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과 이란의 무력충돌이 점점 거세지면서 민간인 사상자가 속출하고 있다. 포화를 피하기 위해 교외 지역이나 이웃 국가 등으로 피란을 떠나는 주민들이 늘면서 중동 '엑소더스(대탈출) 현상'이 벌어졌다.
외교부는 17일 이스라엘과 닷새째 무력 충돌을 벌이고 있는 이란에 대해 이날 오후 1시를 기해 이란 전 지역에 여행경보 3단계(출국 권고)를 발령했다.
외교부 관계자는 "이란 내에 체류 중인 국민들은 신변안전에 각별히 유의하면서 공관의 안내에 따라 가급적 신속히 출국하고, 이란을 여행할 예정인 국민들은 여행을 취소·연기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날 미국은 이란의 미사일 공격으로 이스라엘 내 미국 대사관을 폐쇄 조치했다. 전 직원들에게 거주지 및 인근 대피소에 머물도록 지시했다. 주이스라엘 미 대사관은 긴급 안전 공지를 통해 "이스라엘 민방위사령부 지침과 안보 상황을 고려해 예루살렘의 미 대사관은 17일부터 문을 닫는다"고 밝혔다. 예루살렘과 텔아비브에 위치한 영사과의 여권 발급 등의 업무도 중단했다.
이스라엘 주재 중국 대사관도 자국민의 신속한 출국 대피를 권고했다. 이스라엘 주재 중국 대사관은 "이스라엘과 이란의 분쟁이 계속 격화하면서 민간인 사상자가 증가하는 등 보안 상황이 더 심각해지고 있다"며 현지 자국민에게 가능한 한 빨리 육로를 통해 이스라엘을 떠나라고 촉구했다.
중동 공항 폐쇄로 인해 출장·관광 중인 수만명이 발이 묶여 대혼란이 벌어졌다. 이스라엘은 지난 13일 새벽 이란을 선제 공습한 이후 사실상 외국과의 교통이 차단된 상태다. 이스라엘 당국은 텔아비브의 벤구리온 국제공항을 폐쇄했다.
이스라엘의 거센 공습이 이어지고 있는 이란에서 포화를 피하기 위해 교외 지역이나 이웃 국가 튀르키예 등으로 피란을 떠나는 주민들이 늘고 있다. AP에 따르면, 이란과 500㎞가 넘는 국경을 접한 튀르키예에는 최근 이스라엘의 공습을 피해 들어오는 입국자가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이란 수도 테헤란 등을 노린 이스라엘의 공습 강도가 거세지면서 SNS 등에는 이란을 빠져나가려는 피란민 수백명이 튀르키예 국경에 몰려들었다는 사진과 게시물들이 쏟아졌다. 현재 튀르키예는 이란 시민들에게 관광 등의 목적으로 90일간 무비자 입국을 허용하고 있으며, 차량이나 도보 등 육로로 국경 간 이동이 가능한 상황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일정을 취소하고 조기 귀국하면서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긴급 소집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국의 B-2 폭격기를 동원해 3만 파운드(약 1만3607kg)의 GBU-57 벙커버스터 폭탄을 투하하는 방안을 두고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양국 간 충돌이 격해지자 미국은 중동에 항공모함을 추가 배치하기도 했다.
반면 일각에선 미국과 이란 간 양자회담이 이번 주에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미 매체 악시오스는 소식통을 인용해, 백악관이 스티브 위트코프 중동 특사와 압바스 아락치 이란 외무장관의 양자 회담을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한편, 이날 G7 정상들은 이스라엘과 무력충돌을 벌이고 있는 이란에 대해 긴장완화를 촉구하는 공동성명을 채택했다. G7 정상들은 성명문을 내고 "우리는 이란이 결코 핵무기를 가질 수 없다고 분명히, 일관되게 밝혀왔다"면서 "우리는 이란 위기의 해결이 가자지구 휴전을 포함한 중동의 더 광범위한 긴장완화로 이어지길 촉구한다"고 말했다.
권준영기자 kjykjy@dt.co.kr
16일(현지시간) 튀르키예 귀르블락 국경에서 이란 시민들이 튀르키예에 도착한 모습. [AP=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