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과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양국 간 긴장이 고조되면서 국내 휘발유와 경유 가격이 상승세로 전환했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의 봉쇄 검토까지 나서면서 국제유가 120달러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고물가와 고금리에 더해진 국내 기름값 부담은 경기 회복세에 찬물을 끼얹을 전망이다.

15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전국 평균 보통휘발유 가격은 지난 12일 리터당 1626.99원에서 13일 1627.71원, 14일 1629.29원, 이날 오후 1시 기준 1,630.17원으로 나흘 연속 상승세다. 전국 평균 경유 가격도 12일 1489.89원에서 매일 올라 이날 오후 1시 기준 1492.67원을 기록했다.

한국 시간 12일(현지시간 11일)은 미국 국무부가 이라크 주재 미국대사관 직원 철수를 공식화한 날이다. 13일 새벽 2시경 이스라엘이 이란 전역에 있는 핵 프로그램과 군사시설에 대한 공습을 단행하면서 국제유가의 상승 압력이 국내 시장까지 영향을 주기 시작한 것이다.

실제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소식이 전해진 13일 국제유가는 장중 큰 폭으로 출렁였다. 이날 브렌트유 선물 가격은 한때 전 거래일 대비 13% 급등하며 배럴당 78.50달러까지 치솟았다.

중동 에너지 수출의 핵심 해상 운송로인 호르무즈 해협이 폐쇄되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할 경우 국제유가가 배럴당 120달러를 넘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호르무즈 해협은 중동 산유국의 수출통로로 전 세계 해상 원유 수송량의 5분의 1이 이곳을 통과한다. 우리나라로 들어오는 중동산 원유도 이 해협을 통한다.

이란 국영매체인 IRINN 방송은 14일(현지시간) 이란 의회 안보위원회 소속 에스마일 코사리 의원의 발언을 인용해 "이스라엘과 충돌 이후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심각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장태훈 에너지경제연구원 석유정책연구실 박사는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경고하고 있지만 해협이 차단된 전례는 1·2차 석유파동 시기에도 없었다"며 "국내 석유 비축량은 최소 90일 이상 수입을 대체할 수 있을 만큼 충분한 수준이지만 수개월에 걸쳐 장기화될 경우 국내 비축유만으로는 한계가 있어 시장 영향이 본격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란을 상대로 한 이스라엘의 군사 작전이 수 주 이상 장기화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국제유가의 상승세가 일시적인 반등에 그치지 않고 본격적인 추세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오만 무스카트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미국과 이란의 6차 핵협상도 취소된 상황이다.

국제유가 흐름은 통상 2~3주가량 시차를 두고 국내 기름값에 반영되는 수순이다. 이미 고물가로 내수 경기가 위축된 상황에서 유가 상승까지 겹치면, 물가 전반에 추가적인 상승 압력을 가해 국내 경기 회복세에 적지 않은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진명 신한투자증권 수석연구원은 "국제유가는 지정학적 리스크에 따른 공급차질 우려로 7~8% 급등했고 단기간 내 해결될 가능성이 낮다"며 "당분간 유가 상방 압력 확대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박한나기자 park27@dt.co.kr

15일 이란 테헤란에서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발생한 화재와 연기가 샤란(Sharan) 석유 저장고에서 치솟고 있으며, 이란 국기가 그 위로 펄럭이고 있다. 로이터 제공.
15일 이란 테헤란에서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발생한 화재와 연기가 샤란(Sharan) 석유 저장고에서 치솟고 있으며, 이란 국기가 그 위로 펄럭이고 있다. 로이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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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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