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교체로 여야 바뀌고 퇴장하는 원내 수장들… 박찬대 "영광의 대장정" 권성동 "독이 든 성배"

여야 원내수장, 고별 기자회견
朴 "정권교체, 가장 기억에 남아 "
權 "尹 일방적 계엄 선포 잘못"


여야 원내 수장이 12일 나란히 고별 기자회견을 열고 그간의 소회를 밝히며 물러났다. 대선 결과에 따라 여야가 자리를 맞바꾼 상태에서 진행한 기자회견인 만큼 두 사람의 표정과 분위기도 완전히 다른 모습이었다.

이날 국회에서 열린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의 고별 기자회견 분위기는 시종일관 화기애애했다. 박 직무대행은 "원내대표 임기 1년을 한 마디로 표현하라고 한다면 '위대한 국민과 함께한 영광의 대장정'이라고 말하고 싶다"며 "민주당은 이제 이재명 대통령을 보유한 책임 있는 집권 여당이 됐다"고 강조했다.

박 직무대행은 임기 동안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이 무엇이냐는 질문에는 "국민의 명령을 받들어 대한민국을 지켜내고 정권교체를 이룬 것"이라고 했고 '몇 점짜리 원내대표였다고 생각하냐'는 물음에는 "학점으로 얘기하면 그래도 'A-' 정도는 되지 않았을까 한다"고 답했다.

이 대통령과의 관계도 강조했다. 그는 이 대통령의 당대표 시절 일화와 관련해 "가장 좋았던 것은 웃을 일 없는 당시 이 대표한테 아재 개그를 시전해 '하지 마, 하지 마' 소리를 들어가면서 핍박받아가면서 웃게 만들었던 그 부분이 가장 보람이 있지 않았나 생각한다"며 "당대표, 원내대표로서 투톱을 이루면서 참 많은 존중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민주당은 책임 있는 집권 여당으로서 주권자인 국민이 주인으로 우뚝 서는 나라, 국민 모두가 잘 사는 대한민국을 건설하는 듬직하고 유능한 여당이 돼야 한다"며 "새로 선출되는 제2기 원내대표단이 의원들과 함께 이재명 정부의 성공을 위해 온 힘을 다해 줄 것이라 믿고 꼭 처리해야 할 개혁 입법과 민생 경제 회복의 과제도 반드시 완성해 줄 것으로 믿는다"고 했다.

추후 당대표 출마 가능성도 언급했다. 박 직무대행은 "주변 의견들도 상당히 많이 있어서 (출마를) 고민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새 정부와 민주당의 과제, 국회의원으로서 해야 할 부분에 대해서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반면 같은 날 오후 열린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의 퇴임 기자회견은 대선 패배와 어지러운 당내 상황이 반영된 듯 무거운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권 원내대표는 특히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과 이후 탄핵 정국에서 일어난 당 내부 갈등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는 "우리는 제1야당이라는 자산과 동시에 윤석열 정부의 실패와 탄핵이라는 부채가 있는데 하나만 취사선택할 수 없다"며 "당의 일부가 자산만 취하면서 다른 일부에게 부채만 떠넘기려는 행태는 가능하지도 않고 옳지도 않다"라고 지적했다.

권 원내대표는 12·3 비상계엄은 위법적이고 정치적으로 대단히 잘못된 선택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는 "3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우리 당에 경쟁력 있는 대권 후보가 없었기에 당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영입해서 정권 교체를 이룬 점에 대해서는 전혀 후회하는 바가 없다"면서도 "윤 전 대통령이 당과 일체 상의 없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것은 정말 잘못된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지금도 왜 계엄을 했는지 이해할 수 없지만 윤 전 대통령은 떠나더라도 당은 살아남아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과거 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거치면서 당이 분열한 탓에 정권까지 넘겨줬고 과거의 오류를 반복해서는 안 된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권 원내대표는 재임 기간 당의 단일대오를 유지하면서 탄핵소추안 통과를 늦춰보고자 최선을 다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당시 이재명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2심 재판이 남아 있어서 사법부의 공정한 판결을 기대하며 탄핵소추안 통과를 늦춰야만 했다"며 "시간을 벌어야만 조기 대선에서 조금이라도 유리한 지형을 만들 수 있고 이러한 희망이 있어야만 우리 당이 살아남을 수 있다고 봤다"고 부연했다. 이어 "이런 선택에 따른 비판이 두렵지 않았다"며 "이미 독이 든 성배를 마시기로 한 마당에 선거에 도움이 된다면 그 어떤 비난도 감수하고자 한 것"이라고 항변했다.

권 원내대표는 "재임 기간 내내 민주당과 강하게 맞서 싸우면서 당 내부로부터 부당한 비난을 받았다"며 "평소 정치적 이견이 있다 하더라도 선거라는 대회전 앞에서는 단일대오를 만들어야 했고 이것이 당을 함께하는 동지의 의무"라고 거듭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제 누구 탓을 하며 분열하지 말자. 같은 당의 동지를 절멸의 대상으로 보지는 말자"며 "차기 지도부가 우리 당의 아픔을 잘 치유해 당이 분열의 늪을 벗어나 소속 의원 개개인이 모두 당을 위하는 정예로 거듭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전혜인·윤선영기자 hye@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