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쓰오일이 '경영 악화'를 이유로 진행하던 신입사원 채용 절차를 갑자기 중단했다. 인적성 검사까지 마친 지원자들은 갑작스러운 통보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정유 부문의 수익성 악화와 9조원 이상이 투입되는 샤힌 프로젝트의 재무 부담에 더해 모회사인 사우디 아람코까지 긴축 경영에 돌입한 여파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11일 석유화학업계에 따르면 에쓰오일은 지난 10일 소매영업직 신입사원 공개 모집 지원자들에게 "경영 환경의 불확실성으로 인해 제반 여건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결과 부득이하게 소매영업직 채용 전형을 중단하게 됐다"며 채용 전형의 중단을 알리는 이메일을 발송했다.
소매영업직은 판매 실적·주문 출하 관리, 신규 주유소 유치, 기존 거래처 유지 관리 등을 맡는 직군으로 당초 해당 직군에 두 자릿수의 채용을 추진했다. 지난달 4일 인적성 검사를 실시한 이후 두 차례 면접만을 남긴 상황에서 돌연 채용을 취소한 것이다.
에쓰오일이 갑자기 채용을 중단하면서 지원자들의 항의는 이어지는 상황이다. 에쓰오일은 향후 신입사원 채용 시 이번 서류 합격자를 대상으로 서류전형을 면제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올해 하반기 채용 재개 여부는 실적 악화로 아직 미정이다.
실제 에쓰오일의 수익성은 악화하고 있다. 에쓰오일은 올해 1분기 215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했다. 올해 2분기 역시 에프앤가이드 기준 약 850억원의 적자가 예상된다.
석화업계는 이번 결정의 배경에 샤힌 프로젝트로 인한 현금 압박 흐름도 작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에쓰오일은 울산 온산 산업단지에 총 9조2580억 원이 투입되는 초대형 석유화학 단지 '샤힌 프로젝트'를 건설 중이다.
이 프로젝트는 정유 의존도를 낮추고 석유화학 비중을 기존 12%에서 25%로 확대하기 위한 전략으로 현재까지 약 6조원 이상이 투입됐다. 하지만 글로벌 석유화학 업황이 장기 침체 국면에 빠지며 초기 수익성 확보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에쓰오일의 재무지표도 유동성 경고등이 켜진 상태다. 올해 1분기 기준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1조8530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약 7300억원 감소했다. 단기차입금도 약 3조2800억원으로 전년 대비 17.4% 증가했다. 샤힌 프로젝트는 모회사인 아람코의 글로벌 다운스트림 전략과 직결된 사업인 만큼 중단 가능성은 낮지만 아람코 역시 사실상 긴축 경영 상태다. 아람코는 배당금을 2024년 1240억달러에서 2025년 854억달러로 약 31% 축소했다. 지난달에는 재무 유연성 강화를 위해 50억달러 규모의 채권을 발행하기도 했다. 에쓰오일 관계자는 "경기 악화와 사업 환경의 불확실성 등으로 인해 회사가 긴 시간 고민 끝에 부득이하게 채용을 중단하게 됐다"고 말했다.박한나기자 park27@dt.co.kr