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가 17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금융감독연수원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연합뉴스 사진>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가 재산·채무 의혹 검증을 집중하는 정치권을 향해 "'다 발가벗겨진 것 같다'는 고통을 호소하는 아내 눈의 실핏줄이 터지고, 아이들의 교육을 전담해주며 다른 삶을 살고 있는 애들 엄마(전처)까지 청문회에 부르겠단 냉혹함 앞에 한 사내로서 참 무기력하고 부끄럽다"고 호소했다.
페이스북을 통해 의혹 해명글을 올려 온 김민석 후보자는 17일 "그간의 고통을 그저 함께 나눠준 제 주변 사람들에게 무슨 죄가 있느냐"며 이같이 말했다. 두차례 불법정치자금 수수 혐의 전과와 추징금 납부·채무 의혹과 관련해선 재차 "표적사정(査正)으로 시작된 제 경제적 고통은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2002년(서울시장 선거) 당시는 기업 후원이 법적으로 가능했다. 제가 요청하지도 않은 중앙당 지원금 성격 기업(SK그룹) 후원금의 '영수증 미발급'으로 인한 추징금 2억을 당시 전세금을 털어가며 갚았다"며 "두번째 표적사정은 추징금(7억2000여만원)에 더해 숨막히는 증가산 증여세 압박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김 후보자는 2020년 제21대 총선 출마 시점 재산을 '-5억8000만원'대로 신고했고, 2024년 22대 총선 무렵 추징금 완납된 경위를 야당이 캐물은 바 있다. 그는 "추징금을 성실납부하지 않는 전두환(전 대통령)같은 사람들을 겨냥했을 중가산 증여세는 하나의 사안에 '추징금도 부과, 증여세도 부과하는' 이중 형벌이었다"고 호소했다.
이어 "추징금이든 세금이든 안 내려고 작정한 사람들에겐 아무 부담 안 되고, 저처럼 억울해도 다 내기로 마음먹은 사람에겐 추징금 이전에 중가산세 압박이 숨통을 조였다"며 "매달 평균 140만원씩 세금이 늘어나는 혹독한 압박을 피하고자 어머니 명의의 집을 국가에 담보해 분납 시도를 해봤지만 세무당국의 답은 냉정했다"고 했다.
총리 지명 시점까지 남아 있던 총 1억4000만원 사적 채무에 대한 해명으로도 이어졌다. 김 후보자는 "결국 1억2000만여원의 첫 고지금액을 훌쩍 넘는 2억1000여만원을 최종 납부한 중가산세 압박 앞에 허덕이며 신용불량 상태에 있던 저는, 지인들의 사적채무를 통해 일거에 세금 압박을 해결할 수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한날(2018년 4월5일) 9명에게 1인당 1000만원씩 같은 차용증을 쓴 정황에 관해 그는 "2017년 7월쯤 치솟는 (중가산세)압박에 더 이상 이렇게는 못 살겠다 생각한 저는 문제없는 최선의 방법으로 여러 사람에게 1000만원씩 일시에 빌리기로 결심했다. 당시 제 신용 상태로는 그 방법 외에 없기도 했다"고 해명했다.
또 "그게 2018년 4월 여러 사람에게 같은 날짜에 같은 조건으로 동시에 1000만원씩 채무를 일으킨 이유다. 차용증 형식이 똑같은 건 지극히 당연하다. 처음부터 이분들에겐 이자만 지급하다가 추징금을 완납한 후 원금을 상환할 생각이었다"며 "천신만고 끝에 근 10억원 추징금과 중가산 증여세를 다 납부할 수 있었다"고 했다.
아울러 "최근에야 은행대출을 일으켜 사적채무를 청산할 수 있었다"며 "오직 인간적 연민으로 1000만원씩을 빌려준 분들에게 지금도 눈물나게 절절이 고맙다"고 했다. 다만 2차 정치자금법 위반 처벌 원인이 된 2007년말 불법정치자금 제공자 강모씨로부터 총 4000만원을 빌린 정황, 채권자 일부의 고액후원 정황에 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김 후보자는 "본 청문회에서 그간 추징금 납부 등에 사용된, 세비 외의소득에 대해서 다 말씀드릴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다만 "'세비소득보다 지출이 많고, 지난 5년간 교회에 낸 헌금이 근 2억원'이란 것을 비난한 야당 의원들엔 한말씀 드린다"며 "저는 지금까지 살아내고 버텨온 것을 하나님과 국민의 은혜로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저나 제 아내나 그런 마음으로 살아오고 헌금도 했다. 그런 것까지 비난받을 이유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국회 인사청문특위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이 제기한 "최근 5년간 재산 8억원이 어떻게 갑자기 늘었는지", "(기타소득이란) 조의금과 강의료 수입이 얼마였는지. 세무 신고했는지"에 대해선 밝히지 않았다.
김 후보자는 표절 방지 법안 발의 '아빠 찬스' 의혹을 받은 아들 문제에 관해선 언론 보도를 비난하기도 했다. 아들이 고교 동아리 활동 중 모의법안으로 낸 내용을 자신이 2023년 21대 국회에서 동료의원 대표발의안에 공동서명하는 방식으로 발의한 점, 이 이력이 미국 코넬대 입학과 홍콩대 인턴십에 활용됐는지에 관한 것이다.
김 후보자는 전날(16일) "아들은 입법활동을 대학원서에 쓴 적이 없다", "아들은 자기 노력으로 인턴십을 확보했다"며 가족의 조력이 없었다고 해명했다. 홍콩대 교수가 자신의 '중등 학생들의 표절 행동 탐구' 논문에 관해 김 후보자의 아들이 표절 규제 조언을 요청했고, 화상 미팅을 거쳐 인턴으로 받았다고 답신한 내용도 공개했다.
그는 "저도 놀랄 정도로 독립적으로 성장해온 제 아이에 대해 관련 교수가 이미 공개적으로 언론에 답장까지 했는데, 왜 문제를 제기했던 언론들은 입을 닫고 있나. 그런 것이 언론이냐"고 반문했다. 김 후보자는 정치활동 기간 중국 칭화대 법학 석사과정을 밟은 경위에 관해선 "하다하다 제 학력까지 시비당하니 황당무계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중앙당의 요청에 따라 제게 2002년 서울시장 선거 지원금을 전달했던 기업의 대표'를 부르건 저를 표적 사정한 검사들을 부르건 상관 없고, 저도 그분들의 이야기를 듣고 싶다"며 "남아 있는 모든 궁금증에 성실히 답하고 생산적인 정책청문을 할 수 있도록 차분히 준비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