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헌' 대북전단처벌법 우회한 민주 "신속 처분" 李의 "비싸고 더러운 평화" 반영 대북기조 언급 통일부 "전단 중단" 지목…납북자가족모임 반발 경기도 특사경단장 "납북·접경 고통 공감" 신중 정부차원 정보·안전대책, 남북대화 촉구 더불어민주당이 이재명 정부 출범 직후부터 북한인권 관련 단체의 대북전단 풍선 살포 처벌론에 드라이브를 건 가운데, 접경지 현장 단속을 맡아온 경기도 특별사법경찰(특사경) 측에서 신중론이 제기돼 주목된다. "납북자(북한 납치·억류자) 가족의 아픔을 공감하고 접경지역 주민의 안전을 보장하면서 남북 관계 개선"을 이뤄야 한다는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당선되기 전인 6·3 대선 기간 5월30일 강원 춘천시 춘천역광장에서 집중유세를 진행하며 시민들에게 인사하고 있다.<연합뉴스 사진>
앞서 여당은 문재인 정부 시절 입법한 대북전단금지법(남북관계발전법 개정안)이 2023년 9월 헌법재판소로부터 표현의자유 침해(과잉금지원칙 위배)에 따른 위헌 판단을 받았다. 그러나 북한군의 대남 쓰레기풍선 살포 등을 계기로 민주당 김동연 지사 체제의 경기도, 이재명 대통령 집권 후 통일부와 여당에선 대북전단 단죄론에 불을 당겨왔다.
민주당은 15일 황정아 대변인 브리핑을 통해 "백해무익한 불법 대북전단 살포를 즉각 중단시켜야 한다. 신속하고 강력한 법적 책임만이 이를 근절할 수 있다"면서 "관계당국은 민간단체의 불법행위에 대해 항공안전관리법·재난안전법·고압가스안전관리법 등 법령을 신속하게 검토하고 엄중한 처분에 나서라"고 여타 법령으로 단죄를 압박했다.
황정안 대변인은 "싸워서 이기는 것보다,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 더 중요하다. 민주당은 이재명 정부와 함께 한반도 평화와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소위 '더러운 평화론'을 설파해온 이 대통령은 민주당 대선후보 시절 강원 춘천 유세 등에서 "아무리 비싸고 더러운 평화라도 이긴 전쟁보다 낫다"고 주장했다.
앞서 통일부는 9일 대변인 정례브리핑에서 전후납북자피해자가족연합회의 2일 대북전단 살포에 '강력 유감 표명'하며 "살포 중지를 강력히 요청한다"고 했다. 그러자 연합회는 11일 파주경찰서를 찾아 14일부터 7월10일까지 '납치된 가족 소식 보내기'란 이름으로 집회를 신고하며 맞섰다. 납북 송환대책 없이 '범죄 낙인'이 앞섰다는 것이다.
통일부가 윤석열 정부 기조에서 표변한 배경엔 대통령실과의 교감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최성룡 납북피해가족연합회 대표는 일부 언론에 "우리는 탈북단체와 달리 북에 납치된 가족들 생사만이라도 알고 싶다고 호소하고 있다"며 "(통일부가) 문제 해결 방안은 제시하지 않고 대북전단 살포 중단만 요구해 집회를 신고했다"고 말했다.
이 가운데 접경지 현장 담당자 목소리도 나왔다. 기이도 경기도 특별사법경찰단장은 최근 '대북전단, 납북자 가족모임, 접경지 우리 도민을 바라보는 경기도 특사경의 소회'란 글을 올려 "대북전단 살포 문제는 납북자 가족의 아픔과 접경지역 주민의 안전이란 첨예한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사안"이라며 정부 차원의 인도적 노력 필요성을 시사했다.
6월초 6·25 전쟁 이후 납북자 생사확인 촉구 대북전단 살포 활동을 해온 최성룡 전후납북자피해자가족연합회 대표가 경기 파주경찰서를 찾았을 당시 모습. 최성룡 대표는 1967년 어선 조업 중이던 아버지가 북한으로 납치된 이후 처형당한 소식을 전해들었으나, 유해를 찾지 못한 사연을 안고 있다.<사단법인 전후납북자피해자가족연합회 측 제공·연합뉴스 사진>
그는 "납북자는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북한으로 납치된 사람'을 의미한다. 6·25전쟁 납북자는 8만~10만명으로 추정된다. 전후 납북된 우리 국민은 총 3835명으로 파악되고 이 중 3319명은 귀환했으나 516명은 아직 북한에 억류돼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어부·군인·경찰·공무원·어린학생 등 '전후 납북'이 2006년까지 이어졌다고 주목했다.
기이도 단장은 "경기도는 31개 시·군 중 5개(파주·김포·연천·고양·포천)가 접경지역에 위치하고, 이 지역에서 납북자가족모임과 여러 탈북민 단체가 북한으로 대북전단을 보내고 있다"며 "북한의 반응은 지난해 30차례에 걸쳐 오물풍선 6758개가 남한으로 왔고 최고치 대남방송(85㏈ 이상)으로 접경 주민들의 일상 생활을 파괴했다"고 전했다.
