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총수를 포함한 최고경영자(CEO)들이 소셜미디어(SNS)를 활용한 홍보인을 자처하고 있다. 소통 창구가 TV 등의 전통 채널에서 SNS로 변화하고 있는데다, 일반 소비자뿐 아니라 자사 임직원들과의 감정적 거리감을 좁힐 수 있는 장점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HD현대중공업이 작년 4월30일 공개한 '진짜 멋있는거 보여줄게' 영상은 이날 기준 1200만뷰를 넘어섰다. 배우 김우빈을 모델로 기용한 이 영상은 다양한 선박과 건조 기술력을 소개하면서 코믹한 요소를 더한 다양한 에피소드로 높은 호응을 얻고 있다.
특히 정기선 HD현대 수석부회장의 이른바 '샤라웃'(Shout out. 감사나 존경을 표현하는 의미의 신조어)이 이러한 높은 조회수에 일조했다는 평을 받는다. 정 수석부회장은 자신의 링크드인에 '진짜 멋있는 남자는 풍저항감소장치(Hi-ARS)가 탑재된 HD현대의 17만4000㎥급 초대형 LNG운반선을 탄다'는 글과 함께 해당 영상의 링크를 첨부했다. 일반 대중에게 낯설 수 있는 HD현대의 기술력을 직접 홍보한 셈이다.
조주완 LG전자 대표도 SNS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대표적인 CEO다. 특히 송시용 LG전자 생산기술원 스마트팩토리 사업담당이 기고한 '스마트팩토리: 제조업의 새로운 시대를 여는 혁신', 전홍주 LG전자 인도법인장의 인도 언론 '파이낸셜 익스프레스' 기고문 등을 공유하며 회사의 미래사업 방향과 함께 임직원들의 역할 알리기에 앞장서고 있다. 조 대표는 지난 2월 링크드인을 개설한 이후 4개월 만에 1만6500명의 팔로워를 확보했다.
활발한 SNS 활동을 펼치는 호세 무뇨스 현대차 CEO도 비슷하다. 그는 최근 자신의 링크드인에 한국인 첫 세계자동차공학회연합(FISITA) 회장에 오른 김창환 현대차·기아 전동화에너지솔루션담당 부사장을 소개했다. 무뇨스 CEO는 "동료인 김창환 부사장이 FISITA 초대 한국인 회장으로 선정된 것을 축하한다"며 "현대차를 위해 해주신 모든 일에 대해 김 회장과 그의 뛰어난 팀에게 감사드린다"고 글을 올렸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경우 최근 뜸하지만 인스타그램, 링크드인 등의 SNS 활동을 활발히 한 총수 중 한명이다. 최 회장은 작년 젠슨 황 엔비디아 CEO, 팻 겔싱어 인텔 CEO, 앤디 제시 아마존 CEO 등과 만난 사진을 SNS에 개재하며 화려한 글로벌 인맥을 보여줬다.
이러한 CEO들의 SNS 활동은 대외 신임도를 높이는 동시에 소통 채널의 변화에 맞춰 소비자 접점을 확대하는 데 효과적이라는 평이 나온다. 자연스레 노출시키는 이러한 콘텐츠는 미래 신사업을 소개하면서, 인재 확보에도 효과적이라는 평가다. 특히 링크드인은 비즈니스 중심의 SNS로 글로벌 고위 인사들과의 네트워크, 전문·고위직 채용 등을 중심으로 하는 SNS라는 점에서 국내뿐 아니라 전 세계 CEO들이 다수 애용하고 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과거에는 TV를 통해 회사 광고를 주로 했지만, 최근에는 소비자들이 인터넷이나 SNS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는 만큼 회사의 이미지 제고를 위해 SNS의 활용 빈도가 높아지고 있다"며 "특히 총수들의 경우 직접 소비자들과 소통하면서 더욱 친근감 있는 감정을 전달하는 효과도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장우진기자 jwj17@dt.co.kr
정기선(왼쪽부터) 정기선 HD현대 수석부회장, 호세 무뇨스 현대차 대표, 조주완 LG전자 대표. 각 사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