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래스데어 매킨타이어

설민 지음 / 커뮤니케이션북스 펴냄


오늘날 우리는 더 이상 '좋은 삶'에 대해 묻지 않는다. 자유주의 문화 속에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라는 문제는 철저히 개인의 취향과 선택의 문제로 전락했고, 공적인 도덕적 논의는 실종됐다. 계몽주의 시대 이래로 도덕성을 합리적으로 정당화하려는 기획이 흄과 칸트를 거쳐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결국 실패로 돌아간 것이다. 남은 것은 해체된 도덕 담론과 정서주의, 혹은 니체식 힘의 윤리다. 이러한 도덕적 황폐 상태에 경종을 울리면서 철학의 본령을 회복하고자 한 이가 바로 알래스데어 매킨타이어(1929∼2025)다.

매킨타이어는 현대를 대표하는 정치철학자이자 윤리학자다. 스코틀랜드 출신으로, 노터데임대학교 철학과 명예교수를 지냈다. 그는 아리스토텔레스와 토마스 아퀴나스의 전통을 계승해 '덕 윤리'(virtue ethics)를 부활시킨 사상가로 널리 알려져 있다. 대표작 '덕의 상실'(1981)은 실천철학의 고전으로 꼽힌다. 그는 '덕'을 단순한 개인적 품성이 아닌, 실천과 전통 속에서 형성되는 공동체적 자질로 이해했다.

책은 매킨타이어 사상의 핵심 개념들을 조목조목 정리한다. 동시에 도덕성의 합리적 기반을 찾으려 했던 흄과 칸트는 왜 실패했는지, 오늘날 정서주의나 니체주의 윤리가 왜 유행하는지, 그의 '덕 윤리'가 대안으로 주목받는 이유는 무엇인지를 설명한다. 또한 그가 아리스토텔레스와 아퀴나스를 현대적으로 어떻게 되살렸는지, 자유주의와 마르크스주의를 동시에 비판한 배경 등도 짚어낸다.

윤리가 나침반을 잃은 시대, 우리는 어디로 가야 할까. 매킨타이어는 해답을 '덕'에서 찾는다. 좋은 삶을 위한 태도와 품성, 그것이 바로 덕이다. 혼란에 빠진 오늘을 비춰줄 진정한 실천철학이 바로 여기에 있다.

박영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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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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