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불법 이민자 단속에 반발하는 시위가 11일(현지시간) 엿새째 이어지는 가운데 주요 시위 지역 내 야간 통행금지령이 발령된 이후 소요가 다소 진정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시위는 미 전역으로 확산되는 양상입니다.
캐런 배스 LA 시장은 전날 다운타운 내 1제곱마일(약 2.6㎢) 지역을 대상으로 저녁 8시부터 다음 날 오전 6시까지 통금령을 발령했습니다. 배스 시장은 이 통금령이 당초 목표한 약탈·기물파손 행위를 방지하는 데 효과가 있었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MSNBC 방송 인터뷰에서 "통행금지령이 효과적이었다"며 "어젯밤에는 약탈이나 반달리즘(공공시설·기물 등의 파괴·훼손) 행위가 없었다. 통금령이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시위가 도심 일부 지역에 국한돼 있다"고 강조하면서 "여기서 일어나고 있는 것이 혼란이어서 연방 정부 개입이 필요하다는 주장은 정확하지 않다"고 반박했습니다.
배스 시장은 전날 시위대 체포 사례 대부분이 야간 통금령을 위반하고 해산 명령에 불응한 혐의였다고 전했습니다. 이와 관련, 경찰은 간밤에 시위 현장 일대에서 총 220여명을 체포했다고 밝혔습니다. 이 가운데 203명은 해산 명령에 불응한 혐의로, 17명은 통금령을 위반한 혐의로 붙잡혔습니다. 또 3명은 화기를 소지한 혐의를, 1명은 치명적인 무기로 경찰관을 폭행한 혐의를, 다른 1명은 경찰의 비행기기에 레이저를 발사한 혐의를 받았습니다. 이 과정에서 경찰관 2명이 다쳐 치료를 받았습니다.
이렇게 LA 시위는 소강 국면을 맞았지만, 다른 지역들에서는 상황이 악화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시위는 여러 도시에서 점점 거세지고 있습니다. 이날 뉴욕과 시애틀, 라스베이거스 등지에서 시위가 전개됐습니다. 전날에도 시애틀과 샌프란시스코, 덴버, 오스틴, 뉴욕, 시카고, 필라델피아 등에서 시위가 열렸으며, 총 수백명이 시위 현장에서 경찰에 체포됐습니다.
AP 통신에 따르면 뉴욕 맨해튼에서는 전날 약 2500명이 시위에 참여했습니다. 시위대 일부는 바리케이드를 뛰어넘어 경찰관들과 몸싸움을 벌였고, 경찰차에 물건을 던지는 모습도 포착됐습니다. 경찰은 86명을 체포한 뒤 이 가운데 34명을 폭행과 체포 저항 등 혐의로 기소했습니다.
필라델피아에서도 연방 구금센터와 이민세관단속국(ICE) 청사 일대에서 약 150명이 모여 시위를 벌이다 해산 명령에 따르지 않은 15명이 체포됐습니다. 샌프란시스코에서는 약 200명이 이민법원 앞에서 시위를 벌였습니다. 시카고에서는 퇴근 시간대에 시위대 수백 명이 광장과 주변 도로를 점거한 가운데, 차 한 대가 시위대 쪽으로 돌진하면서 60대 여성 한 명이 차에 치여 다쳤습니다. 덴버에서도 수백명이 도로를 점거해 행진하며 교통을 방해했고, 경찰의 해산 명령에 불응한 17명이 체포됐습니다.
텍사스주에서는 지난 9일 오스틴과 댈러스, 샌안토니오 등에서 시위가 벌어졌으며, 이번 주에도 샌안토니오 등에서 시위가 예정돼 있습니다. 그레그 애벗 텍사스 주지사는 전날 밤 시위 통제를 위해 주방위군을 주 전역에 배치한다고 밝혔습니다. 애벗 주지사는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평화적인 시위는 합법이지만 사람이나 재산을 해하는 행위는 불법이며 체포될 수 있다"며 "텍사스 주방위군은 모든 수단을 동원해 법집행기관이 질서를 유지할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애벗 주지사는 공화당 소속입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이 LA 시위에 주방위군을 투입하자 이를 따라서 이런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입니다. 애벗 주지사는 보수 정치의 선봉에 서 있는 인물입니다. 강경한 국경 단속, 낙태 제한, 총기 자유 등 트럼프 정책 기조를 따르면서 공화당 내 입지를 다지고 있지요.
박영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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