·채 상병) 처리를 제외하고는 취임 2주 소신이나 원칙을 고집하기 앞서 실용에 무게를 둔 듯한 인상이다.

국회 처리가 예고됐던 이른바 '이재명 방탄법'인 형사소송법과 공직선거법 개정안, 대법관 증원법(법원조직법 개정안) 같은 쟁점 법안 처리에 제동을 건 게 대표적이다. 이 대통령은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쟁점 법안에 대해 대통령실 의견을 구하자 "나의 신상과 관련된 법안은 무리해서 처리를 안 했으면 좋겠다"는 취지로 답했다고 한다. 이재명 방탄법이 무산된 데는 이 대통령의 의중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는 얘기다. 이 대통령을 지지하지 않는 쪽에서도 의외라는 반응이 나왔다.

민생회복지원금(소비쿠폰) 스탠스라고 다르지 않다. 제2차 추가경정예산안 편성을 눈앞에 두고 있는 가운데 보편지급에서 차등지급하는 쪽으로 선회했다. 이 대통령의 대표 상품 격인 '기본소득' 대신 모두에게 주되 지원액을 달리하는 '차등지급' 방식을 검토하고 있다. 이 대통령이 두 번째 정상 통화로 일본을 택한 것 역시 뜻밖이다. '셰셰' 발언에서 읽은 친중 이미지의 그가 보인 정반대 행보는 여러 해석을 낳았다.

여기에 첫 현장 방문지를 차별화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 대통령은 취임 후 처음 찾는 곳으로 한국거래소를 선택했다. '코스피지수 5000 시대'를 공약한 이 대통령은 주가조작 등 불공정 거래 행위를 엄단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줬다.



사실 이 대통령의 달라진 면모 시그널은 진작 있었다. 대통령실에 입성하자마자 첫 행정명령(1호 지시)으로 비상경제점검 태스크포스(TF) 구성을 지시했다. 이어 오후 7시30분부터 경제·산업 관련 정부 부처 차관과 실무자급을 용산 대통령실로 소집해 2시간30분간 회의를 주재했다. 다음 날인 5일 이례적으로 3시간40분간 이어진 국무회의에서는 경제 부처로부터 민생 현안을 집중 보고받았다.

이는 문재인 전 대통령이 취임 48일 만에 자신이 임명한 이낙연 국무총리 등과 첫 국무회의를 주재한 것과 대비된다. 점심은 김밥 한 줄로 검소하게 때웠다. 뒤에 이 대통령의 '라면 값 2000원' 발언이 소환되면서 라면이 김밥과 함께 메뉴판에 올랐으면 좋았을 것이라는 말이 돌았다. 그만큼 국무회의 분위기가 나쁘지 않았던 모양이다. 이 대통령은 '군기 잡기'보다 경제 성장을 위한 파트너 역할을 강조하면서 윤석열 정부 국무위원들과 호흡을 맞춘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이 대통령이 다자외교 무대에 데뷔한 사이 지난 16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를 대신해 국정기획위원회가 공식적으로 발을 뗐다. 정부 출범 12일 만이다. 경제와 사회, 정치·행정과 외교·안보 등 총 7개 분과위원회를 설치했는데 하루 2차례 회의를 열고 소관 분야별 국정과제안과 조직개편 필요성 등의 검토에 들어갔다. 분과에 따라서는 1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업무보고를 받았다. 법정 활동 기간은 60일이지만, 1회에 한해 최장 20일까지 연장이 가능하다.

가장 시선을 끄는 부분이 정부조직개편 아닐까. 이미 대선 과정에서 기획재정부의 분리 구상 등은 제시됐다. 예산권을 떼어내 대통령실 또는 국무총리실 산하로 이관하고, 금융위원회의 금융정책 기능을 다시 기재부에 편입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장관을 '부총리급'으로 격상하는 행정안전부 강화론 또한 급부상했다. 기재부 장관이 '경제부총리'를, 교육부 장관이 '사회부총리'를 겸하는 부총리 2인 체제에서 사회부총리를 행안부 장관이 맡도록 하는 방안이다. 기후에너지부 신설이나 통계청 승격 같은 사안에 대해 논의가 어떻게 진행될지 주목된다. 이 대통령이 "속도감 있게 추진하라"고 지시한 해양수산부의 부산 이전 문제는 뜨거운 감자가 될 것이다.

51차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참석한 이재명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캐나다 앨버타주 캘거리의 한 호텔에서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와 한·호주 정상회담을 하며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51차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참석한 이재명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캐나다 앨버타주 캘거리의 한 호텔에서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와 한·호주 정상회담을 하며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와 관련, 이한주 국정기획위원장은 1차 전체회의에서 정부조직개편안은 별도의 TF를 구성해 완성도 높은 안을 선보이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과도하게 집중된 기능과 권한을 과감히 분산·재배치하고, 인공지능(AI) 3대 강국 대도약을 뒷받침하기 위한 정부 효율성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정부 조직 정비 등을 바탕으로 유능한 정부 구조로 대수술해 정부 조직을 재설계하는 게 핵심이 될 전망이다.

이 위원장은 완성도에 방점을 찍었지만 속도감 역시 그 이상으로 중요하다. 이 대통령의 조직개편에 대한 청사진은 대선 과정에서 이미 제시됐다. 민주당 내부에서도 방향성과 구체적인 이행 방안을 여러 차례 내놓은 만큼 논의를 길게 이어갈 이유가 없다. 윤석열 정부는 출범 5개월이 지나서야 개편안을 선보이면서 제대로 된 조직을 갖추지 못했고, 핵심 정책에서 헛발질을 하곤 했다.

힘이 센 임기 초반인데다 민주당이 국회 다수 의석을 가진 점에서 의지에 따라 얼마든지 조직개편을 앞당길 수 있다. 이재명 정부의 철학과 비전을 실현할 중요 축 중 하나가 정부 조직이다. 새 술을 새 부대에 담아 성과를 내는 게 절실하다는 의미다. 하혜수 경북대 행정학부 교수는 "정부조직 개편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논쟁이 최적화된 대안으로 수렴된다는 보장이 없다"라며 "이미 정부가 출범한 상황에서 새 정부의 국정철학이나 이념을 실현할 정책의 완성도가 보다 필요한 시점"이라고 조언했다.

송신용 세종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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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신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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