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21개… 2년새 10배로 '쑥' NH아문디 7개·KB 6개로 최다 ETF 원본액 미달이 가장 많아 거래소 역할 강화 필요성 대두
여의도 전경. [연합뉴스]
최근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상장지수펀드(ETF)에서 투자자들의 선택을 받지 못한 상품의 상장폐지가 급증하고 있다. 차별성 없는 상품의 무분별한 상장으로 외면받는 상품도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거래소의 상장심사 강화와 함께 자산운용사의 자정작용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16일 한국거래소 카인드에 따르면 올해 들어 이날까지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한 ETF는 21개로 집계됐다. 2023년 2개에 불과했던 상폐 ETF가 2년새 10배 이상 늘었다. 업계에서는 ETF 상품이 늘어나며 자연스레 상장폐지 건수도 늘어났다고 설명했지만, 2년간 전체 ETF 개수는 724개에서 991개로 36% 늘어난 반면 상폐 건수는 더 빠르게 늘어났다.
상폐사유 발생 ETF 건수는 2022년 2개, 2023년 2개에서 지난해 22개로 늘었고, 올해도 21개로 전년과 유사한 수준이 발생했다. 상폐사유는 ETF 원본액 미달이 가장 많았다. ETF를 설정하고 1년 이상이 지난 상품이 1개월 이상 ETF 원본액이 50억원 미만인 경우 투자신탁의 해지가능 사유에 해당한다.
올해 가장 많은 상품이 상장폐지 사유 발생에 해당돼 자진 상폐한 곳은 NH아문디자산운용이다. NH아문디는 HANARO 단기채권액티브, 미국메타버스iSelect, 글로벌백신치료제MSCI 등 총 7개 상품의 상장폐지 사유 발생을 공시했다.
지난해에는 KB자산운용이 16개 상품의 상장폐지를 일시에 결정했다. 모두 순자산총액 50억원 미만 '무관심 상품'이었다. KB자산운용은 올해도 6개 상품에서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해 NH아문디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업계에서는 자산운용사가 수요가 적은 상품을 스스로 정리하고, 새로운 상품을 준비하는 '자정작용'이 활발해지면서 상폐 건수가 늘어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NH아문디자산운용 관계자는 "연초 ETF 부문을 새롭게 정비하면서 투자자들의 수요가 많지 않은 상품을 정리하면서 상장폐지 상품이 늘어난 것"이라며 "더 좋은 상품을 출시하기 위한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강제 상폐 사유에 해당하는 반기 말 기준 순자산총액 50억 미만도 매년 늘어나는 추세다. 거래소는 매 반기말 기준 ETF의 신탁원본액과 순자산총액이 50억원 미만이면 해당 종목을 관리종목으로 지정하고, 2개 분기 연속 해당 사유가 해소되지 않으면 강제로 상폐된다. 1개월 이상 순자산총액이 50억원 미만 상품이 '경고'에 해당한다면, 관리종목 지정은 강제사유에 해당한다. 2023년 한 해 동안 3건에 불과했던 ETF 관리종목 지정 건수는 지난해 35건으로 급증했다.
무분별한 ETF 상장이 늘어나며 시장에서 외면받는 상품도 늘어나는 추세다. 반기말을 보름여 앞둔 이날 기준 순자산총액이 50억원 미만인 ETF는 68개에 달한다. 991개 상품 가운데 단 한주도 거래되지 않은 종목만 7개였고, 9개 상품 중 하나는 하루 거래대금이 1000만원에도 미치지 못했다.
이에 업계의 자정작용과 함께 ETF 상장을 심사하는 거래소의 역할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도 거래소가 상장 심사 과정에서 시장의 수요를 평가하는 과정이 있지만, 동일한 구조의 상품이 무더기로 쏟아져 나오고 있는 만큼, 더 엄격한 심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같은 상품을 내놔도 브랜드 인지도가 높은 자산운용사에 돈이 집중되기도 하고, 과도한 수수료 경쟁으로 흘러가기도 한다"며 "상장폐지 ETF가 중소형 자산운용사에 집중된 이유"라고 설명했다. 이어 "독창성이 있는 상품의 독점권을 인정하고, 동일한 상품이 쏟아져 나오지 않도록 해 운용사의 건전한 경쟁을 유도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