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대 금리로 돈을 빌려 부동산에 투자할 수 있는 일본 시장 부동산펀드가 6년간 보유하던 부동산을 사실상 손해를 보고 매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1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하나대체운용은 최근 '하나대체투자일본부동산투자신탁1호'를 통해 보유하고 있던 삿포로 호텔을 133억3000만엔(한화 약 1259억원)에 매각했다.

당초 펀드를 설정한 2019년 손실 없이 원금회수가 가능한 매각금액을 1447억원으로 설정했지만, 약 200억원의 손실을 감수하고 매각했다.

이 펀드의 설정기한은 지난해 이미 만료됐지만, 자산 매각에 실패하면서 1년여간 환매가 지연돼 왔다. 하나대체투자운용은 설정기한 연장을 추진했지만 수익자 총회에서 해당 안건이 부결되며 꾸준히 매각처를 찾아 왔다.

결국 매각엔 성공했지만 처음 설정한 당시 목표가격에 크게 미치지 못하면서 투자자 손실도 불가피해졌다. 이 펀드는 공모를 통해 495억원을 모집하고, 86억원의 대출을 일으켜 해당 자산을 매입한 바 있다.

하지만 설정 이후 팬데믹 등의 영향으로 부동산 시장 경기가 침체되면서 부동산 가격이 하락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일본이 오랜 기간 '제로금리'를 유지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0%대 금리로 부동산에 투자할 수 있는 매력적인 투자처로 인식된다"면서도 "다만 그만큼 부동산 상승률이 높지 않아 우리나라 투자자들에게는 큰 인기를 얻지 못했다"고 짚었다.

하나대체운용펀드 역시 선순위 대출 68억엔을 0.8%대 금리로 빌렸다. 우리나라와 미국 부동산 펀드의 경우 3~5%대 금리가 적용되는 것과 비교하면 금융비용 측면에서는 수익률을 확보하기 유리한 시장이다.

다만 현재 우리나라 269개 해외 부동산 펀드와 리츠 가운데 일본 부동산에 투자한 상품은 24개에 불과하다. 대부분의 부동산 펀드는 미국과 유럽 부동산을 자산으로 담고 있다.

일본의 경우 임대 수익은 꾸준히 발생해 분배금을 통한 이익실현은 가능하지만, 부동산 매각 차익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삼성자산운용과 한화자산운용의 일본부동산 리츠 역시 꾸준히 수익은 발생하고 있지만, 최종 엑시트 과정에서의 매각 차익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분석이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만약 펀드가 2019~2021년 사이에 설정됐다면 환율 변동으로 인한 손실도 발생했을 것"이라며 "결국 부동산 가격과 환율 하락을 감안하면, 5~6년간 투자했어도 손익이 제자리 걸음인 경우가 대다수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남석기자 kns@dt.co.kr

일본 도쿄역. [연합뉴스]
일본 도쿄역.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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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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