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전세사기 여파로 임차인 대신 변제한 전세보증금의 채권 회수율을 높이기 위해 민간 추심업체와 손을 잡는다.
HUG는 전세보증금 대위변제 채권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회수율을 높이기 위해 신용정보업체와 추심 위임 계약을 체결하고, 채권 관리 업무 전반을 위탁한다고 17일 밝혔다.
전세보증금 대위변제액은 HUG가 보증 사고 주택의 전세보증금을 임대인 대신 임차인에게 먼저 돌려주고 추후 임대인에게서 회수해야 하는 돈이다. HUG는 자사 조직 내에 채권 관리 업무를 담당하는 부서를 두고 있으나, 채권 규모가 급증하다 보니 자체 인력으로 소화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HUG는 대위변제 대상 주택을 경매에 넘겨 낙찰 받는 방식으로 채권을 회수하고 있다. 하지만 낙찰액이 채권액에 미치지 못해 잔여 채권이 발생하는 등 이유로 임대인으로부터 돌려받아야 할 금액이 여전히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대위변제액은 2021년 5041억원에서 전세사기 문제가 본격적으로 불거진 2022년 9241억원으로 늘었다. 2023년과 지난해에는 각각 3조5544억원, 3조9948억원으로 급증했다. 올해에는 5월까지 1조1019억원으로 집계됐다.
통상 대위변제는 당해 연도에 발생하지만 회수는 경매 등 절차를 거치다 보면 1년 이상 시차가 생기는데, 그간 전세사기로 대위변제가 집중됐던 시기를 벗어나 회수기가 도래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사고가 발생한 집을 HUG가 사들여 공공임대주택으로 활용하는 든든전세주택 매입 등 채권 회수율을 높이려는 제도적 노력도 회수율 제고에 기여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지금도 임차인으로부터 보증금을 제때 돌려받지 못하는 피해자가 꾸준히 발생하는 터라 추심이 필요한 채권 규모는 당분간 일정 수준을 유지할 전망이다.
HUG 관계자는 "자체적으로도 채권 관리 업무를 담당하는 조직을 두고 있으나 채권 규모가 급격히 커지다 보니 자체 인력으로 소화하기가 어려운 수준"이라면서 "민간업체의 전문성을 활용해 채권 회수율을 높이고 재무 건전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