이어 "특히 경기도 접경지 4개 마을 주민 361가구 791명은 대남방송 소음으로 집에서 잠을 잘 수도 숨을 쉴 수도 없어 생명의 위협을 느끼고 있다"며 "지난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초등학생 자녀를 두고 있는 한 여성이 무릎을 꿇고 살려 달라고 호소하는 장면이 현재 접경지에서 삶을 이루고 있는 분들의 현실"이라고 짚었다.
그는 "도는 도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지난해 10월16일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에 근거해 도지사 행정명령으로 파주·연천·김포 지역을 '위험구역'으로 설정하고 구역 내 대북전단 살포를 금지했다"며 "위험구역 설정 이후 대북전단은 2차례의 살포 시도가 있었으며 북한의 오물풍선도 두 차례로 133개가 발견됐다"고 그간 상황을 알렸다.
단속 이후 대남 소음방송 일부 약화 효과가 보여 인천 강화군·강원 고성군도 위험구역으로 설정됐다고 한다. 기 단장은 "납북자가족모임은 행정명령을 위반하고 지난 4월27일 00시 10분경에 임진각에서 대북전단 풍선 8개를 기습부양했지만 8개 풍선 모두 바람방향과 가스 주입량 문제로 휴전선을 넘지 못했다"며 사법처리 방침에 고민을 드러냈다.
그는 "도 특사경에선 '수사 후 검찰에 송치'하는 게 기본방향이지만 특사경은 '수사를 통해 행정목적을 달성하는 부서'란 신념과 목표를 갖고 일하고 있다"면서 도민안전을 최우선하되 선한 영향력을 발휘하고자 "납북자가족모임과 접경지역주민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처리될 수 있도록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고 사료된다"고 밝혔다.
기 단장은 "어느 한쪽의 입장만을 옹호하기보단 양측 모두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는 다각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며 △통일부 등 정부차원의 정보 수집·분석·제공력 강화로 납북자 가족 실질적 지원 △안전보장 강화와 피해 발생 시 보상체계 마련 등 접경지역 주민과의 상생 방안 모색 △대북전단 문제의 근본적 해결 3가지를 촉구했다.
지난 5월초 강원도 접경지에서 납북피해자 생사 확인·송환 촉구 대북전단 풍선을 띄운 당시의 납북자가족모임.<사단법인 전후납북자피해자가족연합회 측 제공·연합뉴스 사진>
그는 우선 "통일부에선 납북자대책팀을 운영 중이다. 정보접근성 확대, 납북자 생존여부 및 소식에 대한 정확하고 신뢰할 수 있는 정보를 투명하게 제공해 가족들의 고통을 덜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정부 차원의 정보수집 및 분석 노력을 강화하고 필요시 국제사회와의 협력도 모색해야 한다"며 법률 및 행정 지원에 적극적이어야 한다고 봤다.
또 "(납북자) 추모 행사를 비롯해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는 것이 중요하다. 최성룡 납북자가족모임 대표가 제안한 '수학여행 중 납북된 학생 4명'의 부모가 경기도에 거주한다고 하니 이분들을 위로하는 자리를 마련하는 것부터 시작 할 수 있을 것 같다"며 납북자 가족 대상 전문적인 심리 상담·치료 프로그램, 지지모임 활성화를 제언했다.
기 단장은 이어 "대북전단 살포로 인한 북한의 보복 위협으로부터 접경지역 주민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확보해야 한다"며 군사 대비태세, 주민 안전·대피 교육훈련을 언급했다. "피해 지원 및 보상, 대북전단 살포로 인해 실제적인 재산·정신적 피해가 발생할 경우, 신속하고 공정한 피해 조사 및 보상 체계가 마련돼야 한다"고도 밝혔다.
마지막으론 "대북전단 살포의 근본적인 원인은 남북 간의 불신과 대결 구도"라며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대화 재개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다양한 채널을 통해 북한과 소통하고, 상호 신뢰를 구축하는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 국제 사회와의 협력, 대북전단 문제 해결을 위해 관련 국제기구 및 우방국과의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했다.
아울러 "국제사회 지지와 협력을 바탕으로 북한에 인도적인 문제 해결을 촉구하고, 긴장 완화를 위한 공동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며 "현행 대북전단 살포 관련 법규 및 제도 등을 재검토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으면서도 접경 주민 안전과 남북관계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는 합리적인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 단장은 "결국 이 문제는 단기적 처벌이나 강압적인 조치보단, 납북자 가족의 아픔을 공감하고 접경지역 주민의 안전을 보장하면서 남북관계 개선이란 궁극적인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지혜로운 접근이 필요하다"며 "다양한 이해관계자 의견을 경청하고, 인도적인 관점에서 문제 해결을 위한 지속적인 대화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