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석팔 한국시니어과학기술인협회 감사
오늘날 대한민국의 현실을 바라보면 1000여 년 역사를 자랑했던 신라의 말기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세계사에서 1000년 이상 유지된 국가는 드물다. 경상도 지역의 자부심은 바로 이 '신라의 후예'라는 데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닌가 싶다. 그러나 신라도 하대(下代)에 접어들며 왕권은 약화되고, 내분과 지방호족의 득세로 중앙집권은 무너졌으며, 결국 후삼국 시대를 거쳐 고려에 항복하면서 막을 내렸다.

오늘날 우리가 마주한 정치 현실은 이와 닮아있는 듯하다. 그 배경으로 최근 전산화된 디지털 선거시스템에 대한 불신이 커지며 민심이 양극화되어가고 있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몇 % 득표율로 당선이 되었다, 안 되었다는 논의는 사실상 부차적이다. 진짜 문제는 디지털 선거관리시스템을 신뢰할 수 있는가이다.

이 디지털 선거관리시스템을 장악한 세력이 만약 부정을 저지를 마음만 먹으면, 민주주의는 형식만 남고 실질은 사라지게 될 것이다. 국민의 자유가 보장되려면 무엇보다 선거의 공정성과 투명성이 확보되어야 하다.

첫째, 정부와 국민 모두는 선거관리시스템에 대한 신뢰성을 확보하고, 현재 일어나고 있는 불신에 대한 요구를 해결하는데 앞장서야 할 것이다. 진심으로 민주주의를 요구하는 정치 지도자라면 이에 대한 국민의 불신을 잠재워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민주주의를 주장하는 정당정치의 존재와 그 존재의 이유는 사라지게 될 것이다.

둘째, 디지털 전자정부시스템에 저장된 국민 개인정보 보호 문제도 시급하다. 전자정부의 도입으로 행정편의(주민등록증 발급, 은행 오픈뱅킹, 홈텍스 등)는 향상되었지만, 동시에 국민이 감시당할 수 있는 '어항 속의 고기'나 다름없는 존재가 되었다. 디지털 인프라 대부분이 외국산 장비로 구성된 현실 속에서 우리의 개인정보는 지운다고 지워지는 것이 아니다. 또한 전자정부 디지털 정보시스템이 적국으로 넘어갈 경우 국가와 개인의 정보도 송두리째 넘어갈 수 있는 위험도 도사리고 있다.

셋째, 국민의 디지털 문해력(디지털을 이해하는 능력)에 대한 교육이 질실히 요구된다. 스마트폰을 들고 SNS(카톡, SMS, 페이스북 등)를 사용하지만, 디지털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어떤 위험이 숨어 있는지를 아는 이는 극소수 전문가일 뿐이다. 디지털 문해력은 이제 생존을 위한 기본 소양일 뿐만 아니라 디지털 전환 시대에 국민의 권리를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요구조건이다.

광복 이후 국민의 문맹률 80% 시대에 강제 교육령을 시행한 이승만 대통령의 결단은, 당시로서는 위대한 조치였다. 오늘날 우리가 직면한 디지털 문맹률은 그때보다 더 위험하다. 디지털 전환을 이해하지 못하는 아날로그 시대의 사고를 지닌 시스템(입법, 사법, 행정)을 보면 참으로 안탑깝고 답답할 때가 많다. 이는 민주주의의 기반을 흔들고 있을 뿐만 아니라 다수 국민들의 이해와 판단 능력을 마비시키고 있다.

또한 최근 정치적 표현에 대한 검열 시도나, 카톡 글 삭제 요구 등이 빈번하다는 것도 문제다. 이는 오히려 국민에게 공포심을 심어주는 행위일 뿐만 아니라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일로서 용납되어서는 안된다. 반복하지만, 우리가 지운다고 해서 정보가 사라지는 시대는 아니다. 대부분의 디지털 정보는 외국 서버에 저장되어 영구히 남는다.

결론적으로 세 가지를 강조하고자 한다. 첫째, 선거관리시스템의 투명성 확보 없이는 국민의 자유도, 민주주의도 보장될 수 없다. 둘째, 전자정부 시스템에 저장된 디지털화된 개인정보 보호를 위한 근본적 대책이 필요하다. 셋째, 전 국민의 디지털 문해력 향상을 위한 범국가적 노력과 대책이 시급하다. 디지털 전환을 기반으로 한 인공지능 혁명 시대를 맞이하여 국민들의 디지털 문해력 향상을 위한 특단의 조치가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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