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디지털자산법 내달 발의 자기자본 기준 등 발행요건 명시 담보비율도 강화해 100% 이상 민주당 "속도"… 업계 "글쎄" 가치안정형 디지털자산(특정 법화나 자산에 가치를 고정한 가상화폐·스테이블코인) 관련 기본 법안이 구체화하고 있다. 기존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디지털자산 기본법을 구체화한 '디지털 자산시장의 혁신과 성장에 관한 법률'이다.
기본법과 별개로 발의되는 이번 법안에는 발행자의 자기자본 기준을 강화하고, 발행한 코인과 동일한 수준의 준비자산을 담보로 준비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다만 법정 협회 설립, 발행 코인의 상장과 쓰임 등이 여전히 논의되지 않고 있어 실제 발행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자기자본 5억→10억… 담보비율도 강화= 더불어민주당 정무위원회 위원들은 17일 국회에서 '디지털 혁신법안 공개 설명회'를 개최했다. 강준현 의원이 대표로 발의할 법안의 주요 내용을 설명하는 자리였다.
앞서 민 의원이 발의한 디지털자산 기본법안과의 가장 큰 차이점은 스테이블코인 발행 사업자의 자기자본 기준과 담보비율 구체화다.
기존 기본법안이 자기자본 기준을 5억원으로 제시한 뒤 업계 등에서 과도하게 낮은 자기자본 기준으로 '코인런'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 바 있다. 원화와 동일한 가치를 지닌 사실상 새로운 화폐를 발행하는 조건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이다.
이에 이번 법안에서는 자기자본 기준을 10억원으로 상향했다. 이와 함께 발행자 인가요건을 받기 위해서는 타당하고 건전한 사업계획과 인력, 물적 설비 등을 갖추도록 했다. 스테이블코인의 가치가 안정돼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운영능력과 통제권한을 갖춰야 하고, 금융회사 지배구조법에 준하는 임원과 대주주 요건을 부여했다.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기 위해서는 백서 등을 의무적으로 공시해야 하고, 상환 요청이 있을 때 3일 이내에 이를 실행해야 한다. 이를 위해 코인 가치와 연동된 법화와 동일한 법화 등으로 표시된 준비자산을 발행 자산 이상 규모로 준비해야 한다.
담보비율을 100% 이상으로 정한 셈이다. 해당 준비자산에 대해 매월 1회 이상 감사보고서를 공시하고 매년 1회 이상 외부감사를 받아 보고서를 공시하도록 했다. 또 발행한 자산에 비례해 추가 자기자본을 쌓도록 해 발행 사업자의 신뢰성을 확보했다.
안전장치도 법제화했다. 발행자가 파산하거나, 전산장애로 정상적인 거래가 이뤄질 수 없다고 인정될 경우 금융위가 발행이나 거래 중단을 명령할 수 있도록 했다. 금융감독원의 검사권도 보장했고, 스테이블코인 발행에서 소외됐다는 평가를 받은 한국은행이 금융위에 의견을 표명할 수 있도록 했다.
이번 법안에는 스테이블 코인 외에도 일반적인 디지털자산 사업자의 유형도 구체화했다. 기존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에서 매매와 중개, 관리 등만 사업자로 인정한 것과 달리 일임·운용, 자문, 대행 관련 사업자를 추가해 관련 산업을 넓혔다. 특히 일임·운용의 경우 타인의 디지털자산을 모아 펀드를 구성해 다른 디지털자산에 투자할 수 있도록 만들어 본격적인 디지털자산 투자가 가능해진다.
◇속도 낸다는 민주당… 업계는 '반신반의'= 강 의원은 "디지털자산 기본법을 빨리 추진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정무위원회 의원들 사이에서 형성됐다"며 "디지털자산 시장의 생태계를 체계화하기 위해 빠르면 다음 달 내로 법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 미국 중심으로 재편된 디지털자산 시장에서 한국도 경쟁력을 갖기 위해 빠르게 법안을 추진한다는 방침이지만, 업계에서는 여전히 숙제가 산적해 있다고 지적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지금 법안이 발의된다 하더라도 이미 발의된 내용과 야당이 발의할 법안 등과 조율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며 "목표는 연내 통과라고 하지만, 유예 기간까지 고려하면 최소 2~3년은 소요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법안이 업권법에 해당하는 기본법인 만큼, 추가적인 법안과 시행령도 마련돼야 한다. 이번 법안에서 새롭게 등장한 '법정 협회'에 대한 정의와 설립, 해당 협회가 법에서 정한 통합공시시스템 등의 능력을 갖췄는지 검증할 시간도 필요하다. 또 스테이블코인이 발행된 이후 국내 거래소에 상장하는 방식과 향후 쓰임새에 대한 논의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법안에서 정한 협회는 발행을 위한 주요 요소인 백서에 대한 심사를 담당하고, 이후 공시에 대한 감시 역할도 하게 된다"며 "현재 이 같은 역할을 하고 있는 닥사나 지금 법안 제정에 힘을 쏟고 있는 핀테크산업협회 등이 있는 상황에서 새로운 협회를 등장시킬 것인지, 아니면 기존 단체를 법정 단체로 격상시킬 것인지도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당국이 정한 발행요건을 모두 갖춘 뒤 스테이블코인이 발행된다 하더라도 국내 거래소에 어떤 방식으로 이를 상장할 지도 전혀 논의되지 않고 있다.
한 거래소 관계자는 "향후 등장할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을 기존 가상화폐와 동일한 프로세스로 심사해도 되는 것인지부터 논의해야 한다"며 "만약 법에서 정한 발행자 요건만 모두 갖추면 거래소는 무조건 이를 상장해야 하는지도 의문"이라고 말했다.
스테이블코인이 발행된 뒤 국내 거래소에 상장된다 하더라도 쓰임새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우려도 나온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지금 테더(USDT)와 USDC가 전체 스테이블코인의 99% 이상을 차지하고 있고, 해당 코인이 모두 국내 거래소에 상장돼 있는 상황에서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수요가 얼마나 확보될지 모르겠다"며 "결국 해외 거래소에서 이를 사용하도록 만들어야 하는데, 지금 논의는 대부분 실제 결제수단으로서의 스테이블코인에 집중돼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남석기자 kns@dt.co.kr
강준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7일 국회에서 열린 '디지털자산 혁신 법안 공개 설명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