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전 대구시장이 17일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 [연합뉴스]
홍준표 전 대구시장이 17일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 하와이로 떠났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이 17일 귀국했다. 국민의힘의 시계가 여전히 영남권에 멈춰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상황에서 보수 재편 가능성이 제기된다.

홍 전 시장은 이날 오후 한 달여 간의 하와이 생활을 마치고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그는 기자들과 만나 "나라가 조속히 안정됐으면 한다"며 "새 정부가 출범했는데 정치 보복을 하지 말고 국민 통합으로 나라가 안정되도록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홍 전 시장은 지난달 10일 국민의힘 대선 경선에서 탈락한 뒤 하와이로 출국한 바 있다. 당시 홍 전 시장은 "이제 시민으로 돌아가겠다"며 정계 은퇴를 시사하고 국민의힘 탈당 절차까지 밟았다. 그러나 그는 하와이에 머무르는 동안 페이스북, 지지자들과의 소통 플랫폼인 청년의꿈을 활용해 정치적 메시를 발신해 왔다.

홍 전 시장의 발언은 "박근혜 탄핵 때는 용케 살아남았지만 이번에는 살아남기 어려울 것", "다섯 번의 국회의원은 당의 도움 아닌 내 힘으로 당선됐다", "그 당이 내게 베풀어 준 건 없다" 등 주로 국민의힘을 겨냥했다. 국민의힘 대선 경선 과정에 문제가 있었다고 지적하면서 한덕수 추대론 등을 추진한 기존 지도부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국민의힘은 위헌정당 해산 심판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홍 전 시장의 귀국은 정계 복귀의 신호탄이라는 해석이다. 그는 하와이에서 "국민의힘에서 은퇴한 것"이라고 밝히거나 한 지지자의 '정계에 복귀한다면 홍 전 시장 중심의 신당이었으면 한다'는 취지의 요청에 "알겠다"며 신당 창당 의향으로 읽힐 수 있는 답을 내놓기도 했다. 지난 15일에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빅아일랜드의 한 달은 가없는 태평양을 바라보면서 두 가지 국민들에게 지은 죄를 속죄하고 앞으로 내 나라를 위해 할 일이 무엇인지 생각하는 시간이었다"고 적었다. 홍 전 시장의 측근으로 알려진 김대식 국민의힘 의원도 이날 CBS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서 "일련의 발언을 보면 국민의힘에서 은퇴했지 (정계를) 은퇴한 건 아닌 것 같다"고 했다.

다만 홍 전 시장은 이날 향후 행보와 관련한 취재진의 물음에는 "차차 말씀드리겠다"며 말을 아꼈다. 홍 전 시장은 '김용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제안한 5대 개혁안을 어떻게 보냐는 물음'에는 "나는 이미 탈당했고 그 당하고 아무런 상관이 없는데 할 말이 뭐가 있겠나"라고 했다.

홍 전 시장은 그간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는 등 무게감 있는 정치 경력을 쌓아 왔다. 이를 고려하면 홍 전 시장의 귀국 후 움직임은 보수 진영에 다소 긴장감을 줄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과 바깥에서 보수 재편에 나설 가능성도 거론되는 상태다. 홍 전 시장은 앞서 개혁신당으로 갈 수 있다는 한 지지자의 물음에 "낭설"이라고 답변하면서도 이 의원과 손잡을 여지는 남겨둔 바 있다. 이 의원도 전날 홍 전 시장이 귀국하면 만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이미 국민의힘을 탈당한 만큼 상징적인 역할은 할 수 있어도 실질적인 주도력은 갖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조원진 우리공화당 대표는 전날 MBC라디오 '권순표의 뉴스하이킥'에서 홍 전 시장을 가리켜 "보수는 이미 홍준표를 잊었다"면서 "그렇기 때문에 지금 돌아와 아무리 변명해도 설 자리가 없다"고 평가했다.윤선영기자 sunnyday72@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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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선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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