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자금법 위반 사건 '표적 사정'으로 규정
지난 5년간 교회에 2억원 헌금했다는 비판엔 "그런 것까지 비난 받을 이유는 없다고 생각"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는 17일 과거 자신을 향한 2차례의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을 다시 한 번 '표적 사정'으로 규정하면서 "제 경제적 고통은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었다"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표적사정은 한 번으로 끝나지 않았고, 두 번째 표적사정은추징금에 더해 숨막히는 중가산 증여세의 압박이 있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김 후보자는 첫 번째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에 대해 당시 2002년에는 기업 후원이 법적으로 가능했다고 설명하면서 "제가 요청하지도 않은 중앙당 지원금 성격의 기업 후원금의 영수증 미발급으로 인한 추징금 2억을 당시 전세금을 털어가며 갚았다"고 설명했다.

김 후보자는 2002년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할 당시 SK그룹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 2억 원을 받은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로 대법원에서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과 추징금을 선고받았다.

다만 당시 재판부는 김 의원 설명과 달리 판결문에 김 후보자가 당시 해당 기업 관계자로부터 돈을 전달받으며 "영수증은 어떻게 해드리면 되겠느냐"고 물었고 기업 관계자가 "그룹에서 올해는 법정 기부한도가 다 차서 영수증 처리가 곤란하다"고 답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명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판부는 이를 근거로 "(김 후보자가) 사건 당시 적법하게 정치자금 영수증을 교부할 수 없는 불법 정치자금을 교부받는다는 인식도 있었다"고 판단했다.

김 후보자는 또한 2번째 사건에 대해서는 "추징금을 성실납부하지 않는 전두환 같은 사람들을 겨냥했을 중가산 증여세는 하나의 사안에 대해 추징금도 부과하고, 증여세도 부과하는 이중 형벌"이라고 했다.

김 후보자는 "실제로는 추징금이든 세금이든 안 내려고 작정한 사람들에게는 아무 부담이 안 되고, 저처럼 억울해도 다 내기로 마음먹은 사람에게는 추징금 이전에 중가산세라는 압박이 무섭게 숨통을 조이게 돼 있다"면서 "매달 평균 140만원씩 세금이 늘어나는 혹독한 압박을 피하고자 어머니 명의의 집을 국가에 담보하여 분납 시도를 해 보았지만 세무 당국의 답은 냉정했다"고 강조했다.

김 후보자는 "결국 1억 2000만여원의 첫 고지금액을 훌쩍 넘는 2억 1000여만원을 최종 납부 한 중가산세의 압박 앞에서 허덕이며 신용불량 상태에 있던 저는 지인들의 사적채무를 통해 일거에 세금 압박을 해결할 수밖에 없었다"면서 "당시 어떠한 정치적 미래도 없던 제게 오직 인간적 연민으로 1000만원씩을 빌려준 분들에게 지금도 눈물 나게 절절이 고맙다"고 술회했다.

그는 "중가산 세금이 얼마나 무서운지 확인할 수 있다"며 표를 첨부하기도 했다. 중가산 세금 압박에 못 이겨 2017년 7월경 '더 이상 이렇게는 못 살겠다'고 판단, 여러 사람에게 1000만원씩 일시에 빌려 상환했다는 설명이다. 김 후보자는 "당시 제 신용상태로는 그 방법 외에 없기도 했다"면서 "그것이 2018년 4월 여러 사람에게 같은 날짜에 같은 조건으로 동시에 천만원씩 채무를 일으킨 이유이고, 차용증 형식이 똑같은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처음부터 이분들에게는 이자만 지급하다가 추징금을 완납한 후 원금을 상환할 생각이었다"면서 "천신만고 끝에 근 10억원의 추징금과 그에 더한 중가산 증여세를 다 납부 할 수 있었고, 최근에야 은행대출을 일으켜 사적 채무를 청산할 수 있었다"고 했다.

김 후보자는 "본 청문회에서 그간 추징금 납부 등에 사용된, 세비 외의소득에 대해서 다 말씀드릴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김 후보자는 2018년 강모 씨에게 4000만 원 등 11명에게 총 1억4000만 원을 빌리고 차용증을 써줬다. 강 씨는 지난해 초까지 김 후보자의 후원회장을 3년 넘게 맡았던 인물로 김 후보자에게 불법 정치자금을 제공한 의혹이 불거진 강모 씨는 2021년 민주당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으로 검찰 수사 선상에 올랐던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의힘은 김 후보자에 대해 인사청문특위를 가동, 이날 내부회의를 열고 김 후보자 스폰서라는 의심을 받는 강모 씨 등 불법 정치자금 의혹 관련 인물과 김 후보자의 전 부인도 부르기로 하는 등 전방위적인 공세를 예고한 상황이다.

김 후보자는 다만 "세비소득보다 지출이 많고, 지난 5년간 교회에 낸 헌금이 근 2억원이라는 걸 비난한 야당의원들의 지적에 대해서는 한 말씀 드린다"면서 "저는 지금까지 살아내고 버텨온 것을 제가 믿는 하나님과 국민의 은혜로 생각한다. 그런 것까지 비난받을 이유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김 후보자는 "저나 제 아내나 그런 마음으로 살아오고 헌금도 했다"면서 "다 발가벗겨진 것 같다는 고통을 호소하는 아내 눈의 실핏줄이 터지고, 아이들의 교육을 전담해주며 다른 삶을 사는 애들 엄마까지 청문회에 부르겠다는 냉혹함 앞에서 한 사내로서 참 무기력하고 부끄럽다"고 했다.

김 후보자는 "저도 놀랄 정도로 독립적으로 성장해온 제 아이에 대해 관련 교수가 이미 공개적으로 언론에 답장까지 했는데, 왜 문제를 제기했던 언론들은 입을 닫고 있느냐, 그런 것이 언론이냐"라면서 "중앙당의 요청에 따라 제게 2002년 서울시장 선거 지원금을 전달했던 기업의 대표를 부르건 저를 표적 사정한 검사들을 부르건 상관없고, 저도 그분들의 이야기를 듣고 싶다"고 했다.

김 후보자는 "그러나 그간의 고통을 그저 함께 나눠준 제 주변 사람들에게 무슨 죄가 있느냐"라면서 "하다하다 제 학력까지 시비당하니 황당무개하지만, 남아 있는 모든 궁금증에 성실히 답하고 생산적인 정책청문을 할 수 있도록 차분히 준비 하겠다. 다시 한 번 더 좋은 모습을 보여 드리지 못해 국민 여러분께 죄송하고 감사하다"고 했다.임재섭기자 yjs@dt.co.kr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가 17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금융감독연수원에 마련된 청문회 준비단 사무실에서 열린 사회분야 부처 업무보고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가 17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금융감독연수원에 마련된 청문회 준비단 사무실에서 열린 사회분야 부처 업무보고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임재섭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