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글로벌 제약업계를 뒤흔든 노보 노디스크(Novo Nordisk)의 혁신적 비만 치료제 '위고비'(Wegovy)는 바이오가 한 국가의 '미래' 성장동력에서 '현재'의 성장동력으로 바뀌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나아가 바이오는 국가안보의 중요한 요소가 되고 있다. 미국, 유럽연합(EU)을 비롯한 주요 경쟁국들이 첨단 바이오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치열한 패권경쟁을 하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나라가 바이오를 주력 산업으로 육성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우리나라는 철강, 정유, 자동차, 반도체 등 많은 산업에서 '빠른 추격자'(Fast Follower) 전략을 통해 세계적 경쟁력을 확보해온 경험이 있다. 그러나 바이오 산업은 단순한 제조업이 아니라 바이오, 의학, 물리, 화학, ICT 등의 기초과학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선진국들은 이미 100년 이상 관련 연구·개발(R&D)에 장기적인 투자를 해오고 있으며, 글로벌 시장은 소수의 다국적 제약기업들이 과점하고 있다. 또한 글로벌 바이오 강국들은 이미 공공과 민간이 긴밀히 협력하는 혁신 생태계를 조성하고 있다.
따라서 이들의 장기적인 R&D와 막대한 투자, 임상시험 및 규제 장벽 극복 등 여러 장벽을 넘어야 한다. 단순한 기술 추격만으로는 글로벌 리더십을 확보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대한민국이 바이오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전략은 무엇일까?
바이오 산업의 핵심은 '따라잡는 것'이 아닌 '새로운 길 찾기'이다. RNA 기반 치료제, 세포·유전자 치료제, 면역항암제 등 산업 성장을 견인하고 있는 첨단기술 분야에서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바이오시밀러와 CDMO(위탁개발생산) 분야에서 강점을 보이고 있지만, 혁신신약 개발과 첨단기술 측면에서는 여전히 격차가 적지 않다. 한국이 글로벌 바이오신약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려면 기초연구 역량과 산업생태계 구축이 필수적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독자적인 신약 후보물질을 개발할 수 있도록 장기적인 연구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고, 산·학·연·병(병원)이 유기적으로 연결된 생태계 조성을 지원해야 한다.
최근 열린 '선도형 R&D 성과확산 콘퍼런스'에서 정부는 인공지능(AI)-반도체, 양자기술과 함께 바이오를 3대 게임체인저로 선정하고 R&D서부터 임상·사업화까지 연계하는 협업 체계를 구축하겠다고 밝혔으나, 정책적 선언만으로는 부족하다.
한국도 정부와 민간이 협력을 통해 R&D 전주기 지원 체계를 마련하고, 규제 개혁과 임상시험 환경 개선을 추진해야 한다. 바이오 기업들이 혁신 기술을 신속히 시장에 출시할 수 있도록 규제 샌드박스를 확대하고, 신속 승인 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 또한, 원천기술을 보유한 스타트업이 대기업과 손잡고 글로벌 시장에 진출할 수 있도록 기술 창업과 사업화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
바이오 산업은 본질적으로 글로벌 산업이다. 국내 시장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며 글로벌 빅파마와의 협력, 기술 라이센싱, 해외 임상시험 및 규제 대응 전략이 필수적이다. 또한, 미국 FDA와 유럽 EMA의 규제 환경을 철저히 분석해야 한다. 글로벌 제약사와의 파트너십도 확대해야 한다.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국내외 협력 모델 정립이 필요하며, 신약 승인, 임상시험, 해외 시장 진출을 위한 유통망과 규제 대응 전략도 필요하다.
바이오 산업은 대한민국의 미래 성장 동력으로 충분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단순한 기술 추격이 아니라, R&D-산업화-글로벌 협력이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지속가능한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대한민국이 바이오 혁신을 주도하는 국가로 도약할 수 있는가의 핵심은 실행력이다. 정부와 산·학·연·병이 하나가 되어 긴밀히 협력하면서 바이오 산업 생태계를 구축하고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끌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