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산 석유화학단지가 술렁이고 있다. LG화학 대산공장이 팀별 목표에 대해 자필 서명을 요구하는 '목표 합의서'를 요구하면서 현장 반발이 확산하고 있다. 석유화학단지의 통폐합 논의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고용 불안에 불씨를 지핀 격이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LG화학 대산공장은 최근 '전문 과장'을 통해 생산직원을 대상으로 목표 공유회를 열고 목표 합의에 대한 자필 서명을 받고 있다. 전문 과장은 LG화학 생산 조직 내에서 현장 실무를 총괄하고 직원들을 관리·평가하는 관리자급 직책으로 성과평가를 수행하는 실질 책임자다.

목표 합의서는 '2025년 전문과장 목표 합의서 내용을 확인했으며, 동일한 목표로 업무를 수행하겠음'이라는 문구와 함께 소속 팀·파트와 근무조, 직급, 성명, 서명을 기재하게 돼 있다. 기존의 공지 전달과는 달리, 직원 개개인의 실명 서명 형식의 문서가 배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또 문제가 된 것은 문서 말미에 적힌 '2026년부터는 개인별 목표 수립 예정'이라는 문구다. 팀·파트 단위로 목표가 설정된 기존 방식에서 성과 평가의 개인화를 예고한 셈인데, 현재는 대산공장 직원들의 반발이 너무 커 이 문구만 삭제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산공장 현장직원들은 성과에 따른 압박 근거로 악용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현재는 삭제된 문구지만 내년부터는 개인 성과 중심의 체계 전환을 시도한 데다"동일한 목표로 업무를 수행하겠다"는 문구가 향후 실적 부진 시 불이익을 줄 수 있는 명분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LG화학 대산지회 노조 측은 "향후 성과 미달 시 임금 삭감의 근거로 악용될 가능성이 크다"며 "향후 제도화될 경우 목표 달성 여부가 진급률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고과 연동 구조조정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번 문서가 현장에서 더욱 예민하게 받아들여지는 배경에는 석유화학 업황 침체와 함께 여수·대산 등 주요 석유화학 단지를 중심으로 구조조정과 통폐합 가능성이 수면 위로 떠오른 상황이 자리하고 있다. 현재 롯데케미칼과 HD현대는 대산 석유화학단지 내 NCC(나프타 분해설비)의 통폐합을 논의 중이다.

여기에 현재 국내 석유화학 업황은 글로벌 경기침체로 인한 수요 둔화와 중국발 공급 과잉, 중동의 증설로 수십년 만에 최악의 수준이다. 석화업종의 임직원들 사이에서는 구조조정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팽배하다. 롯데케미칼의 경우 이미 울산공장에서 정년 퇴직을 앞둔 직원들과 장기 근속자들을 대상으로 권고 사직을 진행하고 있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미래에너지융합학과 교수는 "석유화학 산업의 구조 개편이 본격화된 상황에서 인력 감축은 불가피하다"며 "정부가 실업급여 외에도 재교육·전직 지원 등 보다 적극적인 사회안전망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한나기자 park27@dt.co.kr

LG화학 대산공장 메탄건식개질 공장 전경. LG화학 제공.
LG화학 대산공장 메탄건식개질 공장 전경. LG화학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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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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